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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공 Apr 08. 2021

02. 경험을 예술로 만들기

존 듀이: 경험으로서의 예술

지난 글에서는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현대의 예술이 어떻게 해서 우리와 멀어졌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예술은 미술관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람들과 멀어졌고, 결국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예술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모든 것들은 예술이 될 수 있고, 이는 곧 '경험'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경험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혹은 취준생 시절을 거쳐오면서 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아왔다. '~에 대한 경험을 말해주세요.', '~에 대해 슬기롭게 해결한 경험을 말해주세요.'  몇 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은 질문들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험이 없는 우리를 괴롭히려는 학교/회사의 계략일까? 아직  모르겠지만 아마 아닐 것 같다. 살아온 경험에 대해 묻는 질문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내가 거쳐온 시간의 흐름 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경험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다. 내가 가진 경험은 지속성을 가지고, 그 경험 중에서 어떤 부분을 잘라서 가져올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예술은 단순한 재현 행위가 아니라, 예술가가 잘라온 경험을 통과한 것이다.

상자 접기 달인과 머리 서기 자세(너무 멋지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당근 마켓에서 물건을 잘 팔려고 사진을 예쁘게 보정하는 사람도, 이른 아침 요가를 하다가 머리 서기에 성공한 사람도, 택배 박스를 매일 접다가 달인이 되어버린 사람도. 모두 예술가이다. 순간의 우연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고, 일상의 순간에서 무수히 많은 경험이 응축된 예술 행위이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작품에 활용 했냐면!
(워크숍에서 했던 방법입니다)


1)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한 경험을 빠르게 줄글로 작성한다.

2) 주제와 관련된 경험을 추가적으로 한다. (사진을 찍거나 장소에 가거나 행동을 하거나..)

3) 이를 조합하여 아트웍으로 제작한다.


1) 나의 경험 작성하기

주어진 주제는 '앉다'였다. 앉는다는 행위와 나의 경험을 엮어서 생각해보았다.

주변에서는 자세, 균형, 서다, 버스 등 굉장히 많은 키워드가 나왔다. 나는 '습관'이라고 설정했다.

'앉다=습관'인 이유는 중학생 시절, 고데기 위에 앉았던 강렬한 경험에서 나왔다.

(사실 키워드를 고통이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조금 이상하지만 '앉다'하면 생각나는 경험이 이것뿐이었다. 게다가 이 경험은 지금까지, '앉기 전 의자를 확인하는 습관'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예술적 경험이었다. 흑역사라는 것만 빼면...

[생각의 흐름1]

앉다=> 고데기 위에 앉은 경험=> 앉기 전 의자를 확인하는 습관


작문은 빠른 시간 내에 a4 2쪽 가량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아래 사진은 그 작문의 일부이다.

'앉다'에 대한 작문

2) 주제와 관련된 경험하기


전시 STOOL 365

앉는다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보통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의자가 굉장히 많은 전시, 'STOOL 365'에 가서 앉는 경험을 했다. STOOL 365는 디자인 브랜드 제로랩에서 1년 동안 매일 한 개씩 스툴을 제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 같은 건데, 다양하고 많은 의자들이 있다.


직접 앉아보고 사진을 찍는 경험을 하면서 느낀 바는, 사람들은 정말 다 다르게 앉는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의자들의 모양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앉는 모습, 같은 의자에 앉았음에도 다른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앉는다는 것이 어쩌면 사람의 축적된 습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습관은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곧 분해와 조합이 아닌가?


스툴 제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천천히 살펴보니, 스툴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가 사람들을 앉게 하는 경험을 거쳐, 다시 조각이 되었다가, 또다시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분해와 조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의 흐름2]

앉다=> 고데기 위에 앉은 경험=> 앉기 전 의자를 확인하는 습관
=> [습관의 분해와 조합=스툴의 분해와 조합]

그래서 나는 '앉다'를 '습관'이라고 재정의하고, '습관=분해+조합'이라고 설정했다.

우리는 삶의 흐름 속에서 셀 수 없을 만큼, 앉는다는 경험을 해왔다. 나는 그중에서 중학생 시절의 경험을 선택했고, 이것을 끄집어내어 현재의 경험과 합쳐보았다. 이제 이것을 아트웍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다음 게시물에서 다룰 예정이다!


다음 글) 03. 일상을 예술로: 프로젝트 '습관'


이 프로젝트는 2020년 여름에 진행한 타이포그래피 워크숍에서 시작되었고, 현재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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