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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에세이]_몸과 마음 챙기기

by 민트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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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란 그릇에 영혼과 영혼의 마음도 담겨 태어났다. 몸을 잘 사용하지 못할 때는 그 사용법에 익숙해지느라 많이 바빴다. 인생의 모든 목표는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사용하는 것이었고, 적응력이 좋아지면서 몸은 점점 커져갔다. 커진 몸에 걸맞게 다양한 마음도 함께 생겨났다.


어렸을 때부터 통통했던 나는 정상 혹은 비만이라 일컫는 경계 사이에 껴서 잔병 치례를 많이 하며 컸다. 물렁살인 데가 탄탄하지 못해서 쉬 피로했으며 계절 감기는 달고 살았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런저런 운동을 하며 조금씩 건강해졌는데 어느새 야금야금 올라간 체중계 숫자는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는 중년이 되어버렸다. 별다른 근심 없이 평온했던 마음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조차도 낯설게 등장했다. 무서운 마음이 들 때는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로 해결하곤 했다. 서로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던 몸과 마음은 긴밀히 연결되어 서로를 옥죄기 시작했다


병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내 몸조차 내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 나이가 되자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탄수화물을 줄여도, 강도 있는 운동을 조금 더 해보아도 찐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할 뿐 더 이상 체중 감량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돌아온 건 다양한 병명과 대사이상증후군 전단계라는 통보뿐. 평생 다이어트 중이라는 말을 달고 살던 나는 아주 진지하게 진짜 다이어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침 평소 다니던 클럽에서 진행하는 체중감량 프로젝트가 있어 신청하고 상담을 받았다. 대표님께 정신이 번쩍 들게 혼내달라고 말하는 내 모습에 나도 웃고, 대표님도 웃고. 빵과 면류를 좋아하는 식습관 개선이 필수라는 말씀에 그날부터 바로 밀가루 음식을 끊었다. 그나마 맛있는 것을 먹는 낙으로 살았는데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제한은 마음을 많이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건강해질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우울함을 이겨내기로 마음먹자 음식으로 도 닦는 느낌은 들었지만 참을만했다. 6월부터 학교 급식을 끊고 현미밥과 건강한 반찬을 담은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한 결과 현재 스코이는 -4.5kg. 잘라내고 싶었던 뱃살이 없어지자 살 것 같다. 몸이 가벼워지니 덩달아 기분까지 굳.


이렇게 기분 좋아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오늘 바로 속상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마음이라는 건 요상스러워서 아주 평온하고 차분하다가도 자극이 들어오면 감정의 파도를 타고 넘실댄다. 이럴 때가 되면 여지없이 컨트롤타워가 고장 난다. 그리고 평소에 숨어있던 내면 아이가 여지없이 나타나 속상해하고, 화를 내고, 투정을 부린다. 물론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밖으로 표출하는 것보다 나만 아는 마음속 전쟁일 때가 많다. 이런저런 자극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그나마 다행은 화가 난 감정이 요동치고 있을 때 예전에는 그 감정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면 요즘은 그 상태의 나를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화가 나있구나. 지금 속상하구나'처럼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온해지기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다. 둘인 듯 하나인 듯 몸과 마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평생 함께 가야 할 동료가 아닌가 싶다. 서로의 건강을 잘 챙기고 보살피며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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