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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잇 인 미 Nov 06. 2024

급할수록 멀리(끝)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

1년간의 이직 준비 과정을 거쳐, 그토록 가고 싶었던 4대 회계법인 컨설팅 펌의 컨설턴트로 두 번째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컨설턴트 지원의 시작

본격적으로 컨설턴트로의 이직 준비를 마음먹은 뒤로는,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4대 회계법인 컨설팅펌의 채용공고 페이지를 들어가, 내 조건에 맞는 공고를 찾고, 지원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아무래도 IT회사에서의 개발기획/운영기획 경험을 살리려다 보니, 내게 맞는 조건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분야일 것

    2) 내부 운영시스템/경영지원시스템의 Innovation을 주로 할 것 

    3) 경력 2~5년 사이의 주니어 컨설턴트일 것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채용 공고는 4대 회계법인 모두 합쳐 한 달에 한번 뜰까 말까였다. 

마침 불경기를 타는 터라 컨설팅 시장이 어려워졌고, 활발한 채용을 벌이던 분야에서도 채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는지, 처음 지원했던 컨설턴트 공고에서 최종면접까지 수월하게 가게 되었고, 최종면접에서도 면접관의 좋은 피드백을 받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컨설턴트가 되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 결과발표가 나지 않았다. 최종면접 후 3주 차쯤 되던 날, 나는 예정되어 있던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유럽에 가 있으면서도 행여 면접 본 회사로부터 연락이 오진 않을까 매일같이 유심을 갈아 끼우며 수신된 문자를 확인하곤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결과발표는 나지 않았고, 그렇게 기대에 부푼 맘으로 지낸 지 한 달이 넘어갔을 무렵,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 

모든 면접이 너무 수월했던 터라, 불합격이라는 단어를 납득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불합격보다, 당연히 될 줄 알고 결과발표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 기존 회사의 업무에 정을 떼려고 했던 터라 당시 하고 있는 일마저 동기부여가 많이 떨어졌던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 

링크드인을 통해 무작정 1차 면접을 진행했던 면접관분께 메시지를 보냈다. 인사치레를 가장했으나, 본질은  '제가 왜 떨어졌을까요?'라는 질문이었는데, 그에 대한 답은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닌, 현재 컨설팅 시장이 어렵다 보니 채용에 신중했고, 맞는 프로젝트를 찾다 보니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할 것 같아 그런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초심자의 행운은 끝이 났고, 나는 다시 매일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었다. 하지만 번번이 서류 탈락이 되다 보니 지쳐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컨설팅에 맞는 인재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피워났다. 


WHY consulting? - career step

답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컨설턴트에 최적화된 인재인 듯했고, 이런 나를 왜 안 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하나만큼은 충분했던 것 같다. 

크게 두 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1) 내가 컨설턴트의 fit과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인지 2) 컨설팅 시장이 워낙 안 좋은 탓인지, 이 시장이 해소될 여지는 없을지

주변에 의문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컨설턴트 지인이 한정적이다 보니, 링크드인으로 수번의 서류탈락을 했던 회사의 팀원분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두 가지는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모르는 사람은 나의 fit을 모를 터이고, 시장 상황을 아는 것은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과 똑같았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내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컨설팅의 생리에 대해 온갖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컨설턴트의 현실, 실제 하는 업무, 시장 상황 등 모든 정보를 끌어모았다. 

모든 컨설팅펌의 인터뷰에는 3가지 WHY가 있다. 1) WHY Consulting? 2) WHY Our firm? 3) WHY you?

이 3가지 질문에 best answer을 찾기 위한 스터디까지 꾸려질 정도로, 굉장히 형식적인 질문이면서도 많은 지원자들이 생각해 보는 질문이다. 

지원 초반에는 나도 그저 형식적인 답변을 생각했지만, 준비과정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생겼다. 


1) WHY consulting?

내가 왜 컨설팅을 하고 싶었었지? 를 생각해 보면, 브런치 연재 1편에서도 언급했던 인턴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내 미래에 컨설팅이 어떤 영향일까? 를 생각해 보니, 내 커리어의 end-goal인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연결이 되었다. 

이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필요하고, 가장 현실적으로 이 명분을 만드는 것은 나의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망한 기업,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기업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의 포지션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그를 위한 중간과정으로 VC진입을 생각하게 되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고 싶었고, 기업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싶었다.

이렇게 커리어 step을 생각했을 때, 나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수 있는 최적의 단계는 컨설팅뿐이었다. 

이렇게 장황한 스토리를 인터뷰 때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내가 '왜' 컨설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 하나만큼은 진실되어, 아마 이 진심을 알아주신 게 아닐까 싶다. 


2) WHY our firm?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직무> 회사이고, 4대 회계법인 컨설팅들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부티크 컨설팅펌, 로컬 컨설팅펌, MBB가 아닌 회계법인 컨설팅 인터뷰라면, 이 질문에 기대를 크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어차피 4대 회계법인 지원할 지원자라면, 4개 모두 지원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3) WHY you?

이 질문에 대한 솔직한 나의 답은, '내가 아니면 누가 해?'이긴 하다. 

성장에 대한 갈망, 버려진 워라밸, 철새마냥 프로젝트마다 옮겨 다니는 업무환경을 오히려 추구하고, 이전 직장에서 하던 업무마저 컨설턴트와 비슷한 맥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할 수 없으니,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잘 써먹었다.

'인턴 이후 바로 입사한 것이 아닌, IT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컨설턴트는 고객사의 페인포인트를 찾고 긁어주는 일을 한다. 고객사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내가 고객 당사자가 되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전 직장에서 운영팀원으로서 누구보다 페인포인트를 잘 느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기획했다. 이제 불편함을 인식하는 것, 개선에 대한 간절함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했으니, 원래  하고 싶었던 컨설턴트로 돌아가, '진심'으로 고객사의 컨설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의 반응을 보니 상당히 괜찮은 approach였던 것 같다. (뿌듯)


컨설턴트 이직 준비를 시작하면서 그렇게 나의 꿈은 구체화되었고, 어느 정도 컨설팅 생리를 알게 될 쯤 로컬펌, 4대 회법컨에서 면접 기회를 갖게 되었다. 

면접관으로서 많은 지원자들의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다 보니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는 능했기에, 면접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skill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자신이 없었는데, 오랜 시간 꿈을 구체화해 온 만큼 모든 fit질문들에는 수월했다. 면접관분들도 이 진심과 열정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알아주셨던 것 같다.

아무래도 녹록지 않은 시장이다 보니, 평소 2~3차 면접이면 끝날 것을, 총 5번의 면접,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다행히, 꿈에 그리던 컨설턴트 합격소식을 받게 되었고, 연봉, 조직문화, 복지 등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난 4년간의 사회생활 병아리의 고군분투는 첫 번째 막을 내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생각의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에 대한 이점 하나만큼은 사무치게 배웠다. 

취업난인 이 한국사회 속에서 취업준비를 하다 보면 조급함과 많은 스트레스, 우울함, 무기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미래, 내 커리어의 끝을 생각하다 보면, 과정들이 조금씩 명확해지고, 현재를 살아내기 위한 동기부여가 생긴다. 지금 당장 힘들다 보면 원치도 않은 일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멀리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 나의 4년으로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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