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 안 되시네요.
<이봐, 친구! 그거 알아? 핸드폰비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라는 제목으로 2021년 12월 10일 출간 되었습니다.
옆 사람은 코인으로 대박나고, 옆 사람은 주식하다 쪽박찼다. '나는 뭘해야 하지?' 방황하며 아무것도 못하는 격동의 2030세대들에게 제대로 된 소비 습관을 길러주고, 트랜드에 맞는 투자방법을 제시해 주는 실제사례들로 제작되었습니다.
더이상 대출이 안 된다는 K
“대출이 안 되시네요.”
“뭐라고요? 일도 하고 있는데요. 혹시 신용등급 때문인가요?”
대부업체 러시앤** 이백오십만 원, 대출** 백오십만 원, **저축은행 사백만 원으로 합쳐서 팔백만 원의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는 K를 만났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K는 첫 상담부터 대출 내역을 공개했다. 솔직히 놀랐다. 대출금도 많고 금리도 높았다. K는 겨우 스물여섯 살이었다. 하지만 골프 트레이너와 패션모델 일을 하며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대체 돈을 어디에 다 쓰는 거지?’,
‘신용등급이 몇 등급일까?’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K는 팔라우에서 골프 사업을 하던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다. 프로 선수들과 운동을 할 정도로 재능도 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아버지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했다. 과거 함께 골프를 쳤던 사람들이 소개해주는 골프 레슨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학벌도 인맥도 없으니 프로대회에 나가 작은 상이라도 받아야 했다. 대회 준비 자금 오백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대출이 안 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던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는 이미 신용 불량자가 되었다. 어머니는 계좌, 신용카드, 핸드폰 할부를 본인 명의로 만들 수 없어 모두 아들 명의로 했다. 돈이 필요하다는 어머니 말에 덥석 현금 서비스를 받아줬던 일이 위기의 시작임을 당시에는 몰랐다. 신용카드 사용 대금이 연체되고 현금 서비스 사용 횟수가 늘자 K의 신용 등급은 8등급으로 하락했다. **은행에서는 K가 필요한 준비금을 대출받을 수 없었다. 부모 잘못으로 K는 위기를 맞았다.
골프 레슨비로 빚을 갚았고 모델료는 생활비로 사용했다.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K는 신세한탄을 했다. 대출금과 이자가 K를 압박했다. 엄마의 카드빚을 갚기 위해 골프 비수기에도 쉴 수가 없었다. 모델 일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게 아니었다. K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단지 돈이 필요해서 일하는 K에게 꿈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시간과 돈만 있으면 늦게라도 대학에 가서 골프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골프 사업도 해보고 싶어요.”
꿈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편안해 보였다.
K에게는 돈만큼이나 시간도 없었다. K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엄마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효자 아들이었다. 수시로 빚 독촉에 시달리는 엄마에게 천만 원을 해드린 날 자기도 모르게 화를 냈다며 지난날을 후회했다. 지인들에게 빌린 삼천만 원과 나머지 팔백만 원도 자신이 갚을 생각이었다. K는 이모님들이라고 불렀던 이들의 쌈짓돈을 성실히 갚아나갔다. 투잡까지 뛰면서 빚을 갚았다. 정작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대출금을 늦게 상환하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무서운 결과로 이어졌다.
K는 은행에 가서 대출해본 적이 있냐고, 대출 신청하는 줄이 얼마나 긴지 아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요즘 빚에 허덕이는 젊은층이 늘면서 20대들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늘었다. 20퍼센트나 급증했다. K와 비슷한 위기 상황에 처한 친구들이 많다는 뜻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K는 신용등급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K도 남들처럼 정기적금과 펀드에 가입해서 만기축하금을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K에게 신용등급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연체하지 않는 습관이 시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