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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귀스타브 카유보트

음악이 들려오는 비 오는 풍경

by 민트아트

이번 주 그림의 주제는 비입니다.


여러분은 '비'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비가 오는 그림을 감상해 볼까요?

G._Caillebotte_-_L'Yerres,_pluie.jpg

그림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그림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떠오른 질문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적어보세요.




그림을 보며 든 생각

떨어지는 빗물이 자아내는 원 모양이 없었다면 비고 오고 있는 중인지 몰랐을 평온한 강가의 풍경이다. 빗줄기를 그리지 않고도 비 오는 풍경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인물이 주를 이루는 그림과 달리 풍경화가 주는 편안한 매력이 있다. 일상에 지쳐 자연으로 나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상태를 우리는 '멍'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불멍, 물멍, 눈멍... 이 그림은 물멍과 비멍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림 중 최고가 아닐까 한다. 크기와 배치가 제각각인 원 모양을 보다 보면 작은 빗소리와 함께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모르게 동그라미를 따라 그리다 흠칫 놀라지는 않았는지. 비를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비는 막 오기 시작한 가랑비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나무의 초록 붓터치가 주는 생생함에 힐링하고 강물에 비쳐 고르게 퍼진 초록계열 색의 매력에 또 한 번 빠진다. 강 건너편 작은 배가 이 풍경 안에 작은 이야기를 던져준다. 누가 탔던 것일까. 누가 탈 것인가. 강과 땅을 구분 짓는 얇은 둑처럼 보이는 경계선은 액자처럼 보여 그림 안에 또 다른 그림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화가가 서있는 땅과 강이 서로 시 공간이 다른 느낌도 든다. 그냥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편안해지는 그림이다.



그림을 보며 느껴진 단어

동그리미, 운율, 리듬, 편안함, 평화, 비멍, 물멍, 여름, 여행, 산책, 추억, 초록, 힐링, 피아노 소리, 빗소리


내가 지은 제목

비 오는 강가


떠오르는 질문

- 화가는 비 오는 날 이젤을 펴놓고 비를 직접 관찰하며 그렸을까?

- 배는 평소에 사용했던 것일까?

- 저 배가 이 강물에 뜰까?

- 강물 옆에 테두리를 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 비가 많이 오면 범람하지 않을까?

- 강물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 나무 사이로 보이는 집은 화가의 집일까?

- 비가 막 오기 시작한 것일까?

- 화가는 비를 좋아할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강, 비>, 1875, 인디애나 대학교 에스케나지 미술관


귀스타브 카유보트 (1848-1894)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1848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판사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학을 전공했지만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 참전했다가 귀환 후 미술 공부를 시작했지요. 1873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콜 데 보자르)에서 사실주의 화가 레옹 보나의 문하생이 되었고, 1874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아 젊은 나이에 부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미술 수집가이자 인상주의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었죠.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1874)의 기획과 후원을 맡았고, 제2회 때는 직접 <마루를 깎는 사람들>을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카유보트가 오랫동안 화가보다 수집가로 알려진 것은 집안이 부유하다 보니 자기 그림을 팔 필요가 없어 소장만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그림에 진심이었고, 열심히 그렸습니다. 카유보트는 대상을 해체하며 즉흥적인 기법을 사용한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치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19세기말의 파리의 모습과 노동 현장을 담아냈지요. 부유함에 가려 그림에 관한 뛰어난 재능과 노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카유보트는 안타깝게도 45세에 뇌졸중으로 사망하고 맙니다. 카유보트의 작품은 고국이 아닌 미국에서 1960년대가 되어서야 재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카유보트의 비 그림 중 더 많이 알고 있는 유명한 그림이 있지요. 미술 교과서에서 소실점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그림 중 하나인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입니다. 여기에서도 빗줄기는 보이지 않지요. 우산을 쓴 사람과 바닥에 고인 물로 비가 오고 있음을 짐작할 뿐입니다. 그래서 카유보트의 비 오는 그림은 차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Gustave_Caillebotte_-_Paris_Street,_Rainy_Day_-_1964.336_-_Art_Institute_of_Chicago.jpg 귀스타브 카유보트,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 1877, 캔버스에 유채, 276.2 X 212.2cm, 시카고 미술관


또 다른 비 그림을 감상해 볼까요? 비가 내리 꽂히듯 떨어지고 있습니다. 소나기가 아니면 장맛비처럼 보이지요? 힘이 있는 빗줄기는 초록색과 만나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터치를 잘 보셔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누구의 그림일까요? 맞아요. 고흐의 작품입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듯 제가 비와 함께 땅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카유보트의 비 그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지요. 비의 종류와 비를 그리는 사람의 마음, 화가의 표현력에 따라 이렇게 같은 주제 다른 그림이 펼쳐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비 그림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Vincent_Willem_van_Gogh,_Dutch_-_Rain_-_Google_Art_Project.jpg 빈센트 반 고흐, 비, 1889, 73.3X 36.4, 필라델피아 미술관


Van_Gogh_-_Landschaft_bei_Auvers_im_Regen.jpeg 빈센트 반 고흐, 비 오는 오베르의 풍경,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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