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다 딸이 좋아
이렇게 될 줄 몰랐네.
아기적, 그렇게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딸 애.
두 살 때, 막 태어났던 동생 병원 일로 이틀간 딸애를 큰 엄마 댁에 맡겼다.
딸은 이틀간 종일 '엄마'를 부르다 목이 쉬어 있었다.
그랬던 그 애가 커서 대학을 다니느라 집을 떠났다.
첫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다가 개학 때 다시 학교로 갈 때다.
이런저런 짐을 챙겨 서울 기숙사로 데려다주고 오면서 이젠 내가 눈물이 났다.
집에서라면 언제라도 냉장고 문 열면 과일이고 간식이고 마음껏 먹을 터인데 기숙사에서는 식사 때를 놓치면 밥도 못 얻어먹을 터인데...
불쌍한 내 새끼.
차가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고 얼마 되지 않을 때 엄마는 그 딸이 가여워 전화를 했다.
"ㅇㅇ야."
"왜요 엄마, 나 지금 친구 만나러 가느라 바쁘거든요."
헐~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며 차를 몰던 남편이 집에 도착하자 딸애에게 엄마의 이 상태를 알린 모양이다.
저녁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왜 그러세요?"
그래, 내가 왜 이렇게 짝사랑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속으로 말했다.
너는 이제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만날 친구도 많고 할 일도 많아 바쁜데 늙어가는 엄마는 너에게 쓸데없는 신경을 쓰고 있구나.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때 팔순 넘으신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온다.
첫마디는 "지금 안 바쁘니?" 혹은 "왜 전화가 없니?"
친정어머니는 네 명의 아들이 있어도 딸인 나에게서만 전화를 기다리거나 전화를 하신다.
딸이 시집을 갔다.
팔순 친정엄마는 늙은 딸의 전화를 기다리고
늙은 딸은 시집간 딸의 전화를 기다린다.
늙은 딸은 파파 노인인 어머니와 전화하기보다 시집간 젊은 딸애의 손주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한다.
늙은 딸은 사는 게 바빠 친정엄마께 전화드릴 시간 내기가 어려워 월요일 마다라도 전화드리기로 억지로 마음먹는다.
시집간 딸애에게는 매일매일 전화하고 싶은 걸 참는다.
치매가 시작되신 어머니께는 한 달에 한 번 부담을 가지고 가고
딸네 집에 갈 때는 손주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서 간다.
엄마는 딸을 사랑하고 딸은 그 딸을 사랑한다.
짝사랑.
내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