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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Apr 14. 2022

중고거래시 적정가는 어떻게 정할까?

"혹시... 당근이세요?"



‘당근’이 중고거래의 대명사로 사용되면서 이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당근마켓은 넷플릭스와 카카오톡을 누르고 2021년 상반기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월 이용자 수도 1600만명에 달하는 걸 보면 중고거래는 이제 우리에게 일상이 된 듯 하다.

(출처: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

판매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올릴 때 가격이 가장 고민된다.

비싸게 내놓고 싶지만 아무도 안 살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싸게 내놓자니 너무 아깝다. 

정해진 가격이 없다 보니 생기는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격책정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물건의 가치를 매길 때 생기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판매자는 더 많이 받고 싶어하고 구매자는 더 싸게 사고 싶어한다. 

당연해 보이는 이 현상은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 이득을 취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만은 아니다. 












내 것이 되면 가치가 더 높아진다?





실제로 판매자는 구매자보다 물건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구매자와의 입장차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같은 물건을 두고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때문이다. 

소유 효과란 대상을 소유하고 난 뒤 갖기 전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심리적으로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지각하는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가졌을 때의 기쁨보다 빼앗길 때의 상실감이 훨씬 더 크다.





이러한 현상은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실험을 통해 밝혀낸 바 있다. 

-      A그룹에는 머그컵을 쥐어 주고 희망 판매가를 직접 제시하도록 했다.

-      한편 구매자 역할을 맡은 B그룹은 이 머그컵을 단지 구경만 하도록 하고 희망 구매가를 제시하도록 했다.


실험에 사용된 머그컵의 실제 가격은 $6다. 

판매자 입장인 A그룹은 평균 $7.12 달러에 판매하고자 했고, 

한편 구매자인 B그룹은 $2.87달러가 적정한 구매가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같은 상품을 두고도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것이다. 

머그컵을 잠시 소유한 A그룹에게 ‘소유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대학 잭 네치 교수의 실험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수업시간에 설문지를 돌린 후 사례품으로 한 그룹에는 비싼 펜을 주고 다른 그룹에는 스위스 초콜릿을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원하면 사례품을 다른 그룹에게 제공된 것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고 안내했는데 그

 중 약 10%의 사람들만이 교환을 원했다. 이 역시 처음 받은, 즉 이미 소유한 물건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살펴볼 수 있다. 

'써보고 맘에 안들면 전액 환불'. 

이런식이면 남는게 있을까. 하지만 실제 환불받는 고객들은 1~2%밖에 되지 않는다. 

고객들은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온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손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물에 정이 든 애착과는 다른 개념이다.











누가 가지고 있든 가치는 동일하다.






이처럼 우리는 소유한 물건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현상은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판매가를 스스로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심리를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자칫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함으로써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유효과가 적용되는건 당근과 같이 소소한 거래부터 사업상 신제품 가격 책정, 부동산 거래까지 다양하다. 어떤 종류의 거래든 내가 판매자 위치에 있을 때에는 소유 효과를 기억해야 구매자와의 갭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물건의 가치는 내가 가지고 있을 때나 타인이 가지고 있을 때에나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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