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마켓 6.0>, 일헥타르 컴퍼니
2023년 초 Chat-GPT가 세상에 나오고 고작 1년. 사람들의 삶이 뿌리째 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출현 이후로 가장 큰 변화, 아니 어쩌면 그보다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죠.
그 변화는 일상이나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마케팅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에는 좀처럼 답하기 어렵죠. 인공지능의 실체조차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데, 그게 기업에게, 소비자에게, 시장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는 것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이런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비전의 제시해 주는 마케팅의 구루가 있으니, 바로 필립 코틀러입니다.
필립 코틀러는 가치 소비의 등장을 역설한 <마켓 3.0>부터, 4차 산업 혁명이 마케팅에 미칠 영향을 풀어낸 <마켓 4.0>, 휴머니즘 중심의 기술을 강조한 <마켓 5.0>까지 시대의 변화와 마케팅 트렌드의 변화를 해설해 주고 방향을 제시해 줬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 <마켓 6.0>을 출간했습니다.
<마켓 6.0>은 AI시대에 마케팅의 변화와 고객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마켓 4.0과 5.0에서 기술의 발달에 따른 변화와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이번 책은 좀 더 구체적인 기술의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AI의 등장으로 폭풍 같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시대에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있죠.
오늘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AI가 가져올 마케팅 트렌드의 변화와 대응방안 10가지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책을 참조하기도 했지만 '일헥타르 컴퍼니'라는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를 요약 정리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과 함께 넓은 인사이트를 주는 영상이니, 시간이 되신다면 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bQsOXwEDCE&list=LL&index=24&t=2s
과거 집단주의적인 의사결정 경향이 개인화되고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소위 '어른'이라고 불리는 권위자나 '대중'으로 인식되는 사회의 압력이 약화되고 '나' 혹은 또래집단의 주도성이 강화되고 있죠.
이러한 경향은 온라인에서 더 가속화되고, 극단적으로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소통을 차단하게 될 거예요. '절대다수'가 사라지고 소수의 수많은 그룹이 나눠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브랜딩'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합니다.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상품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 브랜드를 지지하는 집단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지는 거죠.
사람들은 점점 AI를 활용하지 않는, 불편한 경험을 주는 마케팅을 꺼릴 것입니다.
'콜 포비아(Call Phobia)', 10~20대를 중심으로 전화 통화에 공포감을 느끼는 증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발 전화 받지마라”… MZ세대는 ‘콜포비아’ 앓이 중 / 아시아투데이)
전화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과의 접촉에 대한 피로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비대면 상황이 더욱 익숙해진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키오스크나 챗봇 같은 기술이 도입되면서 사람과 직접적인 소통 없애는 매장이나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 참을 필요 없고, 전화기를 들고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등 이점이 부각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 기술 수준이 완벽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AI 경험 역시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대면 트렌드는 가속화될 것 같아요.
지금은 프랜차이즈나 대규모 비즈니스 중심으로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곧 소규모 상점도 AI활용도가 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세계의 비즈니스가 발전할 거예요. 한동안 바람이 불었다가 지금은 시들해진 그 메타버스요.
닷컴버블이 인터넷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았던 것처럼, 얼마 전 불었던 메타버스 붐도 시기가 좀 일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핸드폰이 뉴노멀이 된 것처럼 가상세계에서의 활동 역시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제품을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가상세계에 찾을 수 없는 제품은 점점 신뢰도를 잃게 될 것이라고도 하고 있어요.
가상세계의 발전과 맞물려 온오프라인 공간을 나누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O2O(Online to offline, ex.온라인에서 구매한 물건을 오프라인으로 받는 것), O4O(Online for offline, ex. 오프라인 매장으로 소비자를 끌어오는 것)라는 개념이 활성화되고 있죠.
지금은 유통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러한 경향은 더 가속화될 거예요.
이 책에서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디지털과 물리적 실제 공간(매장 등)이 융합된 것으로 보는데요. 예를 들면 AR 기기를 쓰고 매장에 들어가면 매장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된 물건의 종류가 다르게 보이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상황과 시기에 맞춰, 혹은 더 나아가 개인의 선호도에 맞춰 공간 디자인과 경험을 맞춤화할 수도 있을 거예요.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는 더욱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입니다.
검색을 통해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합리적 소비 경향이 더욱 가속화 되는 것이죠. 따라서 얕은 마케팅, 브랜딩은 실체가 쉽게 드러날 거예요.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가심비'라는 이름 아래 높은 가격만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소구하는 브랜드는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지죠.
다르게 말하면, 브랜딩의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주는, 즉 소비자의 생각과 성향, 가치관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브랜드만 사랑받게 될 거예요.
앞으로는 체험이 더 큰 사랑을 받을 거예요.
이미 상품과 서비스는 넘쳐나는 세상이죠. 부족함은 없습니다. 따라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문화적 체험을 기대할 것이고, 체험 비즈니스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지금도 문화 비즈니스가 많이 이야기되지만, 아직 까지는 부가 서비스로 취급받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문화 체험이 메인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카페는 커피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고 하죠. 그 수준을 넘어 어떤 콘텐츠, 가치관, 이야기를 팔 것인지, 문화적 콘텐츠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순간이 오고 있습니다.
독특한 컨셉과 확실한 체험이 강력한 무기가 될 거예요.
이미 있던 트렌드지만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트렌드는 더욱 강화될 거예요.
과거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던 사회적 역할을, 이제는 기업들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기업의 책임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집단으로 치부하기에 '기업들'은 지구 환경과 사회에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그런 인식 속에서 환경, 사회와 공존을 고민하는 브랜드가 더 사랑받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환상을 소구하는 메시지는 낡은 것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완벽한 신체조건의 모델이 입은 옷을 보여주는 것이나, 완벽한 피부를 가진 모델이 화장품을 바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품에 대한 비현실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이런 환상을 소구하는 것이 더 이상 매력적이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에요.
'우리 제품만 쓰면 너도 완벽해질 수 있어'라는 거짓보다는 일반인이 나와서 솔직한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현실적 마케팅이 더 신뢰받을 거예요.
검색엔진과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의 구분이 사라질 거예요.
맛집이나 데이트 코스를 찾을 때 더 이상 네이버나 구글에만 의존하지 않죠. 오히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SNS를 찾는 비율이 더 높을 거예요.
실제로 유튜브가 쇼핑 기능을 강화하면서 네이버가 긴장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강력한 검색 기능을 바탕으로 쇼핑까지 이어지는 네이버의 강점이 점점 사라지고 잇는 것이죠. 유튜브가 검색 기능을 가져오면서 이제 네이버와 유튜브는 같은 시장에서 싸움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검색엔진과 미디어 플랫폼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걸 볼 수 있죠.
https://www.mk.co.kr/news/business/11046199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그러니까 콘텐츠를 만드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검색엔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SNS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SNS의 역할은 커뮤니티 플랫폼이 가져갈 것입니다.
SNS가 검색엔진화되면 관계성이 사라집니다. SNS는 양방향 소통, 예를 들면 친구의 소식을 듣고 내 소식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죠. 하지만 SNS가 검색엔진의 역할을 대신하는 정보 창구가 되면 관계성이 사라질 거예요. 요즘도 인스타그램에서 친구 콘텐츠가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많죠. 맛집 정보나 광고가 더 많다고요.
이런 상황에서 SNS의 역할을 대신할 플랫폼으로 디스코드 같은 양방향 커뮤니티 플랫폼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취향 맞는 사람끼리만 소통하는 커뮤니티인거죠. 이 커뮤니티에는 정보성 콘텐츠가 아니라 아는 사람들,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의 고유한 콘텐츠와 소통 있을 거예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가가 소셜의 본질인 만큼, 커뮤니티 플랫폼이 소통할 사람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소셜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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