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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하늘 Nov 29. 2022

학교 밖의 세상으로 나온 후

After being out of the school

얼마 간의 고민 끝에, 학교 밖으로 나오기로 결정했다. 얼마 간이라기엔 제법 긴 시간이기도 했지만, 결정을 내리고 나니 해야할 일들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해 선택했던 대학원 덕분에, 석사 학위를 어거지로 가진 연구자가 되었고 덕분에 스스로 이 거친 세상에서 말로, 글로 싸울 힘을 얻게 되었다. 과연 그 힘이 어디까지 영향력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난했던 석사 과정에서 얻은 힘은 바로 싸울 용기가 아니었는가 싶다.


그렇게 학교 밖으로 나오고 나니 더 많은 동료들이 보인다.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눈물겹게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해 애처롭게 힘쓰고 계신지, 하루 하루를 얼마나 고단한 노력으로 채워가고 있는지 그 현실이 더 크게 와닿는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한번 싸워볼 용기를 갖기로 했다.

학교 안팎으로 노력하고 계신 같은 뜻을 지닌 선생님들과 함께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꿔나가고 싶다.


지난 몇 년간의 시간동안 만났던 나의 동료교사들은 한 분 한 분 너무나도 멋진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스승이셨다.

또 그들은 초임교사인 나에게도 스승이자, 교사이셨다.

마치 본인들은 학교 안을 지킬테니, 너가 밖으로 나가 한 번 싸워보라, 는 이야기를 마음으로 건네주신게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힘들면 그만두어도 좋다고 이야기해준다. 또, 반대로 용기도 건네준다.


학교 안에서의 나는 내가 꿈꾸던 어떤 그림들이 좌절될 때마다 그냥 타성에 젖은 나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다들 그런거니까, 그런거야, 라며.

그리고 나 또한 그 공간 안에서는 무력하게 행동하고 자각없는 행동들을 하곤 했었다. 매 순간, 자각있는 행동을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특히나 그 공동체에 속했을 땐 더욱이 그런 행동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공동체 속에서 그런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시는 분들을 이제 와 떠올려보면, 참으로 대단하시다 느껴진다.


학생이었을 땐 그저 선생님을 특정 교과 선생님으로 밖에 볼 줄 몰랐다. 어떤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더 싸우고 계신지, 어떤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신지, 그러한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는 하루 하루 급식메뉴가 중요했던, 친구들이 우선이었던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자식에서 부모가 되고, 학생에서 선생이 되고, 대학생에서 연구자의 길로 나아가고, 푸르른 청년에서 성인이 되어가기까지의 모든 과정과도 닮아있다 느껴진다. 앞으로도 그렇게 성장해가기까지, 지난 나의 삶이 그러했듯, 무수한 실패와 그리고 일련의 결실을 맺는 과정들을 만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 안에 있을 때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듯, 그 공동체 안에 속해있을 땐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미처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바깥에서 그들이 속한 공동체를 위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들을 하나씩 함께 해나가고 싶다.


당신들은 학교를 잘 지켜달라고, 그리고 나는 학교 밖에서 당신들과 그 아이들이 속한 곳을 위한 일을 해나가겠다고. 물론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나는 어떤 형태로든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과정은 지속할 것이다. 다만 이전과 같은 형태는 아닌, 시간강사든 혹은 관찰자의 입장에서든, 학교 안과 밖을 함께 경험하며 그들을 위한 일들을 해나가겠다 다짐한다.


무엇보다 나의 이 무모함을 모른 척 지지해주는 남편에게 마음 깊이 제일 감사하다. 말 없는 남편의 마음이 어떨진 가장 잘 알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가 속한 그 공동체와 그가 앞으로도 만날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그가 퇴직할 즈음엔 그도 그러한 변화를 느끼게 되길. 우리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길 조금이나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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