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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Apr 17. 2021

너와 함께 떠나는 책여행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자가격리 중인 아이의 보호자로 함께 자가격리 일주일째. 갑작스레 왕창 많아진 시간을 두고 뭘 하면서 보낼까 두리번댄다. 『오즈의 마법사』 가 눈에 딱 들어온다. “이거 다 읽으면 선물 작은 거 하나 해주께.” 자가격리 충격 때문일까, 보상을 걸고 독서를 시키는, 딱 싫어하는 짓이건만, ‘작은 거 하나’쯤이야 합리화까지 해대며 책을 읽힌다.    

 


“엄마, 동쪽 마녀가 도로시 집에 깔려 죽었어.”

“엄마, 허수아비 뇌가 없대.”

“엄마, 에메랄드 시 다 초록색으로 보이는 거 안경 껴서 그런 거 아니야?”

“엄마, 오즈 마법사가 아니고 사기꾼인데?”

“엄마, 오즈 혼자 열기구 타고 날아갔어. 도로시는 어떻게 집에 가지?”    


책 읽는 사나흘 좀 편해 보자는 심사로 보상을 걸었건만 아이는 금세 책에 빠져 눈깜짝할 새 다 읽어버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물으니 “친구들이랑 여행하잖아, 모험도 하고.”란다. 나는 오즈가 마법사가 아니라 사기꾼 인간이라는 반전이 찌릿했는데 그러고 보니 여행 같기도 하다. 어떤 장면이 제일 좋았냐고 물으니 “오즈가 허수아비한테 뇌를 선물해줬는데 에메랄드 시 사람들이 자기들을 다스려달라고 해서 허수아비가 왕이 되는 거”란다. 나는 따스함과 거리가 먼 황량하고 조용하기만 한 켄자스 도로시의 집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어딘가 다 모자라는 인물들이 힘을 합쳐 원하는 걸 얻고 행복해지니 좋기는 하다. “엄마, 그런데 도로시 엄마, 아빠는 왜 없어?” 묻는다. 그러게. 엄마, 아빠도 아닌데 집으로 돌아가겠냐고 물으니 “당연히 돌아가지. 그래도 집인데.”라는 말에 잠시 울컥한다. ‘그래 이 집이 어쩌면 너에게는 전부일지도 모르겠구나.’ 태풍에 날려가지 않는 이 집도, 이 집이 전부인 아이들도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아이와의 이야기가 재밌어 한참 종알종알 거리다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오즈의 마법사』를 읽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했을까. 너만한 아이였을, 과거의 나로 돌아가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때의 나도 너처럼 “엄마, 정말 재밌어. 거의 제일 재밌어.”라고 했을까. 너와 함께 읽으니 『오즈의 마법사』를 여행하는 것만 같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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