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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Jul 11. 2022

완벽주의자가 삶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이동귀, 손하림, 김서영, 『네 명의 완벽주의자』, 흐름출판, 2021

완벽주의자가 삶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이동귀, 손하림, 김서영, 『네 명의 완벽주의자』, 흐름출판, 2021 책 리뷰


완벽주의자는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일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 책에서는 이러한 완벽주의자들에게 '완벽해야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p.118)'을 조금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수정해보고, '타인의 기대를 바탕으로 성취의 기준을 설정(p.118)'하던 기존의 방식을 교정하라고 권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목표를 정할 때 ''반드시' 혹은 '무슨 일이 있어도'라는 말을 생략(p.120)'하고 ''가능하면'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자'와 같은 유연한 말을 추가(p.120)'하는 것이다. 또한 '목표를 정할 때 OO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혹은 ‘OO의 인정·칭찬을 받기 위해서’라는 마음보다는 ‘그 목표가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혹은 ‘이 일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

글자 그대로 되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머리로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삶의 고삐를 쥔 건 내가 아니었다. 인정에 대한 갈망이 삶의 방향타를 이리저리 휘두르곤 했다. '네가 이 일을 해줬으면 좋겠는데?'라고 하면 속으로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다가도, '잘하니까 믿고 맡기는 거야'라는 말에 거절하지 못하고 덥석 물곤 했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도 그랬다. 속으로는 '이번에는 꼭 거절해야지!' 하고 다짐해놓고, 정작 만나서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거절하면 그 사람이 나에게 실망할까 봐, 나를 안 좋은 사람으로 볼까 봐 두려웠다. 차라리 내가 조금 힘든 걸 감수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 정도로 타인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랐다. 위에서 말한 타인을 기쁘게 하거나 인정받기 위해 목표를 정하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이 딱 나였다. 게다가 일할 때는 실수를 할까 봐 힘이 바짝 들어가서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때로는 몰래 저녁이나 주말에 미리 일을 해놓기도 했다. 평일에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일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합리화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을 못 한다, 느리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이런 완벽주의적인 노력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예컨대,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어서 삶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완벽주의자는 내 생각, 감정, 행동을 통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도 통제하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못하도록 막고 싶고, 좋은 인상만 주고 싶기 때문(p.50)"이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항상 안테나를 삐죽 세우고 다녔다. 그리고 그 방향에 맞춰 내 삶을 이리저리 조정하고는 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원래 살고 싶었던 삶이 무엇이었는지는 가뿐히 잊어버리게 된다. 물론 완벽주의의 장점도 있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고, 오류가 없는지 검토하기 때문에 성과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완벽주의자가 '부적응적 완벽주의'로 흐르면 문제가 된다. 


문제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다

내가 그 부적응적 완벽주의자의 전형이라 할만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나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 실패는 없다' 등 한 번에 모두 실현할 수 없는 다양한 신념을 공고히 한 채 살았다. 그래서인지 매일매일이 패배자의 삶, 실패하는 삶으로 느껴졌다. 그러다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일 년 남짓 우울증 약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우울증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간을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 초조해졌다. 그래서 '절대 실수하면 안 돼', '다시는 실패해서는 안 돼'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우울증이 재발했다. 처음 겪었던 우울증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다. 공황장애와 사회불안장애도 함께 왔다. 단언컨대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우울에 좋지 않다.  


책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되어 노력한 시간을 잊어버리면 우울, 불안 및 스트레스가 마음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을 때 겪을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할수록 더 우울하고, 불안하며, 큰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노력할수록 더욱 두려워지기 때문에 노력 자체가 독이 될 수도 있다(p.83)."라고 표현하고 있다.


완벽주의자들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벽하게 '노력'할 게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모든 것은 실패다'라는 흑백논리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어떤 실수를 저질러도, 그간의 노력이 모두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p.84)'이다. 흑과 백 사이에는 회색지대가 분명 존재한다.


더 나아가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야만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확보된다(p.135)라고 말한다. 하지만 억지로 이런 마음을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다. 책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다면 애써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스스로에게 긍정적 평가를 강요하는 것 또한 건강한 심리상태를 만드는 길은 아니다(p.49)라고 말한다. 


'그럼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데?'라는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랬다. 우울증에 걸려서 당장 낫고 싶은데 책과 미디어에서는 운동을 해라, 친구를 만나라, 좋은 음식을 먹어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같은 방법을 제시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니까 그걸 못하겠다니깐요. 당장 글자 하나 읽는 것도 벅차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밥을 해 먹나요. 친구는 어떻게 만나나요. 


명쾌한 답은 없다. 고유한 존재로써 '나'만이 존재할뿐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상태와 감정을 충분히 인정하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그치면 된다. 뭘 더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냥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를 토닥이다 보면 눈물이 펑펑 나기도 하고, 더 우울해지기도 하고, 어쩌면 조금 더 움직여볼 에너지가 날 수도 있다. 그럼 그때 조금 움직이면 된다. 방 밖으로 나가서 30초만 걸어봐도 좋다. 그래도 힘들면 '내가 30초 걷기도 힘든 상황이구나'하고 알아주면 된다. 


완벽주의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받아들여주자. '내가 실수에 이렇게나 예민한 사람이라서 이메일을 한 번 보내는데 수십 번을 검토하고 있었구나', '내가 팀장님한테 잘했다고 칭찬을 받고 싶어서 보고서를 계속 수정하고 있었구나'하고 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충분히 받아들이고 나면 내 내면이 답을 내려 줄 거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던지, '한 번만 더 보고 가자'던지 말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거다. 내 마음을 모르고 자동조정 상태로 움직이는 것과, 내 마음을 알고 주도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건 천지차이다. 


책에서도 "달성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는 목표보다는 내가 스스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드는 목표를 먼저 선택해보자. 해야만 하는 것 대신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 정한 성취 기준에 따라, 나에게 중요한 영역에서, 내가 결정한 목표를 추구할 때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p.121)."이라고 말한다. 물론 수많은 현실적인 조건들 때문에 내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때도 그 사실을 철저히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 뒤에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러면 완벽주의자들은 결정을 어떻게 내리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나만의 팁을 하나 제시하자면 고민하는 시간과 결정 시간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데 퇴사를 하는 것과 이직을 하는 것, 지금의 회사의 남는 것 중에 뭐가 가장 이득인지 모르겠다. 너무 고민된다 하면 고민 데드라인을 정해라. 예를 들어 지금이 1월이라면 1월 30일까지는 고민을 충분히 해야지. 그리고 2월 1일에 결정을 내리는 거야. 이렇게 말이다. 메뉴를 정하거나 옷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것과 같은 비교적 작은 일에는 5분, 10분 정도로 짧은 시간을 주면 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뒤에는 다시 검토하거나 생각하지 마라. 그냥 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고 만족해라. 감사해라. 그러다 보면 결정이 조금씩 쉬워진다.  


위에서 안내한 방식 말고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한국의 완벽주의자들에게 각각의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이동귀, 손하림, 김서영, 『네 명의 완벽주의자』, 흐름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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