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힙합?

by 승혁

얼마 전, 우연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힙합을 듣고야 말았다.


엥? 따뜻한 힙합이라니?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도 있을 테지. 왜냐하면 힙합은 물고 뜯어야 제맛이니까. 우리 크루(Crew)가 아니면 다 하찮은 존재들이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고 최고니까.


하지만 올해 연말은 과감하게 고전적인 크리스마스 캐롤 대신 이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두?


(※본 글은 특정 음원을 홍보하는 글이 아니라 개인적인 소견임을 밝히오니, 혹여 이 글을 보는 목적이 다른 분께서는 살포시 ‘뒤로가기’를 눌러 귀중한 시간을 아끼시기 바랍니다.)

'아마두'의 앨범 커버 사진.


흡사 ‘S.E.S’나 ‘핑클’의 앨범 커버 느낌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콘셉트. 크리스마스 때마다 온 국민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칠공주’를 오마주한 듯한 설렘과 평화로움. 바로 지난 3일 각종 음원 사이트를 물음표에 빠뜨린 음원, ‘아마두 (Feat. 우원재, 김효은, 넉살, Huckleberry P)’이다. 어때, 조금은 이 곡에 대한 궁금증이 들지 않은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곡은 장장 9명의 최정상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특이점은 각자 다른 레이블(Lable, 같은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모임 또는 단체 등을 일컬음.) 소속 래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다. 본 음원 가수보다 피쳐링 가수가 더 이목을 끌고, 어떤 작곡가와 작사가가 참여했는지가 더 궁금한 현대 사회에서 그게 왜?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까지의 한국 힙합 음악은 소위 ‘누가 누가 더 잘하나’ 식의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 흙수저(?)로 태어나 이렇게 보란 듯이 자수성가했고, 이제는 이렇게 힘들게 번 돈을 마음껏 쓸 거야! 라는 레퍼토리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그런 거품을 눈에 띄게 거둬낸 듯한 인상을 퍽 심어준다. 마치 인생의 목표와 꿈을 다 이룬 장로들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심심찮은 위로랄까.


내년엔 잘될거야 아마두

택배가 도착할걸 아마두

여친이 생길거야 아마두

민수도 잘될거야 아마두

동갑인 차살거야 아마두

팔로는 애낳을거야 아마두

머리가 자랄거야 상구두

기석인 모르겠어 하나두

「해당 노래 가사 일부 인용」


단도직입적이고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2019 현대판 캐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캐롤에 딱 어울리는 밝은 종소리와 젊은 세대와 아주 친숙한 일렉트로닉 비트(Beat)가 오묘하게 섞여 신기한 분위기를 내는데, 그와중에 더불어 이렇게 희망적인 가사로 힙합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틀어버린 것만 같았다. 개인적으로 힙합 문화의 광적인 팬은 아니지만,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굉장히 신선했고 무엇보다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때는 말이야, (나이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지만), 나름 비슷한 문화 현상이 있었다. 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프로젝트성 한국식 크리스마스 캐롤을 발매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예를 들면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의 ‘크리스마스니까’ 혹은 ‘김용준’, ‘가인’의 ‘Must Have Love’와 같은 발라드 캐롤이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아무래도 소속사를 알리기도 쉬울뿐더러 팬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한 음원에서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는 큰 설렘이 있었으리라. 거기에 한국 정서를 물씬 담은 캐롤 음악이라니.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한 시대를 사로 잡은 한국식 크리스마스 캐롤.


2019년, 이제는 그 문화의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들만의 특유한 감성이 어느새 무르익어 이런 곡의 탄생까지 이끌지 않았을까. 물론, 세대 차이를 느끼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배척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는 것이다. 이전의 힙합 문화가 서로에게 인정만을 받으려 했다면, 이제는 서로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만큼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한 음원을 들으면서 ‘너무 과잉 몰입한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잠시 기억을 돌이켜보라. 70, 80년대 조영남 안경을 비롯해 통 큰 바지와 큼지막한 패턴의 체크무늬가 다시 유행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처럼 해당 음원 역시 어떠한 흐름의 소중한 일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힙합을 들으며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2019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이렇게 두서없는 긴 글을 읽어주신 소중한 분들에게.


“내년엔 잘 될 거야 아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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