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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훈 Dec 13. 2019

책을 읽는 법이 따로 있다고?

- 독서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 '책 읽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앞서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적어도 12년간 국어를 배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국어 교과서를 통해 우리는 국문법, 수많은 우리나라의 시, 문학 작품, 비문학에 속하는 글들을 배우고 시험을 쳤습니다. 그런데 독서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독서를 연습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은데,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독서법에 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것이죠. 


n혹시 학교에서 수업으로 이 부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일단 없습니다. 12년 내내 한번도 없었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지문이 짧기 때문인지, 300쪽 넘는 책을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수업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국내 출판되는 초등부터 고등 교육과정까지의 모든 국어 교과서에도 독서법에 대한 단원은 없습니다. 


 이제야 비밀이 하나 더 풀렸네요. 안 그래도 언어의 밀도 때문에 독서가 어려운 것이라고 방금 배웠는데, 정작 그 어려운 독서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워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독서가 어려울 수 밖에요. 


 물론 독서법을 배우지 않으셨어도 독서의 고수가 될 수는 있습니다. 대신 엄청난 인고의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스스로 겪어야 하겠죠. 저는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실수를 했었습니다. 아마 지금 책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책에는 순서가 있지만,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의 마음입니다!

 책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누구나 책을 처음 잡으면 시작 부분부터 읽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모든 책에는 순서가 있으니, 그 순서에 맞게 처음부터 하나하나 읽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줄거리가 중요한 문학 작품의 경우는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중간부터 갑자기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알기가 어렵죠. 여러분이 ‘레 미제라블’의 첫 장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주교의 은식기를 훔치는 장면부터 보셨다면 어떻겠습니까? 전후 사정을 모르니 주인공 장 발장은 그냥 도둑놈이 되겠죠. 


 문학 작품은 순서대로 찬찬히 읽으시면 됩니다. 저의 ‘작가 독서법’은 문학 작품을 읽는 데에는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지만, 응용은 가능합니다. 독서법 부분에서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비문학은 어떨까요? 수필은 포함하는 글의 범주가 너무 넓어 논외로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기계발, 인문, 경영 등의 비문학 서적들은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비문학 작품은 스토리텔링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야기 대신 논리의 흐름에 따라 글을 전개합니다.(물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논리의 흐름만 이해할 수 있다면, 굳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읽지 않아도 글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특히 지금 나에게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필요한 부분만 쏙쏙 뽑아서 읽으면 됩니다. 읽다가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이 있으면 앞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뒷부분을 읽어도 됩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부끄러워 하거나 책에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실제로 많이 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비인격체에게 미안함을 느끼시더라고요.)


 

 2. 책은 무조건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면 실패한 독서일까요?

 1번 오해와 보통 세트로 나타납니다. 책을 시작부터 순서대로 읽기 시작해서 마지막 남은 한 글자까지 다 읽어야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러나 이 부분도 오해입니다! 방금 위에서 언급을 드렸습니다만, 모든 책을 그렇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 하나를 끝까지 다 읽어야만 한다는 마음가짐은 독서를 굉장히 부담스러운 활동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책을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면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에 실패했을 때 좌절감이 크게 다가옵니다. 이런 실패가 누적되면 나중에는 ‘책을 끝까지 못 읽을 바에는 아예 시작을 말지’라는 생각으로 발전합니다. 

 

 이는 사실 독서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습관 들이기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바로 ‘완벽주의’라는 늪이죠. 완벽주의자들이 책을 완벽하게 읽기 위해서 매우 열심히 책을 읽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정 반대입니다. 책을 읽지 않습니다. 이유는 책을 읽으면,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인정하기가 싫기 때문에, 행동 자체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는 항상 여지를 남겨 둡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 책은 하루면 다 읽지~’ 라는 식으로요.

 

 독서를 도전하는 분들에게 완벽주의는 매우 큰 적입니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고 해서 누구도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스스로 비난하시면 안 됩니다. 책을 끝까지 읽어냈다는 성취감은 중요한 것이고 독서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책에게 압박감을 느끼는 방식으로 독서를 하시면 습관이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기시기를 더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읽든 못 읽든, 빨리 읽든 천천히 읽든 상관 없이 책을 읽는 것이죠. 끝까지 읽으려고 노력은 하시되, 끝까지 못 읽더라도 자책하지 마시고 독서하는 과정을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3. 책을 읽을 때는 스스로 생각하며 읽으면 안 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백지상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책을 본다고 하면 주로 숙제 때문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방학숙제였지요. 무슨무슨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몇 개 이상 쓰는 그런 숙제였을 겁니다. 초등학생인 저는 시키는 대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지요. 물론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숙제로 읽었지만 어쩌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같은 책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주로 위인전을 읽었는데, 저에게 문제가 있었는지 책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 겨우 겨우 읽고 독후감을 써서 냈던 기억이 납니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이죠. 심지어는 책을 다 읽지 않고 책의 몇몇 부분만 보고 조합하여(전문용어로 짜깁기라고 하나요?) 독후감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때 저는 소위 ‘뇌를 비우고’ 책을 읽었던 것입니다.

 

 제가 방금 그 때 읽은 책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분명 슈바이처 위인전을 읽었는데, 슈바이처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강의 때 언급하려고 슈바이처 박사님을 떠올렸는데, 그에 대해 기억났던 것은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의사였다는 것과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는 것뿐이었습니다.(슈바이처 박사님께 굉장히 죄송했습니다.) 뇌를 비우고 눈으로만 책을 읽어서 기억에 안 남은 것이죠. 흔히 말하는 ‘보여주기식 책읽기’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그때는 왜 그랬을까 싶네요. ‘그 때 그냥 열심히 잘 읽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과거는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으니, 조금만 냉정해져 볼까요? 저는 그 때 왜 위인전을 대충 읽었을까요?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과 재미 없게 읽은 책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둘을 비교하며, 저의 과거를 회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차이를 알아냈습니다. 

 

 저는 위인전은 교훈을 주기 위해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저는 이 생각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위인전을 읽을 때에는 제 생각을 철저히 배제하고 읽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이런 것이죠. 


‘위인전이라는 위대한 스승님이 나를 가르쳐 줄 것이니, 백지상태인 나는 책이 이야기해 주는 내용만 잘 익히면 될 거야.’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지만(어렸을 때는…. 분명 그랬습니다. 분명.) 조금만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학생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결국 교과서나 문제집을 본 뒤 그 내용을 암기하고,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외운 내용을 답하는 것이죠. 


 이런 학습 환경에서 독서는 어떤 목적을 가질까요? 당연히 책의 내용을 잘 숙지하는 것입니다. 독서의 목적이 내용을 외우는 것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이건 왜 이러지?’. ‘이런 건 어떤 의미가 있지?’, 심지어는 ‘이런 걸 읽어서 어디에 써먹지?’ 라는 식으로 질문을 계속 하게 되면 효율이 떨어지게 되거든요. 익혀야 할 양이 많은 편인 우리나라의 학습 환경에서 자란 우리는 나를 비우고 책을 읽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기억에 남고 삶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독서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라면 결국 실제 적용을 해야 하는데, 책의 내용을 그대로 외운 것 만으로는 적용을 하기가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책에서 ‘물을 하루 세 번 1L씩 총 3L 이상은 마셔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책이 있다고 해보죠. 위 내용을 적용하려면 우리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먼저 이 주장을 한 저자는 어떤 환경에서 살았고 또 살고 있는지, 저런 주장을 하는 핵심인지, 근거가 충분하고 신뢰할 만 한지 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나 자신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나는 평소에 물을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 물을 쉽게 마실 수 있는 환경인지, 물을 많이 마셨을 때 걱정되는 점은 없는지 등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야 실제로 적용을 할지 말지, 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방안이 구체적일수록 적용 가능성과 성공률도 높아집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세요!

 결론적으로, 책을 읽을 때에는 ‘나의 생각’을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나의 주장을 표현하기 보다는 숨기고 참는 것에 더 익숙하지요. 그러나 그래서는 정확한 독서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책의 내용을 적용하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더 어려워집니다. 진정한 독서는 책을 쓴 저자와 책을 읽는 독자가 서로 ‘부딪힐 때’ 발생하게 됩니다.(물론 몸 말고요.) 서로의 생각이나 신념, 태도 등이 책을 읽다가 부딪히는 것이죠. 


 저자는 책을 통해 자기 주장을 합니다. 주장이 없는 글도 있지 않느냐 하실 수 있는데, 책을 출간했다는 행위 자체가 자기 주장입니다.(그 주장이 무엇이 되었든 말입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말을 하고 있는데, 책을 읽는 독자가 자꾸 자기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의 내용 뒤로 숨어버리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한글 독해 연습을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책과 나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되는 것이죠.


 한국인들에게 있어 자기 주장을 ‘깔끔하게’ 하는 것은 분명 익숙하지 않은 활동인 것은 맞습니다. 보통 한국인들은 둘 중에 하나만 할 줄 압니다. 사람은 깔끔한데 자기 주장을 못하든지, 자기 주장은 잘 하는데 깔끔하지 않고 거칠게 해서 상처를 주든지 둘 중 하나에 속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라면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겠지만, 상대가 책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않겠습니까? 상처 줄까 걱정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생각을 표현하며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독서를 통해 자기 주장을 하는 법을 연습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좋지 않은 방식들에 대해 짧게 살펴보았습니다. 좋지 않은 습관은 이것 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위의 세 가지만 고쳐도 독서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르게 느껴지실 겁니다. 우리가 독서법에 대해 배우거나 전문가에게 코칭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안 좋은 습관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인지를 하고 고쳐나가면 됩니다. 안 좋은 자세로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몸에 역효과가 나듯이, 좋은 방식으로 독서를 하는 것은 독서를 결심하시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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