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의 장점과 단점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중국 주변국은 한자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최근 한자와 관련된 일본이랑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차림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한자라는 반찬 수를 줄였고, 우리나라는 맨밥만 준다고 합니다. 그럼 새 메뉴를 살펴볼까요? 일본은 근대화 시대 마에지마 히소카(前島密)가 「한자어폐지지의」를 도쿠카와 요시노부(德川慶喜) 막부에게 건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언어 습관으로 굳어졌고, 경제성이 있는 한자를 버릴 수 없어 한자 줄이기(한자 절감론)를 추진했습니다. 주석 1) 그 뒤 1921년 문부성 소속기관인 임시조사회를 중심으로 현재 일본어 교재에 널리 쓰는 2,136자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추진한 한자 절감론과 대비하여 우리나라는 한자 폐지론을 추진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주시경 학파가 중심이 되어 전개하였고, 국권 회복 후 제자인 최현배 님은 남쪽에서 김두봉 님은 북쪽에서 한자 폐지론을 따로따로 추진하였지요. 1945년 8월 미국 군정청 학무국 소속 조선교육심의회는 교과서에서 한글만 사용하기로 결정하였고, 1948년 10월 9일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여 공문서에는 한글을 쓰되 한자를 병용할 수 있는 불완전한 한글 전용을 추진하였습니다. 그 뒤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10월 25일 한글전용 촉진 7개 사항을 발표하여 공문서와 교과서에 한자를 없애는 완전한 한글 전용을 추진하였습니다. 주석 2) 그러므로 한글 전용이 된 시대에 한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다만 한자를 폐지하면서 제대로 된 쉬운 말을 발굴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드라마「허준」을 보면 미련한 돌쇠 이야기가 나옵니다. 돌쇠는 허준이 처방해준 부자(附子)가 들어간 보약을 어머니에게 많이 먹이다가 눈을 멀게 합니다. 사약 재료인 부자는 통증 치료에 효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함부로 과다 사용하면 독약이 됩니다. 이처럼 한자어는 부자와 같은 성질이 있습니다. 한자어가 가진 보약과 독약을 알아볼까요?
먼저 보약이 되는 한자어 성질을 알아보시죠. 첫째 부화기입니다. 보기를 들면 한자 구(區)나 분(分) 따위로 구분, 구획, 분담, 분로, 분류, 분배, 분여, 분할과 같이 다양한 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노루꼬리처럼 간결합니다. 예를 들면 어찌하였든, 어찌 되었던 따위는 좌우간, 하여간 따위로 고치면 글자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꼼꼼한 참빗 같습니다. 예를 들면 고유어는 '기르다'와 대응하는 말로 사람은 양성, 동물은 사육, 세균은 배양, 나무는 양묘처럼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지요.
다음은 독약이 되는 한자어를 알아볼까요?
첫째 동명이인이 많습니다. 한자어는 수많은 동음이의어가 있으므로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어는 4성으로 대표되는 성조와 문맥을 이용하여 구별하였고, 일본어는 소리를 읽는 방법(음독)과 뜻으로 읽는 방법(훈독)으로 분간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리만으로 한자어를 읽는 우리말에서는 동음이의어가 많아 발라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보기를 들면 고사는 외딴 절간[孤寺], 곳간[庫舍], 옛 사당[古祠]이나 물리치다[固辭], 깊이 생각하다[考思] 따위와 같이 30개가 넘는 단어를 같은 발음으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한글 전용 시대에는 더욱 똑같은 한자어를 쪼개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물귀신입니다. 일본어 투는 한자어 명사 중심으로 말을 연결합니다. 한번 한자어에 쓰기 시작하면 다음에도 한자어를 끌어 들입니다.
① 한자어 명사+조사 의[の]+한자어 명사: 역사의 의미
② 한자어 명사+접사 적[てき/的]+한자어 명사: 역사적 의미
③ 한자어 명사+후치사 상당구[に於ける]+한자어 명사: 역사에 있어서의 의미
④ 한자어 명사+일본어 투 형식 명사[うえ/上]+한자어 명사: 역사상 의미
셋째 어미 살해범입니다. 우리말은 용언이 중심이 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자어를 쓰면 우리말은 하다, 되다 꼴만 나와 다양한 어미를 죽입니다. 보기를 들면 고유어인 ‘돌보다, 없어지다’로 끝이 자유로운 영혼처럼 활개를 치지만 한자어를 쓰면 ‘개호하다, 고갈되다’와 같이 마지막이 하다, 되다 따위와 같이 삼식이만 됩니다.
결론을 내리면 파라켈수스의 “모든 약은 곧 독이다. 약과 독은 용량의 차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한자어는 되도록 적게 써야 약이 됩니다. 한자어를 남용하면 글쓴이의 눈을 멀게 할뿐더러 읽는 이에게 안목을 흐리게 만듭니다.
주석 1: 임영철, "일본의 국어정책과 일본어교육," 국어교육연구(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제28호 (2011): 297-303쪽, http://www.riss.kr/link?id=A104853730, (2021. 4. 8. 확인).
주석 2: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한글이 걸어온 길,” 2021년 6월 8일 확인, https://theme.archives.go.kr/next/hangeulpolicy/viewmai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