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ki Aug 01. 2020

창의성은 세일 중..

창의성을 살 수 있다면 얼마가 필요할까?

‘창의성은 일상을 꿰뚫어 봄으로써 기적을 찾아내는 것이다.’ -빌 모이어스-


창의성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노력과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것을 많이 볼수록 창의성도 높아진다. 학습과 모방으로 쌓인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응용할 때 창의적인 작품이 나온다. 여행을 통해 학습되고 응용된 창의성은 인생의 성공을 만들어 내는 위대한 도구가 된다.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모든 것들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창의성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연결과 융합을 통해 전혀 다른 가치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창의성의 상징,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 역시 ‘창의성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하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재발명하는 능력이 창의력인 것이다.

창의성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인 <최고의 공부>라는 책이 있다. 저자 켄 베인(Ken Bain) 교수는 창의적 인물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일보다는 어떻게 하느냐에 관심이 많고, 끊임없이 방식을 바꾸고 문제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관점을 융합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모든 것을 다시 본다. 창의적이고 성공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마인드셋에 있다. 성적과 능력이 아니라 자세와 태도가 좌우하는 것이다.


고등학교까지는 정답이 있는 문제들만 푼다. 대학교부터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받고 하얀 종이에 자신의 해석과 의견을 적게 된다. 쉽게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학생들은 완전히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성적’을 중시 여기는 학생들은 조금 생각해보고 모른다 싶으면 바로 포기한다. 하지만 ‘성장’을 중시 여기는 학생들은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뿐 끝까지 붙들고 포기하지 않는다.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공대 학생들 오픈북 시험(책, 노트, 참고서 등 모든 자료를 보면서 치르는 시험)에 수학공식을 아예 티셔츠로 만들어 주었다. 공식은 보고 쓰라는 것이다. 암기해서 잘 되는 세상은 끝났다. 자신만의 해석과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한국의  공공화장실에서는 보기 힘든 화장실 표시


창의력은 학습과정을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지고 발현된다. 낯설고 새로운 것, 위대한 것들을 많이 보고 느낄수록 자신만의 창의성이 길러진다. 학습과정은 단순화하면 투입과 산출, 즉 Input & Output의 과정이다. 좋은 경험과 사례들이 투입(Input)되어야만 창의성과 창작이라는 산출(Output)이 가능하다. 디지털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뜻이다. 아이가 배우고 본받을 만한 좋은 예시들과 모델들(Input)을 잘 보여줘야 창의성도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와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갔을 때였다. 트레킹 운영 회사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등산용품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뉴질랜드 유기농 양털로 만든 ‘Foot Fleece(발 양털)’이었다. 용도를 물어보니 트레킹으로 발에 물집이 생기지 않도록 발가락 사이에 끼는 물집 방지제였다. 호기심으로 샀다가 등산화를 처음 신은 아이 발에 실제 써보니 그 위력이 대단했다. 아이 발의 물집을 모두 막아주었다. 세상에 양털로 이런 걸 만들다니, 아이와 나는 그 아이디어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Foot Fleece(발 양털)’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사이에서 물집을 막아준다.

밀포드 트레킹에서 점심식사는 중간 오두막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알아서 먹고 간다. 매일 아침 오픈 키친에서 각자가 먹을 샌드위치를 원하는 만큼 만들어 가는 시스템이다. 두 번째 날 처음으로 샌드위치를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겨 많이 만드는 바람에 과식을 하게 되었다. 식사 후 오두막 옆의 간이화장실에 갔는데, 팻말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Long drop tail toilet’ 너무 직역한 것 같지만, 명확한 표현에 보는 순간 나는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언어의 차이를 넘어 재치와 위트 있는 표현에 잊혀지지 않는 장소가 되었다.



창의성은 위대한 것을 보고 따라 하고, 기존의 것을 새롭게 연결하는 것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고루하게 느껴지지만 중요한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모방이나 카피라고 하면 우리는 누군가의 것을 베끼는 부정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인다. 하지만 핵심은 무엇을 모방하고 어떻게 카피할 것인가? 에 있다. 새롭고 위대한 것을 많이 보고 느끼는 것이 진정한 모방과 카피의 의미다. 최근에 유행했던 필사(베끼어 씀)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글, 뛰어난 생각을 필사하는 것은 내 것으로 재해석하고 자신을 채우는 궁극의 독서가 되는 것이다.


호주 친구 집에 1주일 간 머무를 때, 호주 아웃백 쇼(Outback Show)를 구경 간 적이 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배우들의 연기와 액션을 보는 극장식 쇼였다. 모래 위에서 실제 말을 타면서 소를 잡기도 하고, 스크린에 빔을 쏘아 호주의 역사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때였다. 스크린에서 날아다니던 헬기가 갑자기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실제 헬기가 내 코앞까지 와서 떨어졌다. 아이와 나는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아이의 독창적인 사고와 아이디어에 한몫을 할 거라는 강한 신념이 들었다.


모방은 교육학적 용어로는 ‘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사례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함으로써 실력이 올라가고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걸 말한다. 특히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분야는 이와 같은 도제식(스승과 제자, 徒弟, apprentice) 방법이 수백 년을 이어 왔다. 악기를 배울 때 모든 시작은 훌륭한 노래와 곡을 그대로 따라 한다. 그림을 배울 때도 유명한 명화나 석고를 보고 그대로 그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언어(외국어)를 배울 때도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은 훌륭한 문장, 유명한 글을 외우는 것이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은 15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이 따라 하고 외우는 위대한 연설문이다.

대학생 때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 6개월 간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다. 한 달쯤 지났지만 중국어가 늘지 않아 고심하던 때였다. 중국어 수업 교과서 원어민 테이프를 들으면서 예습하다가 원어민의 목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발음, 성조만이 아니라 띄어 읽는 호흡까지도 똑같이 카피해서 연습했다. 다음 날 수업시간 지문을 읽은 나를 보고 중국 선생님께서 극찬을 해주셨다. 모두 나를 보고 배우라고 말씀하셨다. 귀국 후 나는 학교에서 한동안 중국어를 제일 잘하는 학생이 되었다. 최근에 공부법 관련 책을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했던 방법이 쉐도잉 학습법(Shadowing, 원어민이 하는 말을 그림자처럼 따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오늘날 ‘연결’이라는 것은 단순히 커넥트(Connect)를 넘어 이종 간의 결합과 융합(Fusion)까지도 포함한다. 여기에 창의성의 핵심이 있다. 어느 날 명품 루이비통과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이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공간을 연결하는 다양한 공유 오피스와 에어비앤비(airbnb, 자기 집의 남는 방을 렌트해주는 사업)는 거대기업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우버와 자율주행차는 차량을 연결해 준다. 사람을 연결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창의성은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바라보고 모든 것을 새롭게 ‘연결(Connect)’하는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처음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일본은 물가도 비싸지만 교통비는 더욱 비싸다. 가까운 거리를 택시를 탔다가 혀를 내두른 적이 많아 우리 가족은 항상 전철을 이용했다. 티켓 창구에서 어린이 티켓을 구매하며 유심히 봤지만 어른 티켓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아이가 티켓을 개찰구에 넣었는데 갑자기 새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환청이 들리는 줄 알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일일이 검표를 할 수 없기에 가격이 저렴한 어린이 티켓은 새소리로 구분을 해놓은 것이었다. 전철을 탈 때마다 들리는 새소리에 아이는 더 타고 싶어 했다. 지나치기 쉬운 작은 디테일에서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었다.


창의성을 일깨워 성공의 도구로 쓰게 해 주는 것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저택, 구엘공원 등 바르셀로나의 관광수입은 모두 건축가 가우디의 예술작품에서 나온다. 그중 구엘공원에 갔을 때다. 구엘공원은 스페인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공원이다. 동네 공원처럼 산책하고 데이트하는 스페인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예술작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일반 시민과 여행자들이 보고 만지고 앉아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일상 속의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은 박물관과 유리관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구엘 저택이나 파밀리아 성당 역시 스페인 시민들의 일상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가우디의 예술작품 구엘공원 곳곳에서 일상을 즐기는 바르셀로나 시민들


창의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아이들도 얼마든지 일상에서 창의성과 예술을 발현할 수 있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아이들의 창의성은 발현될 수 없다. 예술작품들을 존중하되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예술은 재미있고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여행을 통해 아이의 손을 잡고 세상의 유명한 예술작품들을 그 일상 속에서 만나보자! 아이의 숨겨진 창의성도 그렇게 발현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보여주어야 한다.


무엇이든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이 뛰어난 학원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몇 해 전부터 창의력 증진을 위한 '창의력 학원'들이 많이 생겨났다. 국영수를 배우듯이 돈을 내고 학원에 가서 창의력이 좋아지는 무엇인가를 학습하는 것이다. 학원에서 다양한 방법과 놀이들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제도권 학습의 끝은 제도권 시험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한 방법론의 틀 안에서 창의력을 키우고 창의성을 발현시킨다는 것이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뿐이다.


어찌 보면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각자 자신들만의 창의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셀 수 없이 다양한 형태의, 날 것 그대로의 아이들의 창의성을 과연 몇십 가지 안 되는 방법들(그 역시도 기성세대들이 경험하고 인정하는 것들 위주)로 모두 담아내고 키워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여행에서는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모두 저마다의 가치, 관점으로 바라보고 느끼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정답 같은 선택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내 아이와 친구의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여행을 가보면 항상 느끼게 된다. 넓은 들판에 양을 풀어놓듯 그냥 원하는 대로 뛰어놀게만 해주어도 아이들의 창의성은 스스로 발현된다.


물론 따뜻하고 편한 집에서 야생의 들판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에도 비용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틀 안에 갇힌 제도권 학습을 위해 부모가 치러야 하는 비용들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여행지에서 창의성은 언제나 세일 중이다.





#여행을 통해 아이의 창의적인 영감(Insight, 통찰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3가지 방법!


①아이의 영감에 마중물 붓기

영감을 씨앗이라고 볼 때, 씨앗에서 싹이 나려면 최소한의 물이 필요하다. 이 물을 하늘이 내려주지 않으면 부모가 부어주어야 한다. 이 물이 바로 나가서 맞이하는 마중물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영감이 날 찾아오지 않을 때는 내가 그것을 만나러 반쯤 마중 나간다.”라고 했다. 학원과 숙제로 메마른 아이의 마음에, 부모가 함께하는 여행은 그 자체로 가장 소중한 마중물이다. 아이와의 여행이 마중물이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다.


②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은 영감의 시작

여행 중 아이가 관심을 보이고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미래의 꿈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꿈은 평소의 관심과 영감을 먹고 자란다. 아이의 영감을 시각화하거나 여행에서 직접 체험을 통해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이의 생각이 중요하다. 부모의 눈으로 평가하지 말고 아이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 생각들이 아이만의 재해석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잣대로 이리저리 재면 안 된다. 머릿속의 그 이미지들이 전혀 엉뚱한 것들과 결합하고 융합하도록 기다려야 한다. 언젠가는 창의적인 행동과 꿈으로 표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③부모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답

풀리지 않던 해답이 떠오르거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순간을 ‘아하! 모멘트(Aha! moment)’라고 한다. 하지만 영감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단지 시작일 뿐이다. 영감이라는 좋은 재료를 얻었을 때 마스터피스를 만들거나 성공을 일궈내는 것은 ‘적극적인 노력’이다. 아이의 창의성이 열매를 맺고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부모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한 발 뒤에서 믿고 응원해 주어야 한다. 여러 번 실패할수록 정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아이는 그런 부모를 보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시 노력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멋진 실패, 그리고 한 가지 두려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