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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Mar 24. 2022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짜'의 힘

공짜는 진짜 공짜일까?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



공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외국 속담이다.

쥐가 쥐덫 위의 치즈를 먹으려면 결국 위험에 빠지듯 우리도 종종 먹음직스러운 치즈에 낚인다.

치즈가 얼마나 정교하게 놓여 있는지 덫에 걸리고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명심하면 좋을 텐데 왠지 나에게만은 이 말이 해당되지 않을 것만 같다.

뿌리치기엔 너무 매력적인 ‘공짜’, 

공짜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우리를 이렇게 쉽게 홀릴까?







공짜효과(zero price effect)




공짜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에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공짜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해! "

라고 말은 하면서도 막상 마주치게 되면 홀린 듯 이끌린다.


마치 '무료'라는 단어만 보면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지기라도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공짜는 할인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백화점을 구경하다가 한 매대에서 노트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는 걸 발견했다.

평소에 메모를 위해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필요하진 않더라도 하나 챙겨 둘 공산이 크다.


그런데 만약 이 노트가 100원이었다면 어땠을까?

100원 정도면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데,

과연 구매를 할까?





평소에는 별로 필요하거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했던 물건을 '무료'이기 때문에 집어 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가지고 와서는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가 버리기도 한다(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필요 없는 건 안 가져와야 하지만 꾸역꾸역 챙기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도 단돈 100원이라도 지불하게 되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100원 정도면 ‘거의’ 공짜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이렇게 공짜에 감정적으로 이끌려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행동경제학에서는 공짜효과(zero price effect)라고 한다.

(참고서적: 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거의 공짜 vs 공짜




이런 ‘공짜 효과’를 확실하게 경험했던 한 기업의 사례가 있다. 아마존 프랑스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책을 구매하면 배송비를 거의 무료에 가깝게 1프랑(약 250원)으로 낮추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1프랑이면 거의 공짜라고 느낄 법한데 의아하게도 고객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1프랑에서 무료로 변경하자 고객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의 공짜’와 ‘공짜’의 차이는 경제적으로는 ‘거의’ 비슷할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한다.


1프랑과 0프랑 사이의 차이가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료배송/ 무료시식/ 하나 사면 하나 더!
진짜 혜택일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세상은 공짜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많은 순간 우리를 유혹한다.


온라인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이 무료배송 금액에 못 미친다면 더 살게 없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고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끼워서 (필요했다고 합리화하며) 구매한다.


무료시식은 시식 코너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시식 행사를 통한 매출 상승분이 더 크기 때문에 운영된다. 누군가는 행사가 아니었다면 안 살걸 샀다는 얘기다.


1+1제품은 하나만 사려던 것을 굳이 2개 사게 만들거나(실제로 1+1 제품은 2개 치고 저렴할 뿐 단품보다는 비싼 경우도 많다.)

원래 원했던 제품이 아닌 걸 구매하게 만들기도 한다.










잠깐, 혜택이 없었다면?



하지만 이런 유혹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틈에 우리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사야만 하는 합리적 이유를 찾게 만든다. 스스로 이유를 찾아냈기 때문에 심지어 쓸데없는 낭비를 하고도 싸게 잘 샀다는 뿌듯함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공짜는 우리를 흥분시켜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갑을 열 때 더 신중해야 한다.


“공짜 혜택이 없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갑을 닫아야 한다.

공짜가 제일 비싸다는 말이 있듯 무료로 제공되는 혜택이 있다면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한다.

세상은 호시탐탐 우리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협상 시 내가 먼저 제안하는 게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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