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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Mar 15. 2022

협상 시 내가 먼저 제안하는 게 유리할까?

선제안을 할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인생은 협상의 연속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협상의 순간을 만난다. 

비즈니스 협상이나 연봉 협상과 같은 중요한 협상부터 자녀와 게임 시간에 대해 '딜'을 하는 것까지, 인생은 협상의 연속이다.


세상에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기에 서로 간의 이해관계, 입장 차이 등으로 인해 의견을 조율해야 할 많은 순간들이 찾아오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협상의 순간에 나름대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협상의 안건과 상대방과의 입장 차이가 명확할 때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는 반대되는 제안을 해올 것이라는 걸 각오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분명 순순히(?) 내 말에 따르지는 않을 걸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제안을 할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입을 떼기 전까지는 긴장감이 감돈다. 




서로 웃고 있더라도 마음속은 끊임없이 

"그래서, 어떤 제안을 해올까?"

"만약 너무 과한 제안을 해오면 내가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지?"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겉도는 얘기 몇 마디를 하고 나면 슬슬 본론으로 진입한다. 

누구 한 명이 본 주제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리면 그때부터 눈치 게임이 시작된다. 

누가 먼저 말할 것인가. 







자, 이런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먼저 말하는 게 좋을까, 
상대방 얘기를 일단 들어 보고 나서 말하는 게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협상의 자리에 나가면서 '일단 그쪽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들어보고'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나간다. 하지만 이 전략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격 협상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듣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생각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가지고 있다. 




- 내가 먼저 말했다가 알고 보니 상대방은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하려고 했으면 어떻게 하지?

- 혹시나 더 네고가 가능한 여지가 있었는데 내가 먼저 말하는 바람에 손해 보는 거 아닌가?

- 일단 상대방이 제시하는 금액 먼저 들어보고 사실상 마음에 들더라도 거기에서 더 조율해달라고 해봐야지.

- 아 너무 낮게 불렀다가 아예 계약이 불발되면 어쩌지?






상대방의 제안을 먼저 듣게 되면 일시적으로 정보에 우위에 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상대방은 지금 아무것도 정보가 없는 상태일 텐데 나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힌트를 미리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위험하다. 


상대방의 제안을 먼저 들은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상대의 제안을 100% 수용하지 않더라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말하는 제안이 기준점이 된다.





둘 중 먼저 말한 쪽의 제안은 향후 협상에서의 닻 역할을 하게 된다. 

바다에서 닻을 내리면 배는 닻을 내린 그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선제 안 한 것이 닻의 역할을 해 협상 최종 결과는 그 닻 주변 어딘가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기준점 효과, Anchoring effect).









이를 증명하기 위한 한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기름이 유출된 태평양 연안에서 바닷새 5만 마리를 살리기 위해 낼 수 있는 기부금 액수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졌다. 





1. 기름이 유출된 태평양 연안에서 바닷새 5만 마리를 살리기 위해 연간 얼마를 기부할 의향이 있는가?

2. 기름이 유출된 태평양 연안에서 바닷새 5만 마리를 살리기 위해 연간 5달러를 기꺼이 기부할 의향이 있는가?

3. 기름이 유출된 태평양 연안에서 바닷새 5만 마리를 살리기 위해  연간 400달러를 기꺼이 기부할 의향이 있는가?





질문을 다르게 함으로써 이러한 질문이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본 연구였는데


결과는 흥미롭다.




1번(기준점 없음): 평균 64달러

2번(기준점 5달러): 평균 20달러

3번(기준점 400달러): 평균 143달러




질문만 달리했는데 5달러에서 400달러 기준점을 조정하니 무려 평균 123달러의 기부금을 더 받을 수 있었다.


5달러, 400달러가 닻의 역할을 한 것이다.












'닻'내릴 특권을 잡아라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과도하게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제안을 하라는 건 아니다. 

그럴 경우 협상 자체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기준점 효과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현실 가능성 있는 적절한 선제안은 협상에 기준점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제안을 상대방이 하도록 한다면 '닻'을 내릴 특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먼저 정보를 접하여 나름의 방향을 전환할 작은 틈새를 두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상대가 하는 것 보고' 하려는 전략은 유리하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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