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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유투자자문 May 14. 2023

피할 수 없는 전쟁, 투키디데스의 함정?

골드만 삭스 리포트 분석

바이든과 시진핑


최근 골드만 삭스가 ‘미·중 패권전쟁’에 관련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단어로 미·중 간의 갈등을 예언한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와의 대담이 있어서 눈길이 갔습니다. 최근 이 개념을 빌려와서 ‘양자택일 강요받는 한국, 누구를 택할 것인가?’ 이런 제목의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갈등도 고조되고 있기에 그 한가운데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 2강의 충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중국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게 될까요? 그럼 우리도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걸까요? 그가 진단하는 미·중 간의 갈등의 이유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날의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매우 나쁩니다. 헨리 키신저와 주엔라이가 50년 전 두 나라 간의 관계를 재개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상태로 악화하였습니다. ‘전쟁의 운명’이란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도전했을 때, 그리고 이후 수 세기 동안 반복해서 같은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세력이 지배 세력을 대체하려고 하면, 양쪽 모두 서로에 대해 점점 적대적으로 변합니다. 지난 500년 동안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가 패권 국가에 도전하는 16건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중 12건은 결국 전쟁으로 귀결됐습니다. 


현재 중국이 유성처럼 떠오르고 있는 국가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때 세계 제조업의 중심은 어디였습니까? 미국입니다. 현재는 어디입니까? 중국입니다. 2000년 무역의 주요 거래 파트너는 누구였습니까? 미국입니다. 오늘은 누구입니까? 중국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GDP가 큰 나라는 어디입니까? 2000년 중국의 GDP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미국의 약 1/4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미국보다 약간 큽니다. 그 누구도 미국이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서 지난 70년간 군림한 패권국가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고전적인 측면의 패권 경쟁입니다. 


요즘 미·중 간의 충돌을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많이 비유하고 있습니다. 공통의 적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계기로 아테네가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전쟁을 필연적으로 불러왔다고 아테네의 학자 투키디데스는 규정했습니다. 


둘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속에서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고 싶은 세계 각국은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됩니다. 미국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해야 하고, 중국은 앞선 지도자의 충고를 무시하고 시진핑의 절대권력 유지를 위해 너무 빨리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면서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갈등마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대체 어느 쪽 동아줄을 잡아야 할지 셈법마저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죠. 


둘이 충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인은 한 세기 동안 선두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 속에 깊이 "지배 권력 증후군"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중국이 따르지 않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상을 알 것입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우주의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서양인이 새로운 기술로 나타나면서 그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했던 ‘수치스러운 세기’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다시 힘을 되찾아가면서, 시진핑 주석이 "위대한 중국 인민의 위대한 부흥"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자연스러운 위치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리고 중국이 더 강해짐에 따라 역사상 유사한 다른 라이징 권력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역사를 거듭하며 반복되어 왔던 이러한 스토리라인이 미국과 중국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6년에 쓴 것처럼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2000년대만 해도 미국과 중국은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중국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저렴하게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그들 덕택에 미국은 인플레 없는 역사상 가장 찬란한 호황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란 나라는 절대 손해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무역적자 속에서도 이를 용인하는 이상한 관계가 오랜 시간 유지된 것이죠. 


중국은 수출로 번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면 자국의 통화가 강세를 보여 수출이 불리해질 수 있기에 일정 부분 미국의 국채를 샀습니다. 즉, 가난한 녀석이 부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묘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미국은 이를 용인했던 것이죠. 덕택에 미국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소비했고, 이는 장시간 호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빌린 돈으로 펑펑 썼으니, 어쩌면 2008년 금융위기는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 평가받았으니 미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다급한 그들이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바로 달러란 마법 지팡이였습니다. 돈을 마구 찍어내는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둘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미국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무제한 달러를 발행한 것이지만, 화폐의 공급이 늘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다 팔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안 먹고, 안 쓰고 빌려줬더니 꼼수를 부려?’라고 생각했고, 미국 입장에서는 ‘배곯는 놈 재워주고, 먹여줬더니, 감히 날 협박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는 잘못된 만남으로 귀결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극복하기 힘든 사상적, 문화적 차이에 경제적 문제가 더해지면서 둘의 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러·우전쟁까지 터지면서 동북아시아에 긴장감 또한 더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미군은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되고, 우리나라 또한 참전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의 필연적인 결과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지난 500년 동안 16개의 ‘투키디데스의 함정’ 중에서 4개는 놀라운 전략적 상상력이 비범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IT, AI, 양자 컴퓨팅 및 기타 중요한 기술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각각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에게 불이익이 되는 조처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차단하거나, 미국이 중국에 고급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경쟁을 위한 인센티브는 강렬합니다. 


그러나 협력을 위한 인센티브도 또한 강렬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은 인류의 생존권에 직결되어 있기에 각 국가는 배출을 제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금융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상호 의존적입니다. 이제 한 나라에서 시작된 금융시스템 붕괴가 전 세계로 전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 경제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경쟁과 협력을 결합하는 전략적 개념으로 길을 찾아야 합니다. 한 가지 가능성은 "경쟁 파트너십"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경쟁자이자 강력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죠. 이 개념은 종종 비즈니스에서 발생합니다.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자이지만, 삼성은 애플의 가장 큰 부품 공급업체입니다. 이는 분명 불편한 상황이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감수하는 것이죠. 일부 분야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다른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오늘날 복잡한 세계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결국 스파르타가 승리했지만, 무려 27년간이나 계속되면서 승자도 결국 국력이 쇠퇴해 몰락하게 됩니다. 미국은 분명 중국이 지금까지의 도전자와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봅니다. 패권 전쟁이 오랜 시간 이어지게 되면 결국 상호 파괴적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제안한 ‘경쟁적 파트너십’이 결국 미·중이 나아갈 길이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YZD2RdAGv74


그렇기에 너무 빨리 입장을 정리한 우리 정부의 선택이 두고두고 아쉽다고 느껴집니다. 앞으로 수년 후 중국 수출 의존도를 탈피해 미국의 비중이 가장 커질 것이라 전망이 주류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수출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미·중 간의 패권전쟁으로 인해 우리 기업에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옥석을 잘 가린다면, 성공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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