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최고의 조언들
로펌 1년 차 때 일이었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로펌은 보험 업계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로펌들 중 하나였는데, 사실 입사하기 전 보험에 관해 크게 관심이 없었던 나도 일 년 차 때 여러 보험 관련 일을 받으며 보험 업계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고, 시야도 넓어졌다. 보험과 관련된 법률 적인 일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보험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claims 업무는 대형로펌에서 거의 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보험 회사가 다른 보험회사를 사고파는 형태의 M&A, 보험회사가 다른 보험회사의 위험을 커버하는 reinsurance 자문, 그리고 여러 catastrophe bond financing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었다.
여러 보험 관련 자문 업무 중 하나는, 50 states survey라는 일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보험에 대한 규제는 50개의 각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많은 보험 회사들은 필요할 때마다 각 주의 보험 규제 관련 법이나 행정 사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우리 로펌에 자문을 맡기곤 했다.
사실 지금은 AI가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업무일 테지만, 그때 당시 각 주마다 적어도 30분 정도 리서치를 하고 캘리포니아 같이 꽤나 까다로운 주는 훨씬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업무를 하며 걸린 시간은 총 50시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리서치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클라이언트에게 보낼 수 있는 문서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일을 한 뒤, 월요일 아침 나름 뿌듯하게 정리를 한 뒤 시니어 어쏘에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4시간 뒤 즈음, 시니어 어쏘에게 이메일이 왔다.
정리는 잘 된 것 같고, 본인이 더 추가할 것은 없어 보이는데 중간에 점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붙여진 곳이 있다고. 이런 부분은 앞으로 절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이메일이었다.
첨부된 문서를 다시 검토하며 문장의 끝에 ‘..‘이 찍힌 것을 찾았을 때의 민망함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몇 시간 뒤 내 오피스에 방문하며 나에게 ”그 점 두 개 고쳤으면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도 된다“라는 말을 해주었던 그 어쏘는, 이런 조언도 덧붙였다:
“지금 우리 로펌은 1년 차의 시간을 보통 한 시간에 $450-500로 책정해서 클라이언트에게 돈을 내라고 청구한다. 그게 우리같은 어쏘에게는 큰 의미가 있지 않아도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어쏘가 50시간 쓴 문서를 받을 때, 소형차 하나에 돈을 쓴 것과 똑같다. 클라이언트에게 완벽하지 않은 문서를 보낸다는 것은, 스크래치 난 소형차를 고객에게 팔려고 하는 것과 똑같다.”
클라이언트에게 완벽하지 않은 문서를 보낸다는 것은, 스크래치 난 소형차를 고객에게 팔려고 하는 것과 똑같다.
이 조언은 정말 그 이후로 내가 로펌에서 작성한 모든 작업물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물론 완벽이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이렇게 뼈저리게 깨닫고 난 뒤, 매번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문서와 이메일을 읽고 또 읽고… 그것도 부족해 5번은 더 읽고 보내도 ‘혹시나’ 실수를 했을까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게 내가 선택한 직장이었던 것을.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이 시니어 어쏘는 나를 예쁘게 봐주어서 몇 달 뒤, 본인이 자처해 나의 멘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