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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유투자자문 May 02. 2023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배터리 산업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배터리 산업


최근 이차 전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란 세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이 전기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세계 패권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기업에 대한 정보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넘치는 정보로 인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지는 않았나요? 그래서 이차 전지 산업에 대한 전체 지형도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한 리포트가 나와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아래 자료는 삼정KPMG에서 최근에 발간한 ‘배터리 생태계 경쟁 역학 구도로 보는 미래 배터리 산업’ 리포트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미국의 IRA 법안과 중국의 ‘중국제조 2025’


2022년 8월 16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던 ‘더 나은 재건(BBB, Build Back Better)’ 법안을 토대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발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전기차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하고자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내놓은 것이다.


이 법안에는 전기자동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① 북미 지역에서 전기자동차를 조립해야 하고, ② 주요 부품의 50% 이상 북미에서 제조, 조립되거나, ③ 핵심광물의 40% 이상이 미국이나 미국의 FTA 체결 국가에서 추출되거나 처리되어야 한다. 즉, ‘보조금 받으려면 중국을 배제해라!’로 요약된다.


반면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자동차’를 포함한 10개 제조업 분야를 선별, 집중적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에너지 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분야에 배터리가 포함되며, 중국제조 2025를 통해 급성장한 중국 배터리 기업으로 CATL을 들 수 있다.


기술패권 시대, 왜 배터리 산업에 주목하는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이차전지)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열강들이 배터리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배터리 시장이 주목받게 되었다는 점, 특히 내연 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점, 미래 산업의 발전 방향성인 전동화·무선화를 달성하기 위해 배터리가 핵심 동력원으로 사용된다는 점 등에서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향후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각 국가에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19년 232만 대에서 연평균 33%씩 성장하여 2030년에는 약 5,568만 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역시 늘어나, 2019년 118 GWh 수준의 수요량이 연평균 37%로 증가하여 2030년에 3,647 GWh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


배터리 산업의 밸류체인


배터리 산업의 밸류체인은 크게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다운스트림 및 폐기 단계로 이루어진다. 업스트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는 단계다. 미드스트림은 크게 원자재 제련, 핵심소재 및 셀 제조로 구분된다. 원광물이나 폐배터리를 통해 확보한 희유금속들을 정제하여 고순도 원료를 생산한다. 이러한 원료를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를 만들고 소재를 토대로 배터리 셀을 제조한다. 제조된 배터리 셀을 모듈화, 패킹(Packing)하는 작업은 다운스트림 단계로 구분된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경우 폐기 단계에서 배터리 셀을 재제조하여 기존과는 다른 목적으로 재사용되거나, 희유금속을 추출하기 위한 재활용 작업을 거치게 된다.


(1) 업스트림: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확보(생산)


① 리튬

리튬은 주로 광산에서 작업을 거쳐 확보되거나 염호에서 염수를 건조하여 산출된다. 경제성 있는 리튬 매장량은 대부분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중국에 부존하고 있다. 리튬은 특정 지역에 매장량이 편중되어 있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수요 대비 생산량도 부족하여 가격이 상승하는 등 공급 불안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② 니켈

니켈은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가 최대 보유국이자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 수출을 2020년 1월부터 금지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제련시설을 구축하는 등 다수의 니켈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이 두 나라가 세계 니켈 공급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③ 코발트

전 세계 코발트의 약 70%가 콩고에서 생산되고, 전 세계 코발트 수출량의 약 95%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코발트 수입량의 9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최대 수입국인데, 이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에 대규모로 투자하여 광산의 약 70%를 보유하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차 전지 4대 핵심소재


(2) 미드스트림: 원자재 세정·정제, 핵심소재 및 셀 제조


① 원자재 세정 및 정제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정제원료를 기반으로 배터리 기초소재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배터리 셀을 제조하는 미드스트림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우선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은 원광 형태로 추출되어 고순도화하는 작업인 제련(Refining)을 거쳐 배터리용 정제원료로 전환된다. 현재 중국은 리튬 가공시설의 대다수를 보유하여 전 세계 리튬 제련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리튬 외에도 전 세계 제련 코발트(순도 99.8% 이상)의 64% 정도를 공급하면서 광물 제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② 배터리 셀 4대 핵심소재

정제원료를 기반으로 기초소재가 완성되면 본격적으로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을 생산할 차례다. 전 세계 배터리 소재 시장 전망을 살펴보면, 2030년 1,8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대 핵심소재 시장이 1,310억 달러의 규모를 형성하며 전체 소재 시장의 약 7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양극재가 62%(810억 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③ 배터리 셀 제조
원자재 제련부터 핵심소재까지 완성되면 미드스트림의 최종 제품인 배터리 셀 제조 단계에 접어든다. 배터리 셀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본 단위로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을 케이스에 조립하여 만들어진다. 이때 케이스는 배터리 구성 요소를 보호하는 외장재로 형태에 따라 크게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으로 나뉜다.


(3) 다운스트림: 배터리 팩 및 최종재 제조


제조된 배터리 셀은 최종재에 맞게 모듈화하여 팩 공정을 거치는데 이는 배터리 제조의 마지막 단계인 다운스트림에 해당한다. 먼저 여러 개의 배터리 셀을 연결하여 모듈 케이스에 고정시켜 조립하고, 모듈을 배터리 팩에 넣고 추가적인 장치를 붙여 연결해 주면 팩이 완성된다.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를 팩 가격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기차용은 2019년 200억 달러에서 연평균 31%씩 성장하여 2030년 3,98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밸류체인 내 국내 기업 현황


(4) End of Life: 폐기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의 마지막은 배터리 사용 완료 후 상태와 목적에 따라 재사용(Re-use) 또는 재활용(Re-cycle)하는 ‘폐기’ 단계이다. 전기차 확산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폐배터리 활용 산업은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핵심 원재료 가격이 증가하고 공급망 확보 경쟁이 강화되면서 재활용 산업이 더욱 부상하는 중이다. 향후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300억 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40년에는 1,74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무리


위 자료는 삼정KPMG에서 최근에 발간한 ‘배터리 생태계 경쟁 역학 구도로 보는 미래 배터리 산업’이란 리포트를 요약했습니다. 이차 전지 산업의 지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료인데 무려 48페이지나 되기에 A4 용지 3장으로 요약했습니다. 이 내용만 알면 이차 전지 산업에 대해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차 전지 산업의 생태계 중에서 제일 처음에는 배터리 셀을 만들고 최종재를 제조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를 중심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핵심 소재를 만드는 기업을 위주로 자금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초안이 공개된 이후로 배터리 재활용에 관련된 회사까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산업의 최상위에 있는 원자재를 확보해서 제련하는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보입니다. 사실 핵심 원자재가 없으면 이 모든 것에 대한 제조가 불가능합니다. 앞서 살펴봤지만, 특정 국가와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고, 그중 핵심인 리튬은 매장량이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이 일찍부터 투자를 시작해서 이 분야를 꽉 잡고 있는데 인플레이션감축법, 핵심원자재법만 보더라도 제조사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핵심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미국, 유럽도 당장 낮추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우회로를 일부 열어놓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니, 중국 또한 우리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https://youtu.be/P_O6ADzXljE

유튜브 영상


최근 반도체 산업과 비교했을 때, 이익은 약 8% 수준인데 주가는 약 85% 수준이라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부 기업에 국한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차 전지는 반도체를 이을 우리나라에 다음 먹거리 산업이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각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미래 패권을 잡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차 전지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고, 세부적으로 더 깊은 공부를 한다면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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