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옳다. 그리고 나는 틀렸다.
이 질문을 보고 잠시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인생 교훈'이라는 수식어를 달만큼 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었던가? 그런 깨우침을 얻을만한 드라마틱하면서도 극적인 경험은 삶 속에서 아직 없는 것 같다. 거창한 '인생 교훈'은 아니지만 요즘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당신은 옳다"는 정혜신 작가의 책 제목과도 같다. 밑미 플랫폼에서 <치유의 쓰기 읽기> 리추얼을 운영하면서 우리 리추얼의 추천 도서로 선정된 책이어서 읽게 된 책이다.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경험을 하든, 나의 존재 자체는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 유학생활을 하고 혼자 나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삶을 살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오늘 회사에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지에 따라 나의 가치도 함께 오르락내리락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떤 껍데기를 두르고 있어도 그 중심에 있는 나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중심은 언제나 옳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 나는 무척 단단해진 것 같다.
내가 옳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다른 사람도 옳다는 것 또한 알아차리게 되었다. 생각이 달라도 그들 존재 자체는 옳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 조금만 붙어있다 싶으면 얼마 안가 말다툼하기 바빴던 엄마와도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개별적 존재가 옳다고 생각을 하게 되니 서툰 말과 행동 뒤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존재와 마음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어온 몇 가지의 책에서 관통하는 메시지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마크 맨슨은 우리의 믿음의 대부분은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믿음이 틀렸다. 어떤 믿음은 다른 믿음보다 덜 틀릴 따름이다. 인간의 마음은 오류로 가득한 난장판이다." 우리가 지혜를 구하는 과정은 정답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덜 틀린 답을 매번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Think Again (싱크 어게인)>에서 애덤 그랜트는 이렇게 말한다.
"What we want to attain is confident humility: having faith in our capability while appreciating that we may not have the right solution or even addressing the right problem. That gives us enough doubt to reexamine our old knowledge and enough confidence to pursue new insights "
"우리가 얻고자 해야 할 것은 자신감을 겸비한 겸손함이다. 우리의 능력치에 대한 신뢰를 하는 동시에 지금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실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지금껏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해 적절히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추구할 수 있는 충분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틀렸고 삶이란 덜 틀리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무의식 중에 나는 엄마, 구글러, 딸, 며느리 등 여러 역할의 옷을 입고선 그 역할의 완벽한 모습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이상과 현실을 비교하면서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건강하지 않은 사고방식은 업무 역량에도 영향을 주었고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이상이 결코 옳지 않다는 걸 알고 나니 '어제보다 덜 틀린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앞서 말한 두 가지는 큰 메시지만 놓고 보면 서로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 둘을 연결해볼 수 있다. 나라는 존재 자체는 변함없이 소중한 나의 중심 그 자체이고 이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도 항상 변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 생각, 가치관이라는 필터를 가지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내가 어떤 필터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내가 보는 세상도 함께 다르게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틀릴 수 있다는 것,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After all, the purpose of learning isn't to affirm our beliefs; it's to evolve our beliefs (결국, 배움의 목적은 우리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던 그랜트의 말처럼 말이다.
더 좋은 가치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항상 경청해야 한다. 내가 밑미, 모닝파이브, 모닝아이오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매일 아침 '함께' 리추얼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