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크 당블 1주차] 당신이라는 브랜드로 시작하는 법
나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웠다
1. 본가에서 11년간 키우던 시츄 뚱이
2. 이곳으로 온 후 키우게 된 시바견 몽이
몽이는 아직 두 살이지만 뚱이는 10살이 넘은 노견인 만큼 이곳저곳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몇 주 전 새벽에 자다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
지난 글에서 비행 중 승객과의 이별을 경험한 내용을 쓰긴 했지만
가까운 누군가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난 것은 처음이라 소식을 접하자마자 실감이 나지 않았다
멀리에 있는 내가 놀라고 상처받을까 봐 오히려 덤덤하게 말해주던 동생의 목소리에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전화를 끊고 나니 어딘가 모르게 허망하여 그대로 고개를 처박고 세상이 떠나갈 듯 울어댔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그날은 뚱이 사진만 보며 하염없이 울기만 했고
해가 다 뜨고 나서야 두통에 시달리며 겨우 몇 시간 잘 수 있었다
그리고도 며칠은 밤잠을 설치고 밥을 먹다가도 몽이와 산책을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했다
강아지를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던 나였는데 뚱이를 만난 후 내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뚱이를 만난 후 남편의 세상도 달라졌다
태어나 강아지를 한 번도 만져본 적 없었다던 남편은 뚱이와 하룻밤을 보내고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뚱이의 소식을 듣자마자 함께 슬퍼하며 뚱이 덕분에 몽이를 만날 결심을 한 거라고
다음에 뚱이한테 가서 고맙다고 말해야겠다고 했다
나는 뚱이에게 항상 너는 나의 첫사랑이라고 말했다
뚱이의 나이가 어릴 땐 사람이 없는 밤늦게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운동장에 가서 목줄을 풀어주면
신기하게도 운동장을 크고 빠르게 달리면서도 운동장 밖으로는 절대 벗어나지 않았고
나이가 들고선 집 앞 개천에 나가 놀아주려고 해도 아파트 단지 내를 벗어나지 않았다
교육 한번 한적 없는데 배변은 스스로 가렸고 집을 옮겨도 화장실은 기가 막히게 찾아가서
배변을 화장실에서 해결하고 가족들에게 가서 치우라고 신호를 보내던 뚱이
이런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뚱이가 떠난 후 그 아이로 인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수많은 감정을 느꼈는지 감사하고
그런 아이에게 나는 그 아이가 만족할 만큼의 충분한 사랑을 주었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반성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누군가와 영원한 이별을 한다는 것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게 인생인데
과연 나의 내일은 안녕할까
내일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게 된다면 그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과연 나는 그들에게 수많은 추억을 회상하며 그리워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물음엔 정확하게 대답을 못하겠다
다만 나와 보낸 모든 시간들이 그들에게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내가 뚱이를 생각하면 그렇듯 그들도 나를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를 바라본다
#플리크 #당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