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열두달 Oct 31. 2023

불안할 때 하는 사소한 것들

혼자 일하며 마주하는 감정 다루기

나는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작은 온라인숍을 운영하며, 여러 플랫폼에 소속되어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근무지는 집 혹은 공유 오피스, 카페 등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노트북과 외장하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혼자서 일한다는 것. 창작 일을 한다는 것.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수시로 눈치를 보거나 맞추거나 해야 할 일이 적을 것 같다는 부분 때문에 자유롭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혼자서 일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부분들이 있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할 때와는 다른 감정들을 많이 느끼게 된다. 


지금은 잘 되어가고 있더라도 언제까지 잘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불안정한 수입과 쉽지 않은 대출 등 재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택했기 때문에 충분히 몰입해서 일하고 있을 때는 불안한 마음을 느낄 겨를이 없다. 그런 몰입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일이 적어지거나, 현실의 여러 문제들을 마주하거나 마음이 산만해지면 어느새 불안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나를 서서히 잠식한다. 




그걸 알아챌 수 있는 징조는 우선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해지는 것이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히 나 자신의 시간과 체력을 관리하고 적절히 안배해야 하는데 루틴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점차 바깥에 나가는 일이 줄고, 산책이나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니 온몸에 힘이 없어진다. 에너지가 줄고, 햇볕도 쬐지 않으니 밤에는 또다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휴대폰을 보거나 영상 등을 보다가 잠이 들고, 여러 꿈을 어지럽게 많이 꾼다. 아침에는 눈이 건조하고 머리가 아프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끼니를 잘 챙겨 먹지 않는다. 배달음식을 주로 챙겨 먹거나 하루 한 끼 점심 정도밖에 먹지 않는다. 야채나 과일, 영양제 등도 거의 챙겨 먹지 않고,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지 않는다. 우선 활동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없고, 일상적으로 의욕이 없으면 식욕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이내 불안한 마음에 자기 계발 책이나 콘텐츠 등을 이리저리 찾아보곤 한다. 책을 보고 강연을 듣고 할 때는 다시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계획을 열심히 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늘 해야 할 작은 일도 하지는 않는다. 생각과 계획만 가득하다가 이에 그친다.  오늘 해야 할 것을 외면하고 다른 할 일을 찾는다. 갑작스럽게 집 안 청소하기, 계절 지난 옷 정리하기, 컴퓨터의 파일 정리하기 등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단순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계속 분주하게 한다.     


그리고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 다른 이들을 찾아본다. 나 자신의 처지와 실력과 비교하기 시작한다. 주로 나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비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합리화가 시작된다. 내가 잘 안 될 수밖에 없고,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온갖 이유들을 찾기 시작한다. 나는 처음부터 비전공자이니까, 그간 해 온 시간이 다르니까, 타고난 재능이 다른 거니까. 결국에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이라는 이유까지 찾아내서는 아마 나는 더 노력을 해도 안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무기력한 상태를 합리화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러다가도 내가 저런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생활을 돌아보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불안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있던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된다. 


1. 이부자리 정리, 운동하기.

아침에 이부자리를 정리한다는 것은 사소하지만 하루의 첫 성취감을 준다. 밤새 자고 난 자리를 깨끗이 정돈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면 복잡했던 마음과 생각이 정돈된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상쾌한 공기를 쐬고 햇볕을 쬐며 20분 정도라도 산책을 하면 좋다. 무기력한 상태가 심각할 때는 밖에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는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한다. 10분만 하더라도 충분하다. 뻐근한 몸의 곳곳을 스트레칭하면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 몸과 마음이 함께 정돈된다. 그러고 나서 외출할 일이 없더라도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나갔다 오는 등의 일을 한다. 밤새 했던 걱정들도 함께 버리는 듯한 후련함이 든다. 이것만 해도 아침부터 무언가를 ‘했다’라는 생각에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2. 스스로의 마음을 털어놓기.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과 무기력한 상태에 대해서 최대한 솔직하게 적는다. 만약 혼자 살고 있다면 종이에 적어도 좋고, 컴퓨터 문서로 작성하거나 블로그 등에 적어도 좋다. 자신이 가장 쓰기 편한 것으로 선택한다. 어떤 수단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내 마음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면 정말 있는 그대로 '불안한데 왜 불안한 지 모르겠다'라고 적어도 좋다. 점점 적어 내려가면서 불안한 마음의 이유가 떠오른다면 그 이유를 그대로 적으면 된다.      


3. 나 자신이 먹는 것들을 건강한 것들로 채운다. 

허겁지겁 아무렇게나 끼니를 챙겨 먹거나, 불규칙하게 먹는 등 나의 몸을 소홀하게 대하던 것에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 직접 만들어 먹어도 좋고, 되도록 건강한 음식, 과일, 야채, 영양제 등을 챙겨 먹는다. 먹는 것에서부터 내 몸을 챙긴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조금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나를 잘 돌본다는 생각이 들면 작은 뿌듯함이 쌓인다. 스스로를 아껴주고, 먹여주고, 챙기고 나면 내가 무엇이든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작은 자신감이 다시 생긴다. 


4. 오늘 내가 배우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열등감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 감정을 잘 다룬다면, 잘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배울 점을 찾아 그들에 가깝게 내 실력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이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 자책하고, 실력을 깎아내리고, 점점 더 심하게 무기력해진다면 잠시 다른 이들이 하는 것들을 보지 않는 편이 낫다.


비교 대상들이 가진 재능이나, 이미 쌓아온 시간 그리고 실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내 실력에 대해서도 인정하되, 내가 해온 노력과 성취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인정해 준다. 그리고 좀 더 나은 내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 오늘 내가 배우거나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결국에는 내 실력을 더욱 쌓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차차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비교 의식에 무너져 자꾸만 다른 일들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실력의 차이와 간극을 직면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는 절대적인 시간을 채워나간다. 

          



불안한 마음은 혼자 일하는 시간과 생각할 시간이 많은 경우, 창작하는 일을 하는 경우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감정들이다. 수입이 더 많아지고, 실력이 더 많이 쌓이더라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잘 다룰 수 있어야 다음의 단계에서 내가 마주할 여러 감정들도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무기력한 상태에 놓인 나, 불안함에 휩싸인 나를 다시 일으키는 것은 작은 움직임들이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고 여기면서, 내 감정을 돌아보고, 내가 먹는 것을 돌아보고, 사소하지만 작은 성취들을 이루면서 오늘 내가 배우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실질적인 실력을 쌓아가는 절대적인 시간을 채워나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