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규 저자의 <회사 말고 내 콘텐츠>라는 책이 있다. 이 책 제목처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방송국 콘텐츠 말고 내 콘텐츠>.
이게 무슨 말일까? 나는 프리랜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PD로 올해 14년째 일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작년 6월 이후로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보다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콘텐츠나 홍보 영상을 더 많이 제작을 하고 있다. 또한 나에게 '강의'라는 또 하나의 수입원이 생겼다. 개인 또는 기관이나 학교에서 유튜브나 1인 미디어 관련 강의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 밑바탕에는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독한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공중파 교양 다큐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2019년 가을, 더 큰 프로그램을 연출해보고 도전해봐야 하는 시점에서 '방송국 콘텐츠'가 아닌 '내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 플랫폼은 유튜브였고 재작년 2019년 9월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본업을 하면서 정말 바쁠 때 빼고는 꾸준히 일주일에 한 개씩 업로드해왔고 현재 구독자 5000명이 조금 넘는 채널로 성장했다. (유튜브 도전과 성장기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기록 중이다.)
그동안 총 83개의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터진 콘텐츠도 있었고 나름 채널 총 누적 조회 수 백만뷰를 기록했다. 감사하게도 몇 개월 전에 업로드했던 렌터카 대표님의 인터뷰 콘텐츠 하나가 조회 수 30만 회 이상이 나오면서 4월에는 구글에서 약 130만 원 이상의 광고 수익금이 내 통장으로 입금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 이후로는 몇만 원 정도의 광고 수익금이 들어오지만 매일 많게는 5시간 적게는 1시간 정도 시청해 주고 있다.
본업을 하면서 내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방송국 콘텐츠를 만들 때보다 더 많이 바빠졌다. 내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은 돈도 안되고 에너지도 시간도 많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나는 왜 '내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것일까?
언제 성장할지 모르는 내 유튜브 채널을 위해 소위 '존버'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당장 때려치워야 하는 걸까? 나는 일단 전자 쪽을 택했다. 그 이유는
첫째, 내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 나를 브랜딩 하기 위해서다. 아이러니하게 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오히려 돈을 더 벌고 있다. 방송국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을 때는 한 달에 정해진 급여를 받아 가며 오로지 그 일만 해야 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내 수입원은 다양해졌다. 작지만 유튜브에서 나오는 광고 수익과 유튜브나 1인 미디어 강의로 버는 수익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버는 수익을 합하면 방송국 콘텐츠를 만들 때보다는 확실히 수익이 더 높아졌다.
내가 유튜브를 하지 않았다면 강의 또한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경험하는
것들을 강의에 녹일 수 있어서 더 도움이 되었다.
또한 몇 개월 전에는 MBC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별다리 유니버스>의 담당 작가님으로부터 섭외가 오기도 했다. 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보고 연락했다고 했다. 결국 나는 '세계의 극한 직업'이라는 토크 주제로 EBS 극한 직업을 연출했었던 PD로 출연했다. 출연료도 받았을 뿐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카메라 뒤에서 제작만 했었을 때는 경험해보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이었다.
둘째, 나만의 콘텐츠 상점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지금 당장 조회 수와 구독자가 늘지 않아서 감정적으로 속상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내 콘텐츠다. 내 철학을 가지고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서 상점에 넣어두면 언젠가 내 콘텐츠를 알아봐 주고 좋아해 주는 수요가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유튜버들은 금방 성장해서 금방 돈을 많이 벌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내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더 유익하게 만들 것인지 연구하는 편이 더 낫다.
셋째, 실패하더라도 지금의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달 들어오는 안정적인 급여 때문에 내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만든 방송국 콘텐츠는 내 피와 땀이 들어갔지만 콘텐츠의 주인은 방송국이었다. 하지만 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는 콘텐츠는 저작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조회 수 안 나와도 내 콘텐츠야'라는 마인드로 내 채널에 하나씩 쌓여가는 콘텐츠만 봐도 배가 불렀다.
13년간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늘 카메라 뒤에 있었다. 하지만 내 콘텐츠를 만들게 되면서부터
어색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서 말도 해보게 됐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경험들이 나로서는 큰 연습이 되었다. 그 경험이 <별다리 유니버스> 녹화할 때도 떨지 않고 차분하게 다른 게스트들과 토크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내 콘텐츠를 만들게 되면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할 때 못했던 기획도 해보게 됐다.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주로 작가가 찾은 아이템 또는 작가나 CP가 기획한 아이템을 PD인 나는 제작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콘텐츠는 내가 처음부터 기획부터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트렌드에 더 민감해져야 했고 이 시대가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방송국 콘텐츠'를 만들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3가지 이유로 나는 '방송국 콘텐츠' 말고 '내 콘텐츠'를 계속 시도하고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1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에게 주는 실버 버튼을 받는 것이 목표다.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내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워했다면 진작 포기했을 것이다. 나를 믿는다. 그리고 실패하면 어떤가? 실패하면 '내 콘텐츠' 말고 '방송국 콘텐츠' 만들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