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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Apr 13. 2021

두근거리는 일을 하고 있나요?

독한PD 에세이

예전에 EBS극한직업 <막걸리 공장>편 촬영 중에

막걸리 60년 경력의 75세 정해식 선생님께 이렇게 질문을 드렸다.


'막걸리가 그렇게 좋으세요?'


정해식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좋아요. (막걸리가) 꼭 자식 같아요. 왜 자식 같다고 생각하냐면

가만히 오래오래 생각해 보면 그 애가 나를 먹여 살린 거죠.

막걸리가 먹여 살렸어요.'


얼마나 막걸리를 사랑했으면 '자식'이라는 표현을 하셨을까?

또 얼마나 한 분야에서 일을 해야 '자식' 같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 ~ 하는 것이 자식 같아요'라고 답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한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막걸리를 사랑하는 마음과 두근거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 삶을 잠시 돌아보았다. 엊그저께 제작사에서 막내 소리를 들으며 조연출로 일을 시작했는데 돌아보니 13년이 흘렀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었고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다. 지금도 내가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 TV에 방영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프로그램 말미에 연출이라는 이름 석 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TV를 끈다. 프로그램 만드느라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칭찬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방송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곤 한다.


어쨌든 나 역시도 지금껏 영상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직업에 대한 사랑과 두근거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이 작은 두근거림에서 시작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당장 두근거리는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바로 실행하자. 이 두근거림은 꿈을 이루기 위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즐길 수 있는 있다. 


정체되고 싶지 않다. 영상에 대해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막걸리 60년 경력의 정해식 선생님이 막걸리를 사랑하듯 나도 영상을 더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더 맛있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영상 경력이 60년쯤 됐을 때

누군가 나에게 


'영상이 그렇게 좋으세요?'


라고 물어본다면

나도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자식 같아요.

그 애가 나를 먹여 살렸어요'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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