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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기 Oct 29. 2022

J-316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설

#어린왕자 #에세이 #관계

J-316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설렐거야‘     


코로나가 처음으로 세상에 터졌을 때 마음에 두려움이 많았다.

어찌나 두려움에 시달렸는지 집 밖 편의점에 나서는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 두려움의 공포가 점차 사그라질 때 즈음이면  

코로나는 최고의 기세로 사람들을 전염시켰고 이것의 반복이 지속되었다.     

하루는 가만히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문득 3일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말 많은 내가 3일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니’라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고  

그때 처음으로 이렇게 살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코로나로 다들 잘 살아 있나요? 다들 어떻게 지내세요? 궁금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 궁금했다.      

딩동.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외로워요-

-속이 너무 답답해요- 

-이러다가 우울증으로 죽을 것 같아요-

등등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달렸다.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용기 냈다.     

- 여러분 만납시다. 조건은 “요즘, 타인에게 묻고 싶은 질문 한 가지” 가지고 오세요.

단 6인 집합금지니 4명만 모집합니다. -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빠르고 많은 양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착순 4명과 강남역에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여러분 반가워요. 질문 한 가지 다들 가지고 오셨죠? 한 번 공개해볼까요?”      

-나만의 우울증 극복법이 있나요?-

-여자친구 어디에서 만나야 하나요?-

-이직을 하려고 하는데 둘 중 어디로 가야할까요?-

-코로나가 언제 끝날까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각기 다른 질문에 서로서로 각자의 생각을 더했다.


2시간이 10분처럼 흘러가는 몰입의 시간이었다. 

각자의 질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 카페 영업제한 시간이 다가와 이번 모임은 끝내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아쉬웠다. 그러나 괜히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전화번호도 교환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지도 않았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매우 가벼웠다.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흥얼했다. 오랜만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문득, 코로나가 터지고 하루하루 침대에서만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진짜로 살았으나 죽은자처럼 살았던 시기였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있었고 그렇게 살았던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4명의 어린왕자를 만났다.  

사막에 불시착하여 우연히 만난 어린왕자의 이야기처럼  

코로나로 인해 불안한 삶에 불시착해 갈피를 못 잡을 때 우연히 만난 어린왕자들 이었다.

그 어린왕자들과 정치나 경제, 철학처럼 특별한 주제를 다루지 않았지만

일상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고, 지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어린왕자가 나에게 해주고싶은 말은 

“그래! 살아있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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