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이삿짐을 싸면서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뒤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나는 지원한 대학원 중 한 곳에 입학하였고, 현재 remote 상태로 수업을 듣고 있다. 첫 강좌의 무려 6시간 짜리 파이널 시험을 보고 나니 한 열흘 지났을까 또 다른 수업이 시작됐고 20만원이 넘는 비싼 교재를 들여다보며 이 책은 왜 이리 비싼가ㅜㅜ 눈물을 흘리며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봤던 바로 그 불법복제ㅠ 원서들의 오리지널이겠지. 등록금도 비싸, 교재도 비싸, 정말이지 교육받을 권리가 이토록 제한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미국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비싼 수업료가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장애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란다. 그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공부했었다는 것.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지만 그럼에도 최근에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줄로 안다. 내가 생각하는 포인트와는 다르지만 말이다(ex. 대학 재정이 충분한 아이비 리그는 왜 장학금을 확대하지 않는가? 이런 식이다. 장학금 보다는 근본적으로 비싼 학비 자체를 조정해야 할 것 같은데....)
어찌되었든 그동안 나는,
처음에는 그냥 영어 공부한다고, 그러다가 토플 시험 공부한다고, 그리고 경단녀 안되겠다며 대학원에 지원한다고 찬바람 세차게 맞으면서 교수님들, 회사 전임자로부터 추천서를 받고, 남편한테 자소서를 첨삭받고, 그리고 DHL 한국 사무소를 왔다갔다 하는 삽질 끝에 결국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학원 두 곳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사실 합격통지서는 이미 2020년 4월경에 비슷하게 받았으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우왕좌왕하는 학교 시스템이 불안하여 일단 2021년으로 등록을 미뤘다. 결과적으로 2021년에 이르자 그간 미뤄왔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가족계획, 부동산 탐방 등등-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을 동시다발 멀티로 하겠다며 아주 힘차게 용 쓰는 중이다.
남편 역시 회사 일하랴, 대학원 다니랴, 논문 쓰랴 정말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서 둘다 팔자에도 없는 공부를 뒤늦게까지 한다고 투덜투덜하는데, 특별히 잘 하는 건 없지만 송충이가 솔잎밖에 더 먹겠냐며 하던 짓(?) 계속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서로를 위로했다.
이러한 연유로 나의 대학원도, 남편의 회사도 전부 서부에 있는 우리는 담백하게 서부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나마 Bay area였지만 사정상 여의치 않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결국엔 샌프란시스코로 결정하게 될 것 같다. 도시생활 포기못해.
이 글에 뒤이어서는 우리가 부동산을 탐방하면서 얻었던 지식과 정보들을 브런치에서 공유해볼까 한다. 부동산 에이전트 선정부터 이 지역에서 집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들이 정말 한국과는 확연하게 달라서(역시 그래서 한국은 무엇이든 편리하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가중치를 두어 고려해야 하는 점이 거의 가격으로만 수렴...) 근 한달 내지 두달 간 우리 둘다 기가 다 소진되고 말았으니까. 나중에 부동산 에이전트 자격증까지 도전할지도 모른다, 정말.
조만간 짐들은 보스턴에서 샌프란으로 온다. 바이바이 보스턴, 안녕 샌프란!
새로운 생활이 기대된다. 더불어 코로나에 대한 걱정도,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Asian hate crime들에 대한 걱정도 잠시 미룬 채 당분간 이사에만 집중할 듯 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는 이사를 카운트하면 결과적으로 세번째 이사다. 아무리 봐도 양가 부모님의 신혼 팔자를 빼다 박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