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free! (아들은 그리고 엄마는 쓴다. 6)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함은
<천로역정, 이재윤>
A. 존 번연의 '천로역정 '
1984년 어느 겨울 아침,
나는 돌이 지났건만 걷기는커녕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아들을 옆에 두고 tv를 보고 있었다.
출연자는 장애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 몸이 땅으로 땅으로 꺼져갔다. 한 움큼의 재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의사는 이 애가 걷지도 말하기도 힘들 수 있다 했는데 애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
짐승 같은 울음.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닦으려 하나 저 바로 앞에 있는 티슈까지 손을 뻗칠 힘도 없었다.
절망의 심연으로의 추락.
코미디를 보다가도, 빨래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그랬던 한동안의 시간들.
그 후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그분을 붙잡은 건 전적인 은혜.
하나님께서 나의 슬픔을 어느 사이에 가져가셨다.
그 아침의 경험은 한 번으로 끝났다.
그것은 악몽이 아니라 주께서 주신 '황홀한 추락'의 귀한 추억이 되었다.
때도 시도 없이 흐르던 눈물도 절망도 이젠 옛이야기.
아들이 영화 '천로역정'을 봤다.
두 번째 성경이라는 이 책의 한 장면을 그렸다.
주인공이 힘들게 지고 다녔던,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짐.
그러나, 십자가의 예수님을 본 순간, 툭, 떨어져 저 멀리 굴러가 버렸다.
이젠 자유다!
마치 내가 주님을 신뢰하지 못해 생겼던 근심, 슬픔이라는 죄의 짐에서 풀려나듯...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나는 자유다!
B. 미우라 아야꼬의 '양치는 언덕'
목사의 딸인 나오미.
그는 바람둥이 술꾼인 료이치와 부모의 반대에도 동거한다.
그러나 그의 반복되는 불륜에 낙담하여 친정으로 돌아온다. 그런 나오미를 부모는 따뜻하게 맞아준다.
한편 료이치는 병이 나고 갈 곳 없어 처갓집으로 들어간다.
딸의 인생을 망친 패륜아 사위를 용서하고 사랑으로 품어준 장인.
알고 보니 예전에 처제와 외도를 한 장인을 용서한 장모.
그런 처가에서 그는 서서히 하나님 사랑을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막장 드라마다.
등장인물 모두가 뜬 구름 같은 헛된 사랑을 잡으려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
모두(아니 우리들은) '길 잃고 방황하는 양'(stray sheep)이다.
사랑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무언가를 하거나 어딘가를 가고 있다.
수가성 여인이 그녀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남편을 계속 바꾸듯.
키 작은 삭개오가 주위의 원성을 들으면서라도 그의 열등감을 채울 돈을 악착같이 챙기듯.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
(이사야서 53장 6절 )
그러나 이 책은, 인간의 사랑의 절망에 대한 처방을 보여준다
그건 십자가 -죽음으로 나를 사랑하신.
료이치는 죽으면서 한 장의 그림을 남겼다.
흰 천이 벗겨지고 그 그림이 캔버스 위에 놓였을 때 사람들 입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십자가의 예수가 피를 흘리고 있다.
그 밑에서 그 피를 맞으며 예수를 우러러보고 있는 한 사나이의 울고 있는 듯한 얼굴.
그것은 하나님을 진실로 만난 한 인간의 신앙고백이었다.
하나님 앞에 독대하여 진실로 무릎 꿇었던 자의 자유.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 자의 자유.
그 사랑을 잡았기에
이젠, 세상 무어에도 묶이지 않을 자유.
마치 수가성 여인이 더 이상 남자들을 전전하지 않듯이.
마치 삭개오가 돈에서 자유로워지듯이.
"나는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