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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론 뮤익

인간과 동물의 신경전

by 민트아트

이번 주는 오랜만에 조소 작품으로 찾아왔습니다.

입체 작품이기에 다양한 방향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christchurchartgallery.org.nz/bulletin/220/ron-mueck-chicken-man



작품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작품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떠오른 질문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적어보세요.




작품을 보며 든 생각

속옷만 걸친 노인이 식탁에 앉아 삐딱하면서도 공격적인 자세로 닭을 응시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닭도 노인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서 있다. 마치 둘은 링 안에 있는 선수 같다. 경기가 벌어지기 전 서로를 탐색하는 기싸움이 한창이다. 두 선수가 인간이었다면 뻔한 대립 구도의 줄거리를 상상했겠지만, 인간과 동물의 대비는 또 다른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동물, 그중에서도 사람이 즐겨 먹는 닭이, 죽음을 맞이해서야 오르게 되는 식탁 위에 당당히 서 있다. 그것도 살아서.


뼈 이외에 모든 것을 인간의 식욕을 위해 희생되는 먹을거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상황에서 치킨 요리를 떠올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다. 닭의 관점에서 인간은 자신들을 먹어 치우는 괴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옷을 벗은 인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물질적, 사회적 옷을 입고 있지만 옷이 벗겨지는 순간 인간도 한낱 동물에 불과하다.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는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알몸으로 돌아간다는 인간 삶의 진리를 닭과 마주침, 또 대결 구도를 통해 보여주는 것일까?



그림을 보며 느껴진 단어

환생, 탐욕, 투쟁, 응시, 대화, 침묵, 불통, 결투, 복수, 부끄러움



내가 지은 제목

암투



떠오르는 질문

- 노인이 옷을 벗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닭은 왜 암탉이었을까?

- 노인이 키우는 닭일까?

- 닭은 노인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 노인은 왜 주먹을 쥐고 있을까?

- 노인은 닭을 잡아먹고 싶은 걸까?

- 암탉에게는 새끼 병아리들이 있을까?

- 수탉은 어디 갔을까?

-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 둘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일까?

-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올라온 닭을 본 노인의 기분은 어땠을까?




조각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론 뮤익, chicken / man, 혼합 매체, 860x1400x800mm, 2019, 크라이스트처치 미술관 테 푸나 오 와이웨투 소장품


작품 이미지 출처

: https://christchurchartgallery.org.nz/bulletin/220/ron-mueck-chicken-man


론 뮤익(Ron Mueck) (1958~ )


현대 조각의 거장 론 뮤익은 1958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날 당시 그의 집안은 인형극 및 인형 제조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셜의 동네>, <리프트 오프> 등 어린이 TV쇼 제작감독으로 활동했으며, 미국으로 이주 후 영화와 광고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짐 헨슨의 판타지 영화 <사라의 미로여행>에 등장하는 '루도'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지요.


론 뮤익은 사람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제작한 <죽은 아버지(Dead Dad)>라는 작품을 통해 조각가로서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199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런던 국립미술관의 부작가로서 <어머니와 아이> , <임신한 여성> , <보트 안의 남자> 등의 작품을 제작했으며, 그 이후 해외 각지의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전시해 오고 있습니다.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한국 최초 개인전에서는 거대한 두개골 쌓아 만든 <매스>(2017)를 포함한 10점의 대표작을 선보였습니다.


론 뮤익은 산업용 실리콘과 레진을 활용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피부의 주름, 모공, 질감 등을 구현하고 털과 머리카락까지 정교하게 재현하는 극사실주의 조각가입니다. 하지만 디테일의 극대화에만 멈추는 것이 아니고 작품 크기를 극단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해 현실감을 왜곡시켜 일상적인 순간을 낯설게 만들어 버리지요. 관객은 다양한 '사람'을 작품으로 마주하며 가족, 죽음, 탄생, 사랑 등에 대해 공감하고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치킨/맨> 작품 또한 실제 인물의 절반 정도 크기의 작품입니다. 전시된 공간에서 이 작품을 직접 본다면 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만화 속 한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지 않을까요.


"표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포착하고 싶은 것은 내면의 삶입니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Thaddaeus Ropac)온라인 홈페이지에 실린 론 뮤익 작품 소개 글 중 일부입니다. 그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관람자는 실물과 구별하기 힘든 인간의 모습에 더 극적인 몰입이 가능하며 작품을 바라보며 인간의 감정을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가 작품을 많이 만들지 못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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