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이유
<이봐, 친구! 그거 알아? 핸드폰비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라는 제목으로 2021년 12월 10일 출간 되었습니다.
옆 사람은 코인으로 대박나고, 옆 사람은 주식하다 쪽박찼다. '나는 뭘해야 하지?' 방황하며 아무것도 못하는 격동의 2030세대들에게 제대로 된 소비 습관을 길러주고, 트랜드에 맞는 투자방법을 제시해 주는 실제사례들로 제작되었습니다.
저축 어디에 하세요? 질문의 이유
스물다섯 살 청년 H는 지루할 정도로 말이 느렸다. 재무 설계를 하려면 사람 성향과 자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첫 만남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어디가 안 좋아서 오셨어요?’를 시작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환자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오랜 침묵 끝에 H는 10년 정도 저축해서 창업 자금 1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자동차 정비소 CEO가 되는 게 목표라며 해맑게 웃었다. 꿈을 위해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기에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면서 사촌누나네 회사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저축은 어디에 하세요?”
“…….”
그의 침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다시 물었다.
“주거래 통장이 어느 은행이죠?”
“…….”
‘혹시 외국인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한 번 더 질문을 던졌다.
“급여통장은 있으시죠?”
이번에도 대답이 없으면 상담을 중단할 생각이었다.
“……기업……은행이요.”
H는 지루한 사람이 아니라 진중한 청년이었다. ‘저렇게 진중한 성격이라면 왜 재무 상담이 필요할까?’ 그동안 내가 만나본 진중한 사람들은 안정적인 투자 성향이 강했다. 그들은 직장생활 30년 동안 물가보다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은행 상품에 급여의 일정 부분을 매달 저축하는 투자 방식을 선호했다. 회사에서 해주는 퇴직연금에 가입해 안정적으로 종잣돈과 은퇴자금을 마련하길 원한다. 진중한 H도 은행에 가면 될 것 같았다.
저축통장을 묻는 이유는 투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재무적 조언을 얻으려고 왔는데 대뜸 저축은 어디에 하고 있냐고 물으니 당황하는 것 같다. 이때 당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급여통장과 연결된 은행에 ‘몰빵저축’을 한다. 가계부나 지출 현황에 대해서도 대체로 관심이 없다. H 역시 급여통장을 계획성 있게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물었을 때 자산관리 앱을 켜서 OO은행에 얼마, OO보험에 얼마, OO증권사 펀드에 얼마, 부동산에 얼마 하는 식으로 답변하는 사람들은 꼼꼼하고, 목적이 없는 통장 쪼개기는 하지 않는다. 자산관리 앱을 통해 매달 소득과 지출을 관리했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아서 그 문제점을 파악하려고 재무 설계사를 찾는다.
질문의 이유를 설명해줬더니 자신의 재무 지식이 부족한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