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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아트 May 04. 2024

'강원국에게 인생을 묻다' 명사 초청 특강 후기


지난주 토요일 정기 총회 전 교사성장학교 명사 초청 특강(강원국에게 인생을 묻다)을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옮긴 공들인 후기를 쓰려고 하다 보니 매일매일 올리는 글에 밀려 다시 주말이 되었네요.


강의 의뢰가 왔을 때 작가님은 교사들이 모여있는 자리라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승낙을 해주셨다고 해요. 알고 보니 작가님의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교사이셨더라고요. 그래서 더 교육 쪽에 관심이 크신 것 같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북토크를 처음 경험했습니다. 그 생동감 넘치는 현장의 첫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김현희 연수기획팀장님과 이종관 대표님께서 사회를 맡아 독자들의 질문을 대신해 주시고 작가님이 대답해 주시는 형식이었는데 달변이신 세분의 케미가 너무 좋아 현장은 웃음과 감동이 넘쳤습니다.


저는 사실 강원국 작가님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어요.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어 보지 않았거든요.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직접적인 만남의 자리여서 그런지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강렬한 내적 친밀감이 생겼습니다. 재미있게도 작가님께서 15인의 인생을 듣고 기록한『인생 공부』처럼 저는 강원국 작가님의 인생을 들었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공부』책 형식처럼 저도 작가님의 인터뷰 내용을 글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질문을 잘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직장 생활을 25년 하는 동안 딱 두 가지 말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하나는 질문에 답하는 거였고요. 다른 말 하나는 그분(대통령, 회장)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그분들이 듣고 싶어 하는, 기대하는 말을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그분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늘 그들의 질문이 뭔가 그걸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험이 좀 바탕이 됐던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질문을 잘하려면 질문을 받는 분을 잘 알아야 됩니다. 그분이 갖고 있는 게 뭔지, 뭘 물어봤을 때 대답을 잘할 수 있는지, 그분이 또 자랑하고 싶은 게 뭔지, 잘할 수 있는 말의 분야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실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예리하게 찔러서 그 사람을 난처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질문을 받았을 때 그렇지 않아도 내가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하는 말들을 물어봐 주면 대답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또 많은 걸 끌어낼 수가 있습니다. 그분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자꾸 물으면 그분도 난처하고 질문을 통해서 얻는 것도 없고요.


그래서 저는 라디오 방송할 때도 나오시는 인터뷰이를 최소 3시간 이상 공부했습니다. 그분이 어떤 말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경험들이 있는지 어떤 것을 많이 알고 계신지 그걸 뽑아내줘야 청취자들이 그 짧은 시간 내에 보다 많은 걸 얻어 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인터뷰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것저것 찔러보면 그분도 힘들고 얻는 것도 없습니다. 그분을 알아야 된다는 것들은 그분이 어떤 수준인지, 그분의 관심사가 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 사전 공부가 질문을 잘하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가 작가님에게 어떤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냐 이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제일 받고 싶은 질문은 아무래도 좀 자랑하고 싶은 것을 물어봤을 때 그 질문이 제일 반갑죠. 자랑이라는 것이 내가 이런 업적이 있고 이런 것을 했다는 것보다 내가 아는 것을 자랑할 수 있고 내가 공부한 걸 자랑할 수 있겠죠. 그걸 물어봐 주면 저의 대답이 그분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보통 그런 질문 소재 거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거의 매일 강의가 있습니다. 강의 들으시는 분들이 질문을 해 주시는 게 있지요. 사람들이 이런 걸 궁금해하시는구나를 강의 현장에서 알 수 있고 두 번째는 책에서 찾습니다.

책을 계속 질문하면서 읽게 되거든요. 저자가 뭐라고 써놨으면 이것이 맞나? 내 생각은 뭐지? 이것과 다른 생각은 없나?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목차를 많이 보다 보면 그 목차 하나하나가 다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목차는 다 질문입니다. 질문거리가 궁하면 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질문을 많이 하려면 공부를 해야죠. 공부의 분량이 적은 사람과 이렇게 덩어리가 커진 사람과는 표면적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습니까? 저는 이 표면적에 따라서 질문의 가짓수도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겠어요. 이게 작으면 여기에 붙는 질문들이 적을 수밖에 없고요. 공부를 좀 해서 배경지식을 쌓고 자기 생각을 넓혀 덩어리가 커지면 그만큼 질문도 많아지게 됩니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이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이 사실 질문을 더 많이 하고, 질문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해야 되는데 그 친구들은 질문을 잘 안 하고 못하지요.


    세바시 강연 마지막에 작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고요.  그래서 '작가님은  참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사람이 돼야 된다. 그것은 멋있게 말하려고 한 거고요(웃음). 뭔가 마무리를 지어야 되기 때문에.

사실 저는 글쓰기를 듣기로 배웠습니다. 전 듣고 썼습니다. 저는 회장님들, 대통령의 글을 쓰는 일을 오래 했는데 그 글들을 그분들의 말을 듣고 썼거든요. 말이 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은 누구에겐가 말을 듣고 그 들은 말을 글로 써보시는 훈련을 많이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친구들끼리 짝을 지어서 이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말하고 들은 친구가 들은 내용을 글로 쓰고 또 역할을 바꿔서 또 반대로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들은 내용은 쓰기가 제일 쉽잖아요. 말하기, 읽기, 듣기, 쓰기 중에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듣기이고 듣는 데 제일 익숙하고요. 그래서 들은 내용을 글로 쓰는 게 저는 쉬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와대에 있을 때도 네 사람에게 듣고 썼습니다.

첫 번째가 대통령이고요.

두 번째가 대통령의 말을 들을 사람에게 가서 들었습니다.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뭐가 궁금한지.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해줬으면 하는지. 어차피 그 사람들에게 말하려고 대통령이 말하는 거지 않습니까?

세 번째는 전문가에게 가서 취재를 한 거죠. 전문가에게서 들어야죠.

네 번째는 일종의 민심이랄까, 여론이랄까, 그 당시 국민들의 분위기를 들어야죠.

그것은 여론조사 비서실에 가서 듣습니다.

이렇게 네 군데에서 듣고 쓰면 사실 어떤 글이든지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통령의 말이라는 것이 크게  다섯 가지 말을 하거든요.

첫 번째는 하고 싶은 말이 있죠.

두 번째는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해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네 번째는 해선 안 되는 말이 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은 또 안 해야 되고요.

마지막 다섯 번째가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저는 사람마다 할 수 있는 말이 양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총량의 크기가 다 다릅니다. 할 수 있는 말 안에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 들은 정보, 자기의 어떤 경험, 자기의 생각, 자기의 느낌, 감상 이 모든 것이죠. 그 양이 일단 적으면 말하기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저는 그런 것이 적기 때문에 전문가를 통해서 보충하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는 대통령에게서 듣고 이런 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책  마지막 에필로그에 열등감이라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작가님이 열등감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인생의 어려움이 있으셨고 있으셨다면 전화위복의 계기를 어떻게 마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최고의 재난이죠. 저는 그 이후로 안전에 위협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안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관계가 좋아야죠.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야지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나의 적이 생기거나, 관계가 틀어지거나, 어떤 집단 내에서 내가 소외되거나 이러면 위험해지잖아요. 그래서 늘 관계를 좋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관계를 좋게 만드는 방법은 숙이고 들어가는 겁니다. 무게 중심을 상대에게 두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려면 어떤 우월감을 가지고는 그런 상태를 못 갑니다. 기본적으로 열등감 상태에 있어야 되는 거죠.

또 하나는 좀 위험해지는 건 관계 말고도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실력이 없어서 낙오되거나 도태되거나 경쟁에서 뒤처질 때 그때 위험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실력이 없고 재능이 없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게 되고 믿지 않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나를 잘 포장해서 나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된다. 그것이 시험 성적이건, 내가 쓰는 글이건, 내 말이건 어쨌든 늘 포장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그분들이 늘 기대치가 높았어요. 적어도 그분한테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서는 100전 100패예요. 그러면 그분 밑에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나를 들키면 나를 계속 쓰지 않죠. 어쨌든 그분 밑에서 일을 하려면 내 수준을  높여서 그 결과치를 늘 높여야 됐으니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요. 그러니까 글 하나 쓰고 뭘 하는 것 모두가 힘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늘 느끼는 것이 열등감이었어요.


    작가님이라면 지금 시대에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학교에 가서 많이 하는 얘기입니다. 요즘 학생들의 공부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읽기, 듣기 중심 공부고요. 거기에 경쟁이 붙어 '읽기, 듣기, 경쟁'이 됩니다. 그래서 공부가 재미없고 힘들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말하기, 쓰기를 넣고 경쟁을 협력으로 바꾸면 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런 겁니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교과서 읽기를 하죠. 그건 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들은 것, 읽은 것은 아직 내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 글로 쓸 수 있는 것만 내 것이거든요. 내 것을 만들려면 읽고 들은 단계 다음으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수업을 1시간 들었으면 선생님이 오늘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생각해 보고, 한 단원을 읽었으면 다음 단원을 넘어가기 전에 방금 읽은 내용이 뭐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생각을 하면 뭔가가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세 번째로 그것을 메모해야 합니다. 메모는 글쓰기의 일종이죠. 그리고 이 메모한 것을 친구에게 말해봐야 합니다. 이러면 말하기가 되고  말을 한다는 것은 친구와 협력하는 일이 되는 것이고요. 말을 하면서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친구에게 묻고, 또 친구에게 설명해 주면서 출제자가 되고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3명이 모여서 하면 3인분 공부가 되고 거기서 끝내면 안 되고 친구에게 해준 얘기, 친구에게 들은 얘기를 글로 써야 됩니다. 글로 써야 단단해지고 글로 쓰면서 찾아볼 것을 찾아보고 보충할 것을 보충해서 정리를 좀 확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읽기, 듣기 다음 바로 시험을 봅니다. 중간에 자기가 뭔가 생각하고, 말하고, 글 쓰는 과정이 빠져 있는데 이 과정은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일입니다.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잘 아시듯이 미국 유럽의 교실 풍경은 우리하고는 좀 다르지 않습니까? 걔들은 발표하고, 토론하고, 글도 써서 나눠 읽기도 하지요. 선생님들이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주시는 데서 학생들이 끌려가는 입장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쟁으로 인해 표정이 어두워지는 고등학생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너희들은 오래 산다. 100살 넘게 산다. 급하게 맘먹지 마라.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고 재기할 수 있다. 그러니까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을 필요도 없고 지금 당장 무엇을 이기고, 지금 당장 잘 돼야 되고, 지금 당장 어디를 들어가야 되고 그럴 필요 없다. 길게 보고 그냥 꾸준히 쉬엄쉬엄 가면 된다. 그런 조바심을 내지 마라.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더 길고 좋은 말씀이 많으셨지만 그중 일부만을 공유합니다.

사실 강원국 작가님의 사모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책 표지글과 작가님의 표현을 존경의 마음을 담아 오마주 해봅니다.


작가님에게 인생을 묻습니다.
일생을 관통하여 응축된 지혜를 듣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씁니다.
삶의 성패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
고심하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강원국 작가님, 우리도 당신의 일생으로부터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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