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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는 이유 2 [긴 하루, 짧은 십 년]
첫 책 밋밋해가 나오고, 기대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공들인 만큼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상상이 이어졌다. 물론 상상의 벽은 금방 깨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꾸었던 상상이 참 순수했던 것 같다.
나의 첫 무대도 마찬가지였다. 사회를 보고 있으면 연예계 유명 관계자가 와서 날 캐스팅하고 방송에 데뷔하는 상상까지 이어졌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참 순수했던 것 같다. 문득, 마이크 처음 잡은 그 날이 떠올랐다.
푹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니 긴장했던 그날의 공기, 환호했던 관객들, 온전히 결연했던 굳은 다짐 등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금 지금 현재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책상에는 커피가 있었고, 노트북이 놓여있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꿈꾸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네… 시간 정말 빠르다. 10년 동안 무슨 일이 내 삶에 있었는지 돌아봐야겠다.” 다짐과 같은 혼잣말을 내뱉고 노트에 적었다.
마치, 일주일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흘러가 버린 시간에서 그간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고,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매일의 하루하루는 기억할 수 없었지만 간간히 올랐던 무대에서의 기억들이 10년을 이어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삶을 돌아 보기 시작했다.
‘오디션 떨어졌을 때, 이때에는 참 힘들었다. 그치.’
‘연예기획사랑 계약하려는 그때에 딱, 사기꾼을 만나다니…’
‘한 번의 기회가 오지 않아, 퍼마신 술은 얼마나 될까?’
‘입 밖으로 내뱉었던 욕과 각종 비난과 비판들은 얼마나 많을까?’
‘온통 홀로 있어야 했던 외로운 시간들도 참 많았네.’
'지금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지?'
여러 생각이 난무하는 것 보니 ‘이 녀석 참 잘 컸네, 잘 버텼네, 대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삶을 돌아보는 수개월 동안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 늘었다.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며 적은 생각이나 글들을 모아보니 A4용지 40장은 되었다. ‘많이도 적었네.’ 고통에 얼룩진 40장이 모였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어두운 기운이 가득해 보였다.
가만히 그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두 장을 채 넘기지 않았는데 가슴이 뜨거웠고 눈물이 났다.
매 페이지마다 어찌나 그렇게 감사한 것들이 많이 적혀있는지…
[오디션 떨어졌을 때 이때에는 참 힘들었다.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았는데, 친구가 그날 밤 술을 사주며 날 위로했다. “준기야, 난 너에게 받는 에너지가 엄청 커” 그 친구 덕에 다시금 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고맙다.]
[온통 홀로 있던 그 시간, 괴로웠다. 누구를 만나자 할 용기도 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건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때 달이 나의 두 눈을 마주치며 빙그레 웃어주었다. 힘내라는 용기 같았다. 난 달에게도 위로받았다. 감사하다]
어떤 이유라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도 감사로 얼룩져 있는 글만 남은 것이다.
‘이래서 감사, 저래서 감사, 감사해서 감사, 기뻐서 감사, 슬퍼서 감사, 짜증 나서 감사.’
감사가 넘치는 글을 보고 있자니, 용기가 났다.
이것이 [긴 하루 짧은 십 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