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파편 Aug 05. 2024

가장 안전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위협에 노출된 사회

외부에서 인간으로.

마케팅 관련 서적을 보다 보면 ‘손실 회피 (편향)’는 굉장히 자주 등장한다. 기쁨과 손실이 동일한 양일 때, 우리 인간은 이익으로 인한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괴로움을 더 크게 느낀다는 심리이다. 이는 아마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 공포 등을 훨씬 더 크고 중대한 느낌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심리 역시 진화의 산물일테고, 지금이야 상당히 안전하지만 항상 위협을 받았던 우리의 선조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심리가 생존에 큰 이점을 줬을 것이다. 호랑이, 어둠 등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들은 대부분 목숨을 위협하는 것들이었고, 두려움에 맞서기보다는 이것을 회피하는 쪽이 생존에 커다란 이점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을 잘 느끼지 않았거나 이러한 두려움에도 맞섰던 용기있는 선조들은 상당히 많이 대가 끊겼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두려움에 취약한 종이다. 이럴 때 우리는 움츠라들고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생존을 위한 레이더가 발동이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문제에 치중하며 그 밖의 것들은 희미하게 보이고 희미하게 느낀다.

현대 사회는 야생, 자연 등으로 인한 생존 위협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적어졌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이러한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은 1% 미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며 많은 것들을 이뤄낸, 그래서 너무나도 안전한 현대 사회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많은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공포를 만든 주체는 인간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인간에 의해 비교당하고 인간에 의해 불안과 공포가 주입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손실 회피 편향은 너무나도 맞는 말이고,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는 이론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똑똑했기에, 우리 인간은 다른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며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도 효과적이기에 계속해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할 것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위협받을 것이다. 불안과 공포에 흔들리고 취약한 것이 우리의 본성이기에. 또, 현대 사회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기에.


SNS는 우리를 끊임없는 비교하게 만들며, 광고들은 우리가 처할 수 있는 위협을,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며 소비를 부추긴다. 우리를 안전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로 만들며 위협에 빠뜨린다. 교육은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며 대다수가 되어 탈선하지 않는 것을 은연히 강조하기도 하며 안전 민감도를 더 키운다. 물질만능주의는 다른 가치들은 무시한 채, 부자인지의 여부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대다수일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패자로 만든다. 그리고 돈을 가장 갈망하게 만들며, 돈을 잃는 것과 돈을 적게 버는 것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성과주의는 동료와의 경쟁을 만들고, 해고와 뒤쳐짐 등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더욱 더 증폭시킨다. 실제로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는 아닐 수 있을 지언정, 우리의 감정은 그것들을 너무나도 커다랗고 중대하게 느끼기에 우리는 흔들린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당 문제만을 바라본다.



우리는 상당히 훌륭한 외모를 가진 사람, 상당히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 상당히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 사람, 상당한 양의 부가 있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외모, 재능, 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각각 비교를 한다. ‘평균이 어렵다’고 하며 모든 부분에 대해서 훨씬 더 높은 수준을 보고 갈망하고 얻지 못해 괴로워한다. 우리가 가진 특별한 것은 당연시 되며, 우리가 없는 것들을 갈망하고 괴로워한다.


우리는 끊임없는 비교와 위협으로 계속해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며, 시야는 좁아지고 안전 욕구만 지나치게 활성화된다. 그 결과, 완전히 채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안전 욕구를 어떻게든 충족시키기 위하여, 끝없이 쳇바퀴같은 삶을 살며 시들어간다. 우리는 충분히 안전하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 등을 느낀다. 그리고, 안전 욕구가 충족이 안되기에 다른 욕구를 가질 여유와 경향이 없다. 주체적인 삶보다는 안전을 위한, 사회의 여러 평균을 맞추기 위한 레이스를 시작한다.



자본주의와 기업은 더 많은 돈을 위해 이미 인간에 대한 엄청난 연구를 하였고,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SNS와 각종 마케팅들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운명이다. 그것들의 어두움은 이면에 가려져있고, 이미 만연하여 그것들을 갑작스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점들을 인지하기만 하더라도 그것들로 인해 덜 흔들릴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잣대로 보고 생각하며 주체적 렌즈와 주체적인 뇌가 있다면, 불필요하게 흔들리지도, 세상의 여러 소음과 잡음에 괴로워 하지도 않을 것이다.


두려움은 언제든 당연히 느낄 수 있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공포감은,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없애버리기에 가짜 공포감을 덜 느끼기 위해 우리는 주체성과 주관을 더 확장해야만 할 것이다. 유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어느 정도 단단한 철학과 신념을 갖도록.

물론 모든 마케팅이 공포만을 조장하지도 않고, SNS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나 분명 강력한 어둠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많이 노출되는 만큼 의식적으로 느끼기보단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을 때가 훨씬 더 많기에, 또 점점 더 고도화될 것이기에 주의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