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ing for my preference
어느새 결혼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간 가장 많이 변한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나의 취향일 것이다.
사실 나이가 서른이 넘도록 부모님 집에서 독립하지 못한 채, 미래를 위한 저축에만 포커싱이 맞춰져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 보니, 그 땐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차곡차곡 미래를 위한 적금을 붓는 것이 재밌었다. 부모님 집에서 독립해 나가서 살 생각을 하면, 자유로움은 얻겠지만 그 외의 무엇이 나에게 좋을지 정확한 명분을 찾지 못했었다. 그렇게 삼십여년을 부모님 그늘 아래서 캥거루족처럼 지내고 결혼이라는 변곡점을 마주했다.
근데 이게 웬걸, 독립은 상상 그 이상으로 좋았다. 자유로움 외에도 나의 지극한 개인적 취향을 알아가기에 이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아니, 실은 그동안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나의 것이 아니었다. 휴일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오늘 저녁은 무얼 해먹고 싶은지, 그리고 옷은 어떤 걸 입는게 좋을지, 이런 하루 하루의 작고 소소한 일들에서부터 내가 원하는 바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남편과 함께 하는 삶이기에 온전한 독립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이 가정의 주체로서 움직이고 생각하고 결정함으로써 알아가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이제야 이런 재미를 알게 된게 조금 아쉬울 정도였다. 결혼 전에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독립을 해보았더라면, 또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하지만 이제야라도 알게 되니 다행이다. 남편은 다행스럽게도 나의 취향을 존중해주어 신혼집이라는 공간을 나의 색깔로 꾸며놓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편안한 쉼이 되어주는 공간인지를 하나둘 느껴가고 있다. 식탁 위에 놓인 작은 꽃 한 송이 만으로도 그 날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고, 창가 옆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의 경이로운 생장을 지켜보는 일도 얼마나 나에게 큰 기쁨이 되는 일인지 하루하루 깨달아간다.
어쩌면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당시에는, 나의 자의보다는 부모님의 자의가 더욱 많이 반영되었기에 내 관심이 덜했던 것일수 있다. 물론 신경쓸 것들이 많아진만큼 내가 책임져야 할 일들도 많아졌다. 가장 크게는 이 공간에서 편안한 쉼을 얻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집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해야하지만, 나름대로 정리의 즐거움 마저 생긴 터라 집 안에서 보내는 하루가 점점 더 좋아진다. 특히나 매번 소비에 대한 각성 없이 밖에서 마셨던 커피 대신, 조금이나마 절약하기 위해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고, 집에서 건강하게 우려먹는 차 한잔이 오히려 더 좋아진 요즘이다. 그리고 원하는 책들과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이따금씩 각자의 일을 하다 나누는 남편과의 대화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의 공간과 취향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쉼이 된다.
그래서 결혼은 생각보다 멋진 독립이다. 나와 다른 세계를 가진 남편과 함께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희로애락도 있지만, 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알 수 없었던 세계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통해, 내 세계를 더욱 확장해가고 또 나의 취향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은 결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만일 누군가 나에게 결혼 생활에 대해 묻는다면, 결혼 생활로 인한 '고(苦)'는 생략한 채 우스갯 소리로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이토록 놀라운 결혼이라니, 당신도 기꺼이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