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곳에서
꿈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쑥스럽게 '글로 돈벌어 먹고사는 거요' 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이고, '좋은 가정을 꾸리고 좋은 사람이랑 사는 거요' 라고 말한다. 그렇게 사는 걸 원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꿈은 아니니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나의 역사를 짚어보면 그 시작은 엄마와의 소통이었다. 엄마는 화가 나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성미였고, 딸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주 입을 닫아버렸고, 엄마는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 속의 엄마는 나에게 성큼 다가왔고 따뜻했다. 우리는 편지 속에서 가장 가까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그 시절의 엄마 나이와 비슷해졌지만 여전히 입은 닫고, 글 속에서 평안을 찾는 것 또한 여전하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글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는 사람치곤 게으르고 두서가 없는 말인 걸 알지만, 게으르고 두서가 없어서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16년 12월 31일에 블로그에 쓴 짧은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오페어 비자로 독일에 있을 때인데 떠나기 마지막날에 쓴 글이었다. 나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위해 호주에 온지 3주정도가 되는 시점이고, 그 글은 짧다면 짧은 3주동안의 내 복잡한 마음을 다독여주고, 응원해주었다. 나를 위해 뭐든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