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주민의
연남동으로 이사온 지 7개월이 되었다. 이사하던 날은 폭설이 내렸고 눈오는 날 이사하면 좋은 징조라는 말을 8번 정도 들었다. 반년 살았으니 중간정산을 해보자면...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시간들이었다. 나쁠 것도 없다는 것이 결국 좋은 일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다.
집이 아늑하고 좋은 건 다음에 이야기 하고 오늘은 우리 동네를 기록하고 싶다. 사진에 보이는 길 끝에는 요코초라는 야키토리집이 있는데 연남동 야키토리 보스다. 생긴지는 꽤 된 것으로 기억한다. 왜냐면 내가 19-20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에 저 가게를 처음 갔기 때문이다. 그 때는 다른 곳에서 한잔하고 가볍게 이차하러 올 수 있는 식당이었는데 지금은 2시간 대기하고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왜 그렇게나 사람들이 요코초에 열광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 몇달간 연남 홍대 상수 합정 망원 야키토리집을 쏘다닌 결과 요코초가 유난히 맛있거나 특별하게 가성비가 좋은 것도 아니다. 도깨비집인걸까. 도대체 뭐라고 소문이 났길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건지 웨이팅하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경이다.
홈플러스 사거리 횡단보도다. 우리집은 이 횡단보도를 지나서 연남동 거의 끝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홍입(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집을 가려면 연트럴파크를 시작부터 끝까지 걸으면 된다. 물론 난 따릉이를 이용한다. 가끔 따릉이가 없을 땐 강제 유산소를 해야하는 데 기분탓인지 저 사거리를 기점으로 우리집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악취가 나지 않는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더운 열기와 길가의 쓰레기들이 합쳐져 머리가 지끈하는 냄새가 불쑥불쑥나는데 신기하게도 저 사거리를 건너면 잠잠해진다는 거다.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조명빨 받는 연트럴파크다. 사람이 끊임없이 붐비는 게 지겹긴하지만 그 만큼 강아지들도 끊임없이 붐비기 때문에 난 이 공원이 너무 좋다. 한국에서 키울 수 있는 웬만한 크고작은 종을 다 구경한 것 같다. 차우차우?인가 중국의 사자같은 개부터 사람만한 개도 있었고, 주인만 쳐다보며 뒤로 걷는 개도 있었고, 지쳤는지 삼보일배하듯 몇발짝 걷고 주저앉은 개도 있었다. 별의 별 개를 다보는 거지. 행복한 일이다. 어떤 날은 공원에 앉아서 가만히 강아지들만 구경하기도 했다. 조금은 무섭게 미소지으면서 말이다.
집 옆 카페인데 인간적으로 너무 비싼 가격정책으로 인해 딱 한번 방문 후 다시는 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도 정신사납기만 한데 이 곳도 손님이 끊이지가 않는다. 야외에 동남아 같은 분위기로 테이블을 만들어 놓은 게 인기가 있는 건지. 내 취향은 아니라 알 수없다. 장점은 하나 있다. 집에 창문을 다 열어 놓고 있으면 저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재즈가 집으로 들어온다. 조금은 우아한 밤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