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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l 27. 2021

남 탓하는 사람과 거리 두기

유범희,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

예상치 못한 구설에 휘말려 몸도 마음도 힘든 시간들이었다. 국어 사전에서 ‘구설수’를 찾아보니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 딱 그거다. 사람과 관계를 너무 쉽게 맺는 나를 탓했다. 남과 시비를 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는 것, 어떨결에 퍽치기를 당해 몸에 상처를 입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몸의 상처는 드러나지만 마음의 상처는 타인이 눈치채지 못할 뿐 아니라 나 자신도 그 깊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는 구설에 휘말린 나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읽었다.      



‘당신의 무의식은 괜찮은가?’라고 글쓴이는 끊임없이 물어온다. 현재 나타나는 행동과 정서가 무의식의 표현이며 유년기의 기억과 관련있다는 프로이트의 해석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나의 무의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책을 읽어도 참 알기가 어렵다. 다만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난다는 건 프로이트의 실로 대단한 업적이라 믿는다. 몰두하는 일이 있을 때 그 일은 늘 내 꿈을 지배한다. 즐거운 일에만 몰두한다면 나는 언제나 즐거운 꿈을 꾸겠지만 슬프게도 현실을 그렇지 않다. 오늘 아침에는 한달 간 쉼없이 나를 험담한 구설의 당사자와 만나 대화하는 꿈을 꿨다. 험담자는 나를 제외한 동네 이사람 저사람을 붙잡고 한달이 넘게 줄기차게 험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화가 될 리 없다. 꿈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험담자가 쳐놓은 구설의 그물에서 한동안 허우적거렸으나 이제 나의 길을 간다. 인연이 다 좋은 건 아님을 알았다. 나쁜 인연은 만들지 않는 지혜와 혜안을 가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됐고 그러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는 3장 ‘스트레스와 불안으로부터 내 마음을 지키다-심리적 방어기제’가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본능적으로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정신적 안정 상태가 깨지기 쉽다. 정신적 안정이 깨지면 불안이 몰려오게 된다. 그럴 때 우리의 자아는 불안을 통제하려고 어떤 식으로든 대응한다. 이렇게 정신 내부의 심리적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자 무의식으로 작동하는 자아의 움직임을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한다. 43p     


책에서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크게 4가지로 나누었다. 

- 원시적 방어기제 : 부정과 투사, 남 탓하기, 집단 차원으로 발전하면 홀로코스트, 관동대지진 한국인 학살 등 

- 미성숙한 방어기제 : 신체화(스트레스성 두통), 퇴행(정신적 유아기), 내재화(광신도의 신봉)

- 신경증적 방어기제 : 다중인격장애, 전환(목소리 마비), 해리

- 성숙한 방어기제 : 이타주의(마더 테레사), 유머, 승화(본능적 욕망을 사회적 가치가 더 큰 행동으로 바꿔 스트레스를 해결. 춤, 스포츠, 보육 사업에 헌신 등)     


부끄럽게도 나는 ‘미성숙한 방어기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어쩌면 저토록 자연스럽게 남 탓을 할 수 있을까’ 싶은 험담자가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원시적 방어기제인 것 같다. 원시와 미성숙이 만나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어떤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성격이나 대인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마더 테레사 같은 이타주의는 꿈꾸지 못할지라도 유머로 넘길 수 있는 여유와 승화는 배우고 싶다. 또하나, 남 탓하고 회피하고 뒷담화하는 사람과는 확실히 거리 두기!       


예를 들어 원시적이거나 미숙한 방어기제들 위주로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매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지금 나 자신은 어떤지 스스로를 돌아보라. 혹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원시적이거나 미숙한 방어기제를 남용하고 있진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일상에서 이런 대응 방식을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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