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쓰고 '글 못 쓰지 않는 법'이라고 읽는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분일 것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청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대학에서 글쓰기 과제를 맞닥뜨리고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풀이식 공부만 오래 해서 대학에 진학한, 이제 갓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대뜸 글을 써 오라고 하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것뿐인가? 과제 리포트부터 교수님께 드려야 할 메일에 이르기까지 대학생활 내내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막상 글쓰기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은 많지 않고, 그렇다 보니 여러분에게 글쓰기는 굉장히 피로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결국에는 ‘글을 꼭 잘 써야 하나? 그냥 과제를 해결하기만 하는 되는 것 아닌가?’ 같은 셀프 합리화를 하며 과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만 만족하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건 단순히 ‘있어 보이’고 글을 통해 호감을 살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이점이 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글쓰기의 순간에 좌절하지 않고 수월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때마다 키보드 앞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그리고 글쓰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요소이다. 아무리 사람이 외적으로 훈훈하고 분위기가 있어도 글을 못 쓴다는 게 드러나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남의 글을 지적하는 것이 누구에게든 쉽지 않다 보니, 이런 건 누가 말을 해 주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다. 바지 지퍼가 내려간 건 민망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주변 지인들이 말을 해 주지만, 글을 못 쓰면 나 빼고 모두가 아는 내 단점을 고치지도 못하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인생에 마이너스가 되는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공격력이 센 스킬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장착해야 할, 방어력 증가 옵션과 같은 패시브 스킬이다. 물론 글쓰기를 정말 잘 하는 수준에 이르면 단어와 문장을 정교하게 조합하고 계획하고 배치해서 사람들의 호감을 쉽게 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런 정도까지 글쓰기를 갈고닦아야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없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그리고 이왕 쓰는 거 교수님의 마음에 들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만 글을 잘 쓰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소한 ‘글 잘 쓰는 법’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고 이 글에 도달하셨다면, 여러분은 글을 잘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찾고 접근할 줄 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한때 글쓰기에 관한 책도 수없이 찾아보고 나름 고민도 여러분보다 한발짝 앞서 해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글쓰기에 관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많은 정보는 1) 너무 기본적이라 들으니만 못한 것들이거나 2) 알아도 정말 내가 필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없는 팁인 경우가 많았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보면 는다.’ 글쓰기에 관해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고, 개인적으로는 글쓰기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그걸 몰라서 못 하겠는가. 이미 지나간 세월 동안 책도 많이 읽지 않았고 소위 말하는 ‘글밥’을 많이 먹지 않은, 글을 써본 경험이 적은 사람은 그러면. 당장 글을 잘 쓸 수 없다는 건가? 본인의 무능력함을 받아들이고 좌절하라는 건가? (ㅋㅋ)
마찬가지로 ‘리포트 쓰는 법’이나 ‘자소서 쓰는 법’을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소설 잘 쓰는 법’과 같은 글쓰기 조언은 필요가 없다. 하물며 그냥 에세이도 다 같은 에세이가 아닌 것을. 리포트는 주제 선정이나 접근 방식에 관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고, 기사는 기사의 문법에 맞게, 자소서는 자소서의 문법에 맞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는 법이다. 그건 내가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와도 같다. ‘유형별로 글쓰는 팁을 알려주는 글이 없었어서’.
내 소개를 하자면, 초등학교 때 처음 쓴 소설을 시작으로 나름 10년 이상 꾸준히 글을 썼고 학원에서 논술과 자기소개서 첨삭을 오래 했다. 글쓰기에 관해 정론을 강의하지는 못해도, ‘못 쓴 글을 수정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다고 자부한다.
더 좋은 점은 내가 단과대학 홍보 기자단에서 편집 일을 하며 수많은 ‘글 못 쓰는 공대생들’의 글을 3년간 봐 왔다는 것이다. 흔히들 공부를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게 다르다고 말하는 이유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의외로 ‘남들이 이걸 왜 모르는지 이해를 못 해서’ 설명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공대생들이 왜 글을 못 쓰는지, 왜 여기까지는 생각을 못 하는지를 가장 옆에서 보고 많이 조언해 준 사람인 셈이니 가르치기도 잘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번에 코로나로 바깥활동을 못 하게 된 김에 브런치 플랫폼을 빌려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내 생각을 풀어 보고자 한다. 사실 더 이상 논술 일을 하지 않게 되면서, 내가 정리한 노하우를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있다. 리포트와 자기소개서에서부터 인스타 감성 글귀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연구한 결과물을 공유하고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팁을 주고 싶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내 글을 읽으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말 도움이 되는 팁을 소개해 주고 싶다. 또 글을 잘 쓰시는 분이 내 글을 읽는다면 서로의 생각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글을 좋아하고 잘 쓰는 사람들이 모인 브런치에서라면 더더욱!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에 한해서는 ‘잘 쓰는 것’보다 ‘못 쓰지 않는 것’이 정말, 정말 쉽다는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둘은 다르다. 잘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감탄이 나오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글쓰기 실력에 자신만의 매력까지 갖추어야 하지만 ‘못 쓰지 않는’ 것은 방향만 제대로 잡고 그간의 안 좋은 글쓰기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니 못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건 내가 수많은 글 못 쓰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쌓인 빅데이터로 내린 결론이다.
‘못 쓰지 않게’ 된 다음에 글을 쓰는 습관이 어느 정도 들면, 예전에 쓴 글을 봐도 예전보다 더 많은 게 보이고 자신만의 감각이 생기게 된다. 거기에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궁극적으로는 단어의 배치 하나하나, 쉼표의 유무 하나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완벽하게 설계해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완벽하게 설계한 글을 남들에게 보였을 때 사람들이 내 생각대로 반응해 주고 또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경험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짜릿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그 기분을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 물론 그런 수준으로 글쓰기 실력이 성장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깨달음의 여정은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이므로 지금 당장 목표로 삼지는 않아도 된다. 일단은 ‘못 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자.
구상중인 연재 목록은 다음과 같다. 시리즈를 쓰게 된다면 여기에 링크를 추가할 것이다.
[대학 리포트 잘 쓰는 법] 시리즈
0. 들어가는 말
1. 리포트를 쓰는 이유
2. 자료를 고른 이유
3. 근거를 고른 이유
4. 논리의 완성 : 전건 긍정과 후건 부정
5. 서식과 참고 문헌
6. 아무리 해도 주제가 생각이 안 난다면
[자소서 잘 쓰는 법] 시리즈
00 들어가는 말
01 문항 분석하기
02 기승전결 드러내기
03 소재 고르는 기준 3가지 : 목적성
04 소재 고르는 기준 3가지 : 독창성
05 소재 고르는 기준 3가지 : 바른 인성
06 문장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07 문장은 밝아야 한다
08 문장은 자신감 넘쳐야 한다
09 부정적인 말은 쓰지 말자
[감성 수필 잘 쓰는 법] 시리즈
00 들어가는 말
01 분위기를 정하자
02 단어를 잘 고르자
03 사람이 없어 보이는 순간 : 맞춤법
04 사람이 없어 보이는 순간 : 주제
05 사람이 없어 보이는 순간 : 편견
06 감정에 맞는 글의 호흡 찾기
[모든 글 잘 쓰는 법] 시리즈
1. 교정과 교열에 관심을 갖자
2. ~에 대하지 말고, ~에 통하지 말고
3. 깔끔한 문장 쓰는 법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아직 많이 배우는 중이고, 더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브런치 작가 심사를 통과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브런치는 브런치만의 문법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것도 나름대로 연구 중이다.)
그래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쓰기로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즐거움을 알려 주고 싶어서 이렇게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백지원이었습니다. 잘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