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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Jun 08. 2024

이경규의 존중냉장고 유감.

코미디언은 예능인이 아니라 예술인이다.

얼마 전 코미디언 이경규 씨가 대중으로부터 특히 반려인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유는 그가 최근에 출연한 웹예능 “존중 냉장고”라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그가 보여준 아래의 행동 때문이다.


그는 영상에서 그 옛날 양심냉장고처럼 한 공원에 잠복해 있다가 산책 매너가 좋은 반려견과 견주를 찾아 상을 주겠다고 하더니 이내 산책 잘하고 있는 진돗개들을 보며 입마개가 없다고 <참고: 진돗개는 입마개 견종이 아니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방송 내내 품종견에 대한 호의와 진도와 믹스견에 대한 은은한 적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게 왜 문제가 될까. 그건 그의 영향력 때문이다. 만약 같은 내용의 말을 뉴진스님 같은 (갑분소환 죄송) 분이 했다면 대중은 그의 실언에 관대할 수 있다. 나만해도 개를 직접 안 키우면 모를 수 있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리라..


하지만 이경규라는 개그맨이 누군가 그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애견인”이다. 이미 본인이 수 차례 방송에서 자신이 애견임을 밝혔다. 게다가 그는 현재 KBS 주말 예능 #개는 훌륭하다 출연자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데 이런 그가 진돗개는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발언을 하고 또 입마개라는 것이 마치 현대 반려인의 필수품인양 말했다.

잠깐, 입마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전 세계 어딜 가 봐도 반려견에게 이토록 입마개를 강요하는 나라를 본 적 없다


덕분에 이미 진돗개 보호자들은 치를 떠는 그 “입마개” 논란에 다름 아닌 이경규 씨가 제대로 다시 불씨를 붙인 것이다.


마치 진돗개나 믹스견은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것처럼, 같은 크기의 품종견은 입마개를 안 해도 되지만 진돗개를 키우면 입마개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을 함으로써!!!

산책잘하고있는 진돗개한테 입마개 없다고......
보더콜리는 괜히 칭찬받고

이미 상당수 반려인들은 이경규 씨가 2019년부터 고정 출연 하고 있는  # 개는 훌륭하다는 라는 매체에서 개를 대하는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특히나 큰 개와 진돗개 믹스견 등에 대해 더더욱 그렇다.


어쩐지 이 프로그램은 초반과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개를 품종 별로 일반화시키고, 문제 행동을 교정한답시고 다분히 폭력적으로 때론 보호 장비로 중 무장한 인간이 개를 무자비하게 제압한다. 마치 개는 함부로 다뤄도 된다는 듯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개를 안 키우는 사람들은 이경규 씨가 품종견을 선호하는 게 뭐 대단히 잘못한건가 할 수 있다. 물론 잘못된 건 아니다. 한데 내 말은 그런 태도를 미디어에 나와 굳이 보여줬어야 했냐는 얘기다.


통계청 추산 매년 버려지닌 유기 반려동물이 백만이 되는 가운데, 그 어떤 제지 없이 시민 사회의 자정작용 없이 사람들이 자꾸 품종견을 찾으면 전국의 시 도 보호소에서는 관리비 부담, 공간확보 등의 명분으로 개를 계속 도살할 것이다.


또 품종견 거래 풍토를 이대로 방치하면 무제한으로 불법 편법 번식공장이 계속 생겨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무서울 정도로 트렌드에 민감하고 또 그만큼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다. 반려견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에서 어떤 품종이 유행한다 싶으면 해당 품종이 빠르게 제작 유통 보급된다. 전에 주병진 씨가 한 예능에 나와 웰시코기 대중소를 소개하자. 전국에 웰시 광풍이 불었다. 그뿐 아니다. 한 동안 허스키가 많이 보이더니 또 요즘은 보더콜리가 많아졌다. 이는 동물병원 관계자들도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현상이다.


그러니 이 시대의 참 소비자라면 아니 시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제품도 아닌 생명체가 갑자가 어디서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가.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번식공장이란 게 대체 뭘까. 번식공장은 한 마디로 굴뚝 없는 개 생산 공장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인류의 오랜 친구인 개를 핸드폰 만들 듯 반도체 만들듯 닭장 같은 케이지에 넣어 놓고 주야장천 새끼를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물건을 다루듯 그렇게.  

이런 번식공장 문제는 지난해 국감을 뜨겁게 달궜던 “화성 번식장 사건” 에서 볼 수 있다. 한 직원의 양심 고백으로 적발된 화성 번식장에서는 무려 1200마리의 개 사체가 냉동고에서 발견됐다. 그뿐인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마취도 하지 않고 제왕절개를 했고 심지어 커터칼로 배를 가르기도 했단다.

그렇다. 우리가 펫샵에서 보는 하얗고 작은 개들의 모견과 부견은 실상 이런 데서 최소한의 관리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 단체와 개인이 나서 제발 개 고양이를 사고팔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가 지속되는 한 생산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걸 때문에 이러는 거다. 이 거대한 악의 사슬을 윤리적 소비로 끊어 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당연히 관련 법 제정이 먼저다.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숨도 안 쉬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법이라는 건 결국 누가 죽어야 바뀐다. 한데 이번엔 투표권도 없고 말도 못 하는 개들에 관한 법이다. 그러니 관련 법이 개정되려면 또 천년이 걸릴지 만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개그맨 이경규 씨가 이들에게 도움은 못 줄 망정 대놓고 웹 예능에서 “견종 차별” 발언을 한 것이다.


사실 그가 이러는 게 이번 한 번뿐이었다면 해프닝 정도로 여길 것 같다. 한데 그는 이미 지속적으로 “개는 훌륭하다” 에서 품종견 선호 발언을 했고 진돗개를 적대시했다. 이에 이미 참을 만큼 참은 전국의 반려인들이 분노하게 된 것이다.


여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노력해 번식 공장과 펫샵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고 나왔고, 21대 국회에서 개 식용 종식법안이 통과되며 이전보다 많은 분들의 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 대표 애견인인 이경규 씨가 한 예능프로에 나와 저런 말을 해 버린 것이다.

<필자의 반려견 진돗개 복주>

솔직히 개를 안 키우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진돗개는 의외로 실내견, 반려견으로 함께 살기 대단히 적합하다. 전에 본가에서 필자도 소형견을 여럿 길러 봤는데 진돗개를 키우고 나서는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업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진돗개는 손이 안 간다. 그저 아침저녁으로 산책만 잘해주면 작은 개들처럼 놀아 달라 보채지도 않고 헛 짖음도 없다. 생의 초기에 훈련만 잘 시키면 평생 혼자 알아서 다 한다.


이런 연유에서 진돗개에 빠지면 답 없다는 소리를 진돗개 키우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또 진돗개는 어디 아프지 않은 한 집 밖에서 배변을 한다. 그래서 집도 늘 깨끗하다. 참고로 외국에서는 개들 배변 훈련을 무조건 실외로 유도한다. 애초에 그들 인식에는 건강한 개들이란 산책하며 용변을 보는 게 정상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 북미, 유럽기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진돗개의 진짜 모습을 모르고 그저 사납다는 편견에 사로 잡혀 진돗개를 경원시한다. 우리 복주가 올 가을이면 4살인데 처음 개를 데려와 서울에서 산책을 나갈 땐 정말 별별 혐오의 소리를 다 들어야 했다.


그런데 둘째로 허스키가 오자 사람들의 태도는 백팔십도 바뀌었다. 품종견이랑 같이 다니니 오히려 사람들이 옆에 있는 진돗개 역시 품종견이라 믿는 눈치였다.

이녀석도 유기견이다.

물론 진돗개를 무서워하는 그 마음을 영 모르는 것은 아니다. 불과 얼마 전 만해도 시골집 한 구석에 묶여 낯선 이를 보고 맹렬하게 짖기만 하던 진돗개를 우리 모두 많이 봤다. 또 한국에선 희한하게 개물림 사고가 나도 대부분 진돗개다. 그런데 이건 억울한 게 개물림 사고가 빈번한 건 진돗개의 개체수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미국의 개물림 사고 품종 1위는 골든레트리버다. 또 한국 사람들은 어쩐 일인지 품종견을 진돗개처럼 1미터 목줄에 묶어 추위와 더위에 취약한 플라스틱 개집에 넣어 기르지 않는다. 이런 가혹 조건에서 묶어 지내던 개들이 어쩌다 개줄이 풀려 밖에 나가면 사고를 치게 되는 거다.


 그럼 도대체 이 많은 진돗개의 개체수는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일단 진돗개는 일본 식민지 시절 그들이 죽여 씨를 말리지 않은 유일한 종이다. 그래서 국내에는 진돗개 숫자가 많다. 또 일제 식민지 양곡 수탈, 이어진 내전과 기근으로 멀쩡한 사람도 굶어 죽던 시절의 대한민국의 근 현대사를 관통하며 사람을 잘 따르던 진돗개들은 전부 잡아 먹혔다. 하긴 그때만 해도 먹을 게 없어 영아 살해도 빈번했다고 하니 기르던 개 잡아먹는 게 대수랴.


이런 역사적 배경 덕분에 그나마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한 반도의 진돗개들은 낯선 이를 보면 컹컹 소리 높여 크게 짖고 등털을 곧추세우고 경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개들도 사람처럼 환경이 바뀌면 성격도 바뀐다. 또 타고난 기질이 아무리 사납다한들 제대로 된 돌봄을 받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교육하면 달라진다. 해서 나를 포함한 요즘 반려인들은 개의 사회화 훈련에 최선을 다 하며 산다. (우리 집의 사고는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전부 허스키 놈이 친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도시에서 만나는 줄 산책하는 진돗개들은 전부 무해하다는 걸, 만약 공격성이 심한 개라면 애초에 도시로 데려오지도 못했을 거 라는 걸, 설령 그들이 도시에서 산다면 이들은 인적이 드문 시간에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곳에서 산책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러니 다들 안심 헤도 된다고.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이천 년대 초반 MBC의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이 안방극장에서 무려 10년 간 내보낸 ”나만 아니면 돼 “ 신드롬이 이 사회를 더 각박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가뜩이나 서구 열강의 신자유주의 이념이 거세게 밀려올 때, 하필이면 주말마다 티브이에서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나와 “ 나만 아니면 돼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부지불식간에 마치 그래도 되는 것처럼 굴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전부 하나같이 누군가의 불행을 보며 “나만 아니면 된다”고 외쳤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정말 나만 아니면 될까? 아니. 내 대답은 단언컨대 아니다. 모두가 불행한 세상에서 혼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이웃이 비명을 지르며 목 놓아 울어도 혼자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도 아니고 사람 새끼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 떠나서 이경규 씨는 희극인이다. 다시 말해 희극을 하는 ‘예술인’이라는 말이다. 예술은 문화를 선도한다. 문화는 대중을 움직이고 시대를 이끈다. 그러므로 당신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니 부디 앞으로는 당신들의 행동에 누군가 받을 상처에 대해서도 한 번쯤 숙고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게 설령 개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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