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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제주댁 Oct 17. 2024

고사리앞치마. 제주에는 4월에 고사리장마가 온다.

고사리꺾으러 갈 때 필수품, 고사리앞치마



오일장떡볶이 맞은편, 잡화점이 하나 보입니다  여느 지역의 전통시장과 비슷해보이는 품목들이 보이지만 조금만 더 관찰해보다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앞치마가 하나 있습니다.


제주의 상설전통시장이나 오일장을 방문한다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앞치마는,  

바로 고사리앞치마.

말 그대로 고사리를 채취할 때 사용하는 앞치마지요.


제주에서는 4월에 비가 내리면 이를 "고사리비", "고사리장마"라 부릅니다. 이 비가 그치면 제주의 초지에서는 여린 고사리 줄기가 쑥 올라오고 이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온동네 제주사람들이 산과 들로 새벽부터 채비를 해서 나가지요.


동이트기 전에 채비를 하고 나가는 것은 누구보다 빨리 좋은 고사리를 얻기 위해서고요, '고사리스팟은 며느리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라는 제줏말이 있을 정도로 비밀리에 나만의 고사리스팟으로 가 4월 한달간 고사리채취에 한창인 시즌입니다. 


이렇게 고사리시즌 얻은 고사리는 일년내내 제주사람들의 명절과 제사에 사용됩니다. 그 뿐이겠어요? 고사리를 잘 말려 팔면 용돈벌이에도 꽤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꺾은 고사리들이 잘 말려 포장되어 이렇게 동문시장 좌판에 깔려 있지요.


제주에서는 고사리를 딴다. 채취한다고 하지 않고 '꺾는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제주사람처럼 한번 표현해볼까요?

"고사리 장마 왐시난 고사리 꺾으래 가게!"

(고사리장마 오니, 고사리 채취하러 가자!)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고사리가 톡 꺾이면 그 손맛에 빠져들어 고사리꺾기에 중독된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제주의 봄은 확실히 고사리꺾기에 분주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본사람들도 제주고사리를 좋아해서 동문시장에 방문하면 많이 사 가는 품목 중 하나라고 하지요.


이 고사리를 꺾으러 갈 때 꼭 필요한 앞치마가 고사리앞치마입니다. 말 그대로 고사리꺾기를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설계로 앞치마가 제작됩니다. 고사리를 꺾으면 앞치마 주머니에 쏙쏙 담습니다. 어느정도 가득 모인 고사리를 옮길 때 다시 주머니의 고사리들을 손으로 한줌씩 꺼내 담기 참 번거롭잖아요? 이를 효율적으로 옮기기 위해 고사리 앞치마 아래는 지퍼가 달려있고요. 그냥 가볍게 지퍼만 열면 고사리앞치마 아랫쪽으로 수북히 쌓인 고사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이런 효율성 때문에 제주에서 이 고사리앞치마는 고사리꾼들에게 필수품이기도 하지요.


이 고사리앞치마는 고사리철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사리철이 끝나면 곧 매실철이 다가오지요. 고사리앞치마를 메고 매실을 따면 매실 역시 아주 효율적으로 옮겨담을 수 있답니다.


제주의 4월 봄, 고사리를 꺾으러 갈 때는 두꺼운 목이 올라오는 양말과 손토시, 장갑. 모자, 해충기피제와 함께 이 고사리앞치마를 준비해보세요. 고사리장마가 그치고 자연으로 나가 신나고 즐거운 고사리꺾기에 동참하다보면 제주의 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다음은 제주의 기름을 만나러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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