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크 당블 1주차] 당신이라는 브랜드로 시작하는 법
어제 강아지 양육(?) 문제로 남편하고 한바탕 했다
요즘 강아지가 자꾸 발사탕도 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데
남편이 집에 거의 없으니 왜 자꾸 자기가 없을 때만 애가 아프냐고 제대로 돌보는 거 맞냐고
장난 반 농담 반으로 던진 말이 나의 발작버튼을 자극했다
나만큼 쟤 열심히 케어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진짜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열이 받아서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는데
강아지 때문에 어색해진 분위기 강아지 때문에 풀어져 결국 웃고 말았다
그래도 상처받은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오늘은 스스로의 장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첫 번째, 뒤끝이 없다
어젯밤 싸운 얘기로 글을 시작해 놓고 이런 말이 좀 웃기긴 하지만
대체로 나는 뒤끝이 없는 편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그 상황이 해결되기까지는 남들보다 배로 스트레스를 받는 예민함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을 하고 해결이 되는 순간 그로 인한 걱정, 안 좋은 일 등등은 모두 잊어버린다
예전에 엄마의 실수로 크게 한바탕 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먼저 손 내민 후 알겠다고 한 뒤 한 시간 뒤에 깔깔거리고 웃고 있으니
엄마가 “우리 딸은 참 뒤끝이 없어 그게 장점이야”라고 했다
두 번째, 요리를 좋아하고 꽤 잘한다
어릴 적 엄마는 삼시 세 끼는 물론 간식까지 어지간한 먹거리는 다 손수 만들어 주셨다
도넛반죽 키트를 사다가 도넛도 튀겨주시고 동네 아줌마들을 집으로 초대해 쫄면도 만들어 먹고
소풍날에는 아침에 출근을 하심에도 불구하고 전날 밤부터 준비해서 김밥이랑 간식거리를 꼭 손수 만들어 보내고
애주가였던 아빠를 매일같이 타박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 해장국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끓여주셨다
그런 엄마의 집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나도 어지간한 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는 게 당연해져서
지구 반대편에 나와있는 지금 음식에 대한 향수가 없는 것이 이곳 생활 적응에 큰 한몫을 했다
그리고 나를 만난 후 입맛 수준이 올라간 남편은 이제 한식당은 가지 못하는 수준이 됐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게 다행이다
세 번째, 주변을 잘 챙긴다
사실 이 부분은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난 어릴 적부터 별명이 엄마였다
어느 날 급식에 생선이 나왔는데 친구들이 다 생선을 안 먹고 있길래 왜 안 먹냐고 물었더니
집에서는 엄마가 다 해줘서 직접 발라 먹을 줄 몰라서 못 먹는다고 하길래
한 명씩 차례로 생선을 발라줬다
그 후로 친구들은 급식에 생선이 나오는 날이면 하나같이 식판을 내 앞에 밀며 차례를 기다렸다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인데 시간이 지나 취업을 하고도 동기들이 나를 ‘(내 이름) 맘’이라고 부르고
이곳에서 만난 지인도 나는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데 부담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누구의 집에서 모이기로 한 날이면 자연스레 우리 집에 오는 날들도 많았고
친구들은 아직도 그날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이상하게 내가 사는 집은 내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도 아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나라는 사람한테서 나오는 분위기와 행동이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네 번째, 도전에 두려움이 없다
나는 내성적이고 컴포트존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도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다
해볼까 하는 일이 있으면 몇 날 며칠 고민하고 검색하고 생각해 본 뒤 결정하면 그대로 직진을 한다
그래서 지금도 여러 도전들을 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근데 사실 이건 함께 일하는 팀리더가 강의료를 지원해 주셨기 때문에 내가 더 책임감을 갖고 참여함
다섯 번째, 적응을 잘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나는 내성적이고 새로운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옷도 최소 5년은 입고(여름옷 제외) 만나는 지인들도 이곳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최소 10년은 된 지인들이다
제일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데 그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에 느끼는 감정이다
도전에 두려움이 없듯 일단 상황에 던져지면 완벽 적응
나의 MBTI가 I라는 것은 최측근들 외에 아무도 모르는 게 킬보다
내가 적응을 잘한다고 말하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다
잘하는 것 다섯 가지를 적어보자고 결심했을 때는 뭘 적어야 하나 적을 게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더 적으라면 더 적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적다 보니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멋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기분이 울적할 때 한 번씩 나의 장점을, 내가 잘하는 것들을 노트에 적어보며 스스로를 다독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으니 남편한테 좀 웃어줄 수 있겠다ㅎ
#플리크 #당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