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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모리스 위트릴로

같은 장소 다른 풍경

by 민트아트

이번 주는 풍경화를 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시기와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그림을 천천히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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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그림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떠오른 질문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적어보세요.





그림을 보며 든 생각


가을 냄새가 풍긴다. 조금은 가라앉은 갈색톤에 기분마저 차분해진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함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한해의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은 마무리해야 할 것이 많다. 구름이 낀 흐린 날씨에 살짝이 보이는 파란 하늘에 희망을 가져 본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마음은 벌써 한 해가 다 간 듯하다. 지나 온 10여 개월이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오른쪽에 있는 높은 담벼락이 넘어야 할 산처럼 답답해 보이는데 그 안에 있는 검은 건물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길을 사이에 두고 비교되어 그런지 왼쪽에 있는 나지막한 집의 아기자기한 구조가 내 마음에 쏙 들어온다. 굴뚝의 빨간 뚜껑들이 산수유 열매처럼 그림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조금은 쓸쓸한 가을 풍경에 요즘 나의 심경이 비친다. 골목길 저 끝으로 앞서 걸어가는 사람을 쫓아 나도 남은 시간 열심히 걸어가야겠다.


그림을 보며 느껴진 단어

가을, 쓸쓸함, 일상, 계절, 골목, 마무리, 걷기, 희망


내가 지은 제목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길


떠오르는 질문

- 오른쪽에 있는 검은색 형상은 건물일까?

- 오른쪽 담벼락이 높은 것을 보면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맞을까?

- 담벼락은 실제로 이 높이였을까?

- 인물을 가까이에 그리지 않고 멀리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 이 그림에 인물이 없다면 어떤 느낌일까?

- 하얀 울타리에 문은 원래 없는 걸까?

- 등장인물의 숫자는 계획된 것일까?

- 가을 풍경을 그리면서 화가는 어떤 마음을 담았을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모리스 위트릴로, <라팽 아질>, 1913, 캔버스에 유채, 나고야 미술관



모리스 위트릴로 (1883~1955)



모리스 위트릴로는 1883년 파리에서 화가이자 인상주의 화가들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의 사생아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없었던 그는 여덟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와 오랜 우정을 유지했던 스페인의 화가이자 비평가인 미구엘 위트릴로의 호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위트릴로라는 성을 사용하게 되었고,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트릴로는 모델과 화가로 활동하느라 바쁜 어머니로 때문에 외할머니 집에 맡겨져 자라게 되는데요. 어린 나이에 알코올 중독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잔 발라동은 중독 치료의 한 방법으로 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보헤미안처럼 살아가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위트릴로는 젊은 시절 대부분을 몽마르트르 거리에서 보냈고, 파리의 교외지역과 몽마르트르 거리를 나름의 화법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위트릴로는 흰 물감에 모래나 석회를 섞어서 건물이나 길바닥의 질감을 캔버스에 잘 표현하였으며, 어머니 외에는 특별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나름의 순수한 작품 세계를 이루었습니다. 남겨진 유화만 3,000점이 넘습니다.


그림 속 풍경의 왼쪽 건물은 그림의 제목과도 일치하는 <라팽 아질>입니다. 1860년부터 영업한 오랜 역사를 지닌 몽마르트르의 선술집이죠. 이런 곳을 '카바레'라고 불렀는데 음악, 춤과 같은 쇼를 즐기면서 술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을 뜻합니다. 프랑스 만화가 '앙드레 질'이 냄비에서 뛰어내리는 토끼 그림을 간판에 걸어 놓은 것이 인기를 얻으면서 '오 라팽 아질(날쌘 토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위트릴로뿐 아니라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몽마르트르에서 활동했던 유명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예술의 중심지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도 영업 중이며 언덕으로 오르는 골목길은 그림과 똑같은 모습입니다. 벽 색깔은 바뀌었지만 초록색 창문틀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예술인과 관련된 자취를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그들의 문화의식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의 그림을 더 감상해 보겠습니다. 위트릴로가 이곳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림에서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계절에 따라, 화가의 마음에 따라 같은 장소일까 싶을 정도로 느낌이 다 다르게 다가오실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라팽 아질'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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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팽 아질의 변화된 모습입니다.

1880~1890년 대의 모습
스크린샷 2025-10-12 152946.png 2019년 모습
스크린샷 2025-10-12 083144.png 최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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