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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하늘 Mar 27. 2023

한국 사회의 아픔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좁디 좁은 우리나라 안에서, 모두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며 서로 경쟁하듯 살아가는 모습에 지쳤던 적이.

사람마다 생김새는 서로 다르고 다양한데, 각자 지닌 아름다움과 개성이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외적인 미의 기준이 통용되었던 시기가 불편했던 적이.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어떤 주제든 한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갈까, 라는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국민성을 갖게 된 데에는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국 사회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며, 팀코리아의 저력을 보여주었던 시기가 있다.

바로, 주말도 없이 일한 부모 세대의 노력 덕분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아름다움인지도 살펴볼 겨를 없이, 모두가 한 배의 노를 저으며 같은 목표를 향해 으쌰으쌰 나아갔다. 자식들에게 가난이라는 삶의 무게를 되물림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들은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살았다. 그리고 우리는 내노라하는 경제대국 중 한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 아래에서 자라난 자식세대인 우리는 그 안에서 슬픔과 아픔을 삼켜내며 자랐다.

뉴스에서는 요즘의 MZ세대들의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아간다 이야기하지만, MZ세대들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이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삶에 치여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또 그렇게 바삐 살아가야했던 그들의 삶과 또 그 속에서 생겨난 부모 사이의 갈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상처를 묵묵히 삼켜야했다. 그래서 자식세대인 우리들은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지금 자신들의 삶에서 최선을 다해 그 삶을 되물림 하지 않아보려 노력중인 것이다. 


워라벨이 있는 삶, 회식 때 노래방을 다같이 가기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을 보내는 삶, 주말이 있는 삶, 아빠가 휴직할 수 있는 사회 등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자녀는 그들 나름의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바꿔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자기 생각만 한다는 등의 이야기들을 내뱉으며 그들의 삶과 자식들의 삶을 비교짓고 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잘잘못을 가릴 문제라기보다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비극이 아닐까.

서로가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데서 오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만일 성공이라는 가치보다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널리 퍼질 수 있다면, 

모두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기보단 자기 자신 안의 내면적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외적인 표준화된 아름다움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키워드가 널리 퍼질 수 있다면,

모두가 더 유명한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기 보단 자기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꺼내보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진 않을까.


어쩌면 지금 이 골든타임이자,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한국 사회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

그냥 남들이 하니까 타성에 젖어 나 또한 그런 방향을 좇는 것이 아닌, 정말 나 자신에게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길은 아닐까.

나의 자식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찰해보지도 않은 채,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좋은 대학을 보내야 한다며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우리가 다함께 이러한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내 아이도, 그리고 남의 아이도, 그렇게 한 방향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가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모두의 수면 아래 있는 의식들이 깨어날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한번쯤 하고 싶다.

우리 모두 꼭 한 방향으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인생이라는 것은 각자의 이정표대로 살아가도 되는 것인걸요. 

마음 가는 대로 그 길을 향해 걸어보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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