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기분 상하게 할까봐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가 생겨도 '좋게좋게' 말하고 넘어가면 머지않아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올 것이다. 혹은 상대방의 업무 방식이 문제라고 느끼더라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꾹 참거나, 불만을 속으로 쌓다가 터져버릴지 모른다.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면 더 문제다. 매니저는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정확하게 소통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주니어라도 어떤 프로젝트나 일부 프로덕트 기능의 책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니어에게도 이러한 역량이 필요된다.
그래서 제대로 된 피드백은 꼭 필요하다.
업무에 대해서든, 업무 방식에 대해서든,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든 무언가 바로잡고 일을 더 잘 되게 만들려면 피드백을 해야 한다.
성격이 다른 직무가 모인 알고케어는 특히나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 변호사 출신 CEO, HW엔지니어, SW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현직 약사, 교수, 건강기능식품 연구원, IP매니저, 브랜드 마케터 등 너무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끼리 모여 있기 때문에 일 처리 프로세스부터 작은 사고방식까지 굉장히 다르다.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각 분야가 얼기설기 얽혀 있어서 업무 접점도 많다.
우리 팀은 창업 초기부터 회고와 피드백 문화를 갖추려고 노력해왔다. 그중 일례로 분기마다 서로에게 피어피드백을 진행해왔는데 처음에는 노션에 서면으로 팀원에 대한 피드백을 적어주는 식이었다. 지난 분기 동안 팀원과 어떻게 지냈는지(어떤 일을 함께했는지), 그 팀원이 유지하면 좋은 점(강점)은 무엇인지, 중단하거나 개선하면 좋을 점이 무엇인지를 서로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피드백 관련 아티클도 같이 읽어보고, 템플릿도 바꿔보고, 내부에서 모범 사례를 뽑아서 예시로 적어두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어려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아무 말도 적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 글쓴이 : 알토 / TF 1기 멤버 : 제이, 쏘니, 테이, 제프, 알토 / 엠배서더 : 존
주황색 글씨만 읽어도 읽힐 걸요.
조직문화는 CEO나 담당자 한두 명이 만들 수 있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정 목적을 위해 임시로 조직된 팀 구조인 TF(Task Force)팀을 꾸리기로 했다. 알고러(내부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전에도 팀원들이 항상 함께 참여했었다. 인원이 적기 때문에 별 지장이 없었는데, 인원이 많아져도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직문화 TF를 기수제로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TF 주제를 정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건 CEO의 의지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조직문화를 그대로 도입한다고 해도, 결국 CEO가 그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도 대표의 꿈과 철학을 보고 모인 이들이기 때문에 CEO가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CEO는 회사 전체를 보기 때문에 가장 조직에 중요한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CEO 마음대로 TF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다. CEO의 의견도 TF 주제에 리스트업되고 다른 구성원들의 목소리 또한 많이 담았다. 따로 TF 주제를 물어본 건 아니고 실제 업무 고민들을 물어보고 들으면서 선정하게 되었다.
TF가 활동하는 기간은 너무 길지 않게 잡으려고 노력했다. TF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너무 크게 잡아버리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워지고 참여도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기간을 짧게 잡음으로써 해결 가능한 문제에 집중하고자 했다. (처음엔 3~4주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해보니 4~6주 정도가 소요된다)
TF가 끝날 때는 TF 활동 자체가 어땠는지도 꼭 회고하고 넘어가려 한다. 앞으로 계속 유지할 제도가 되려면 모임 자체가 스스로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TF가 목표한 바를 이루었는 지도 점검해본다.
※ 건피: TF 1기 모임의 이름으로, 건강한 피드백이란 뜻.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피드백을 잘하게 하고, 피드백을 활성화시키자는 식의 거창한 목표를 잡진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거라고 문제를 정의했다. 우리 팀엔 경력직도 많지만 돌이켜보면 다들 피드백이란 걸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돌려 말했다. 그러나 무엇이 더 나은 방법인지는 잘 모른 채 자기가 배우거나 익힌 방식으로만 피드백했다.
1. 피드백 트레이닝 세션 : TF 1기에서 강의와 워크샵, 액티비티를 진행
2. 원온원 미팅을 활용한 피드백 : 원온원 미팅 의무화와 미팅 내 피드백 세션 추가
3. 회의 체크리스트 및 템플릿 : 회의록에 체크리스트 및 회의 자체에 대한 회고/피드백 세션 추가
4. 성장세션 : 주간회의(전사회의) 때 15분씩 피드백을 주고받은 내용과 성장한 점 공유
5. 회고 다이어리 점검 : 매일 올리는 그날의 회고에 '피드백을 주고받았는지' 물어보는 항목 추가
6. 엠배서더 : 구성원이 피드백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상시 도와주는 TF 이외 멤버 임명
우린 킥오프 미팅에서 TF 1기(건피)가 해결할 문제를 뾰족하게 좁히고, 2차 미팅에서 문제점에 따른 솔루션을 도출했고, 3차 미팅에서 각 솔루션의 세부 실행방안/기획안을 공유했으며, 3주 간 실행 후 건피를 회고하며 마무리했다. 현재는 업무 툴에 건피 채널을 따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위 솔루션 중 가장 비중이 컸던 '피드백 트레이닝 세션'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글의 말미에 나머지 솔루션에 대한 간단한 설명들도 덧붙여보고자 한다.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피드백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피드백을 잘 받는 방법은 무엇인가?
피드백 트레이닝 세션은 1시간 30분으로 구성하여 강의와 액티비티를 적절하게 섞어서 진행했다. 내용 자체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Udemy에서 "Feedback is fuel"이란 강의 내용과 목차를 활용했다.
※ 출처 : https://www.udemy.com/course/feedback-is-fuel/
피드백 트레이닝 세션의 시작은 '왜 이 세션이 기획되었는지'부터 시작했다. 지난 피어피드백 과정에서 전체 피드백 개수 중에서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건설적 피드백은 몇 퍼센트였는지 실태를 공유하고, 우리가 조직문화 TF에서 정의한 문제가 "피드백하는 방법을 모른다"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렇게 포문을 열었다.
피드백은 왜 필요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부터 되새기기 위해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포스트잇처럼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하여 링크를 나누어주며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다른 사람이 올린 피드백 내용을 보며 자연스럽게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게 있었다.
어떤 강사로부터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피드백 자체보다는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피드백을 줬다는 사실 자체가 기억이 남았던 것 같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독서물을 추천해주었다. 건설적인 피드백과 함께 독서물을 통해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을 제안해주니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받은 부분에 대한 보완을 노력할 수 있었다.
입사하고 나서는 서로 신뢰를 쌓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직 후 팀에 개선사항을 열성적으로 이야기했지만 팀원들이 부담스러워했고, 얼마 뒤 팀장님께서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한 행동이 팀원들에게는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에서는 어떤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자신은 어떻게 문제를 받아들이고 변화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었고 나를 도와주려는 목적과 의도가 진심으로 와닿아서 좋았다.
건설적이고 발전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피드백이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적인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
실행 가능하다. 그래서 그것을 교훈을 삼아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내가 마음속으로 관심 갖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받은 솔직한 이야기이다.
아마 이런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준 피드백을 했었을지도 모른다. 피드백은 이렇게 나와 주변 사람의 더 나은 모습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좋은 것'이고,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을 때 할 수 있다.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고,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행위다.
뿐만 아니라 알고케어는 6가지 핵심 가치이자 인재상 중 하나로 '피드백'을 꼽고 있다. 아래 중 6번째 항목이 바로 피드백이다. 핵심가치 및 인재상은 지금 우리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을 포함하여 적어놨다. 피드백은 반드시 해야 할 역량이자 스킬이다.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일이 더 잘 되게 하기 위해서, 업무 방식을 개선하여 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실제로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까봐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충분히 건강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피드백할 수 있으며, 피드백은 의무이자 업무의 일환이며 역량입니다.
또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혼자서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동료로부터 솔직하게 피드백받을 때 더욱 빨리, 높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 또한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해 피드백해줍니다. 좋은 동료와 동반 성장하는 알고케어가 되고 싶습니다.
※ 나머지 핵심가치/인재상 : https://bit.ly/2GG4hbd
우리는 창조적리더십센터(CCL)에서 고안한 SBI 피드백 방식을 사내에 공유하고 템플릿으로 활용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SBI 방식에 맞게 피드백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실제로 하자니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개념과 이론만 설명해서는 SBI를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다.
SBI 피드백이란 다음과 같다.
흔히 서로 피드백을 하라고 하면 '사람'에게 피드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고 자칫 잘못하면 사람의 기질이나 성격, 성향 등에 대한 인신공격처럼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특정한 '상황이나 행동'에 피드백하는 게 낫다.
그래서 피드백 사안을 상황/행동/결과로 구분하여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피드백한다.
보통 피드백을 위와 같이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하곤 한다. 긍정적 피드백은 칭찬이나 지지에 가깝고, 건설적 피드백은 교정적 피드백이라고도 불린다. 두 가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이 둘 모두 SBI 형태로 피드백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상대방이 "유지하거나 강화"하면 좋을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 긍정적 피드백 ]
상대방이 "중단하거나 개선"하면 좋을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 건설적 피드백 ]
사내에는 긍정적 피드백은 70%, 건설적 피드백은 30% 정도의 비중이 적절하다고 가이드했다. 특히나 서로 간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건설적 피드백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을 쌓고, 긍정적 피드백을 많이 주고받으며 관계를 형성하도록 한다.
경력직 분들께는 신규 입사자 온보딩 때 이러한 점을 특히나 강조한다.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력직들은 이직했을 때 초기부터 자기주장을 강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서로 익숙해지고 일하는 모습을 보는 시간이 한 달 이상 쌓이지 않고서 너무 제안이나 주장을 펼치게 되면 반감이 생기기 쉽다. 피드백도 마찬가지여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먼저 쌓아야 하는 것이다.
긍정적 피드백과 건설적 피드백, 각각의 예를 들어 보자면 이렇다.
Recognition(인식)
“전사 프로필 촬영 기획하실 때 전체적인 기획뿐만 아니라, 의상이나 컨셉, 공간, 포즈까지 세부적으로 미리 계획해주셔서, 사진을 처음 찍어보는 직원들도 크게 어려움 없이 바로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Encouragement(격려)
“저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우리가 꼭 강조해야 하는 3가지 항목을 빠짐없이 소개했고, Q&A도 막힘없이 처리하셨어요. 내일 프레젠테이션 떨리겠지만 잘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Maintenance(유지)
“PoC 부자재 리스트를 정리해주셔서 우리 직원들 누구라도 필요한 부자재를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추가되는 부자재가 있으면 같은 리스트에 추가해주세요.”
Elevation(촉진)
“지난 A프로젝트의 기획안을 예정보다 한주 앞당겨 공유해주셔서 그 뒤의 업무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어요. 혹시 이번 B프로젝트도 기획안을 먼저 작성해주실 수 있나요?”
Continuation(지속)
“지난 1분기 피어피어백의 건설적 피드백 항목을 직원들 중 가장 구체적으로 작성해주셔서, 다른 직원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실히 작성해주시면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아요.”
Adjustment(교정)
“주간회의에서 개인적인 용무로 스마트폰을 확인하실 때마다, 제 발표 내용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고 느껴져요.”
Improvement(개선)
“지난 주간회의 때 공유할 내용이 회의록에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우리가 내용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어요. 우리 앞으로 주간회의가 있는 날에는, 오전 11시까지 공유할 내용을 업데이트해보면 어떨까요?”
Reduction(감소)
“지난 주간회의에서 3가지 모두를 전달하려다 보니 회의 시간이 10분이 초과되었어요. 오늘은 가장 중요한 2가지만 우선 전달하는 게 어떨까요?”
Inclusion(포함)
“내일 프레젠테이션에서 지금 준비해주신 2가지 방안 외에 3번째 방안이 전달되지 않으면 우리 사업에 위험이 큰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3번째 방안도 꼭 포함시켜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SBI를 구분하는 걸 어려워하고, 특히나 그중에서도 Impact에 해당하는 결과/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신 상대방에 대한 자기 판단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OO님의 업무 보고 방식은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라는 표현에는 업무 보고 방식이 어떤 결과/영향을 낳기 때문에 비효율적인지가 빠져 있다. 단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판단뿐이다. Impact를 보다 명확히 얘기한다면 "OO님의 업무 보고 방식에는 언제까지 끝내겠다는 납기가 빠져 있어서 매번 제가 납기를 다시 물어보게 됩니다"라고 해볼 수 있겠다.
알고케어에서도 트레이닝 세션 중 예시를 가지고 SBI로 나누어 피드백해보는 모의연습 시간을 가졌는데, 절반 가량의 사람이 제대로 SBI를 구분하기 어려워했다. 결국 트레이닝 세션이 끝난 후 별도의 워크샵을 가져서 SBI를 리허설하는 데에만 1시간가량을 추가로 연습해야 했다.
가장 좋은 건 SBI에 능숙한 사람이 각 구성원의 SBI 피드백 리허설을 듣고 곧바로 교정하거나 조언해주는 것 같다. 잘 못하는 사람끼리 SBI를 연습하더라도 자신이 잘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크게 효과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TF 1기 멤버가 한 명씩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워크샵 때 코치 역할을 맡았다.
긍정적 피드백이나 건설적 피드백을 SBI 방식으로 전달하는 건 숙지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동료에게 피드백을 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당장 피드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다소 막막해진다. 그래서 다음 프로세스를 참고했다.
1. (시간 조율) 상대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 양해 구하기
“~시에 15분 정도 잠깐 시간 되세요?”
2. (기대 형성) 조율한 이유가 피드백을 위한 것임을 알려주기
“지난 (상황/행동)에 대해 의견을 드리고 싶어서요” / “~에 대해 피드백받고 싶어서요”
3. (SBI 피드백) 상황/행동/영향에 맞게 피드백 전달하기
“지난 주간회의 때 ~한 행동을 보았어요. 이러한 행동은 ~라고 느껴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4. (반응 물어보기) 피드백에 대한 상대의 의견 묻기
“저는 이렇게 느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몰랐던 게 있을까요?”
5. (변화의 주체가 되게 하기)피드백을 주는 사람과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서로 업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논의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요?”, “제가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먼저 시간을 조율하고 기대를 형성하는 건 피드백을 일종의 '의례(Ritual)'로 여겨지게 만든다. 보통은 저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피드백'이라는 이름으로 뾰족한 말을 던지거나, 그냥 말하고 싶지 않다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요청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더 공식적인 업무적 대화처럼 만드는 것이다. 다만, 위 프로세스는 가이드일 뿐 모든 상황이 이렇게 될 수 없음은 명심한다.
피드백하기 어려워하는 경우 중 다수가 '타이밍을 놓친' 경우다. 나중에 따로 시간 내서 이야기하려다가 까먹거나 너무 지난 얘기가 되어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식처럼 시간 약속을 잡고 피드백을 준다기보다는 융통성 있게 하는 게 좋다.
피드백은 즉시성이 중요하다. 바로 하는 게 좋다. 만약 긍정적 피드백이라면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하는 것도 괜찮다. 건설적 피드백도 그 상황이 끝난 직후에 하는 게 좋다. 다만, 건설적 피드백이라면 되도록 다른 사람이 없을 때 일대일로 이야기하도록 하자. 여러 명 앞에서 그의 중단할 점, 개선할 점을 공론화하는 건 자존감을 건드릴 수 있으니까.
SBI 방식으로 피드백한 다음에는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상대가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 내가 상대방의 사정이나 상황을 모르고 피드백한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피드백을 줄 때 상대방에게 솔루션이나 액션 아이템까지 준비해서 알려줘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는 경우에 따라 다르게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내가 생각한 솔루션이 있더라도 말하지 않고 상대방과 같이 어떤 방법이 있을지 그 자리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되도록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준비해 가는 게 좋고, 실제 피드백을 전달할 때는 상대방과 같이 고민하는 태도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A : "현황을 공유할 때 너무 자세한 이야기까지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신 게 아닐까 해요"
B : "저는 나름 ~해서 그렇게 한 건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 "글쎄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저도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하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B :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그것도 좋고 ~하게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피드백 주는 게 50%라면 받는 게 나머지 50%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준다는 건 그 사람에게 굉장히 관심을 가져야 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어려운 말을 해주는 것이며, SBI에 맞게 고민하며 정성을 다하는 일이다. 그러니 피드백받는 사람 또한 이를 잘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나 피드백에 배타적이고 방어적이며, 고집이 너무 강한 동료와 함께 일하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똑똑한 개자식"과 일하는 걸 싫어한다. 자기가 정답이고 다 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의 말에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 의견이나 업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드백받는 것 또한 역량이다.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을 못하는 사람은 실무를 잘하든 못하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질리게 만들고 일 잘하는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정말로 뛰어난 사람들은 본인이 존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존중하고 겸손하며, 더 큰 퍼포먼스를 위해 동료의 강점을 활용할 줄 알기 때문에 수용적이다.
이러한 마인드셋을 '성장형 사고방식, 그로스 마인드셋'이라고들 많이 표현한다.
도전을 통해 배움
끈기 있고, 어떻게든 해냄
타인의 성공에서 동기 부여됨
피드백을 통해 배우고 발전함
도전을 피함
장애물에 직면하면 포기하는 경향이 있음
그건 노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함
타인의 성공에서 질투, 좌절, 위협을 느낌
피드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음
“나한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난 여태 잘 해왔다.”
그런 이야기를 꺼낸 사람을 탓하면서 내 행동을 합리화함
“그 사람이 뭘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인간관계에 연결시킴
"나를 싫어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낙담하고 과소평가받은 기분을 느낌
고통스럽거나 무력감을 느낌
죄책감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사과함
돌이켜보면 다들 한 번쯤은 고정형 사고방식의 사례처럼 대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을 땐 정글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만큼 위협으로 느끼고 신체적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그만큼 피드백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고, 쉽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피드백을 잘 받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피드백받는 것도 역량이자 스킬이다. 자기 성향이나 성격이랑 상관없이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알다시피 프로의 세계에선 "난 원래 ~해서"라는 변명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일을 잘하고 최고의 플레이어로 인정받으려면 피드백받는 것도 기술적으로 잘 해내야 한다.
몇 가지 참고가 될 만한 팁을 더 공유해본다.
주기적으로 피드백받는 시간을 갖는다. (Ex. 원온원 미팅)
피드백받는 과정이 업무의 한 부분이 되게 한다. (Ex. 업무 공유와 함께 피드백 요청하기)
당신이 하는 업무에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다.
상대방에게 피드백을 요청하기 위한 질문은 이렇게 시작해보면 좋다.
지난번에 (상황)에서 제가 한 (행동)이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번에 (상황)에서 제가 한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제가 지금 잘하고 있어서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뭔가요?
제가 그만두어야 할 행동이 있을까요?
요즘 더 ~하려고 노력 중인데 어떤 것 같나요? 혹시 조언을 좀 해줄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좋은 의도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피드백 자체에 대해 감사함을 먼저 표현한다.
내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피드백이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자체로 인정한다. 그러니 그의 관점을 알려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자.
건설적인 피드백은 잘못 해석되기 쉽다는 것을 인지한다. 상대방도 자신도, 건설적 피드백을 듣는 당시에는 오해하거나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서로 그 사실을 알고 상대를 존중한다는 걸 먼저 표현한다.
상대방이 말하는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고, 만약 파악하지 못했다면 물어봐도 된다.
어떤 리더십 교육에서는 누군가 자신에게 피드백이나 충고를 한다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일단 감사의 표현부터 먼저 하게끔 공식처럼 외우게 하기도 한다. (Ex. 생각을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이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장치로, 논의가 감정 다툼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화로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단적인 예시일 뿐 이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피드백을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나의/상대의 선택이다.
상대방의 피드백 방식이나, 내용이 옳지 못하다면 무시해도 된다.
모든 피드백 하나하나에 그 자리에서 바로 맞받아치거나 방어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내가 피드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상대는 날 더 존중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피드백 자체가 '내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 피드백이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연스럽게 수용적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생각하기에 내가 그 피드백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니, 하나의 정보로서 습득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피드백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방어하려고 한다. 방어적인 사람은 마치 자기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며 자신이 그렇게 행동한 온갖 이유를 그 자리에서 꺼내놓는다. 반면 내면이 강하고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은 그 의견을 일단 듣는다. 그리고 변명이 아니라 질문을 한다. 자신이 몰랐던 관점을 더 알고 싶어서.
Ex.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혹시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어요?",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셔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피드백은 왜 필요하고,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줘야 하고, 또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이번 TF의 목적은 피드백 문화를 완전히 정착시키는 게 아니라 '피드백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고, 이러한 목적은 잘 달성한 것 같다.
트레이닝 세션에 대한 만족도는 다음과 같았다.
1. 트레이닝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우셨나요? 4.6점 (5.0 만점)
2. 오늘 트레이닝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향후 신규 입사자에게 '건강한 피드백 at Work' 트레이닝을 얼마나 추천하시겠어요? NPS: 75점 (추천 그룹 75% - 비추천 그룹 0%)
※ 추천 그룹(9~10점) 75% / 중립 그룹(7~8점) 25% / 비추천 그룹(1~6점) 0%
조직문화 TF 1기 자체에 대해서는 건피 멤버들끼리 이렇게 회고했다.
건피 모임의 목적을 달성하였나요? 4.5점 (5.0 만점)
(4점) 그렇다 - 3명
제프 : 피드백 어떻게 하는지 잘 알게 되어서 4점. 문화까지 정착되었다면 100점이었을 듯.
쏘니 : 아직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피드백을 어떻게 주고받는지 방법을 알게 되었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행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었다.
쏘니 말에 전적으로 동의.
(5점) 매우 그렇다 - 2명
제이 : 임팩트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리소스가 많이 들어서 아쉬움. 시행착오를 예상해서 좀 더 가볍게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알토: 아직 구성원들이 완벽하게 숙지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모임 자체의 목적은 충분히,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다.
TF는 총 6주 정도가 소요되었다. 생각보다 실무와 함께 병행하기에 리소스가 주당 3~4시간씩은 소요되어서 기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다들 의욕이 충만하여 더 길어진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가장 큰 소득은 구성원이 직접 변화의 주체가 되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근래에는 TF 2기로 효율적인 회의 문화를 위해 '회의어트 (회의 다이어트)'를 운영하고 있다.
피드백을 잘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살면서 피드백을 주거나 받은 경험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회사에서도 정식으로 피드백을 배우거나 연습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스타트업에선 배울 기회가 더 적고 감으로 익히거나 주변 사람들 방식을 보고 따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TF 1기를 진행하며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앞으로 이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피드백을 잘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피드백하고 서로의 강점을 더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다른 팀에도 이러한 경험담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