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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예 Jan 17. 2022

2021년: “나는 성장했고, 앞으로 성장할 사람”

#밑미리추얼메이커 #발표공포증극복 #회사성과의상승곡선

2022년을 맞이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2021년을 기록으로 남기고 2022년을 맞이하고 싶어 얼른 글로 남겨본다.


2021년의 성취 in a nutshell

밑미 리추얼을 1년 동안 이끌었다

발표 공포증을 극복했다

회사에서의 성과가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랐다


일 년 동안 이어온 밑미 리추얼

2020 12월에 Erin 언니의 리드에 따라 함께 밑미 치유의 글쓰기 읽기 리추얼 운영하기 시작했다.   정도 운영할까 했던 리추얼을  년이나 이어갔다. 항상 누군가로부터 지식을 습득하고 도움을 받는 learner 삶을 살아왔는데 밑미 리추얼을 통해 처음으로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giver 역할을 경험했다.


밑미 리추얼을 1년 동안 끌어가는 동안 무의식 중에 나를 가두고 있던 두 가지의 믿음이 있었다. ‘내항적인 성격은 리더의 자질과 부합하지 않다’와 ‘모든 리추얼 메이트가 100% 만족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라는 생각이다. 한동안은 이 두 가지로 인한 미안함과 자책감을 덜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에 영영 갇히는 대신 끊임없이 이 고정관념을 고치고자 노력했다. 리추얼을 하면서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매일 되뇌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대신 결점이라 여기는 나의 부분을 솔직하게 나누었다. 그리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굳이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않아도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과 얼마든지 리추얼 메이트들과 함께 성장하며 리추얼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믿기 시작했다.

우리의 첫 밑미 리추얼이 오늘이면 끝난다. 처음에는 리더로서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리추얼을 하며 우리가 느낀 감동을 이 시간을 통해 느낄 수 있을까 우리가 경험한 아침 시간의 기쁨을 그들에게도 느낄 수 있게 할 능력이 있을까. 여러 가지 두려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리추얼이었다. 나의 작년 확언 중 하나가 '선한 영향을 끼치는 리더'인데 작은 버전으로 몇 명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첫 리추얼을 마치며 1월에 쓴 글 중)
부담스러워할까 봐 한 번도 후기를 남겨달라고 직접 부탁해보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먼저 남겨주신 따뜻한 후기들


드디어 발표 공포증 극복

발표 공포증은 고등학교 12학년 때 전교생 앞에서 스피치를 한 그날 시작되었다. 강단 앞에 섰을 때의 긴장감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이후부터 여럿의 주목을 받으며 발언을 할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꺼풀이 떨리고 심장이 튀어나올 듯 쿵쾅댔다. 발표 공포증 때문에 대학시절 내내 단 한 번도 수업 중에 손들고 발표를 해보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몇 달간 애쓰고 공들여 만든 기능에 대해 발표를 할 때에는 너무 떠는 바람에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다 못 전하고 자리로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다. 10년 동안 나의 발목을 잡았던 발표 공포증이었는데...


이걸 극복했다.


‘극복했다’라고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해서 지난 일 년 간 내가 대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봤다.

연초에 클럽하우스 붐이 일었을 때 목소리로만 소통을 하는 형식을 보며 이거다 싶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떨었지만 30초라도 매일 한 번씩 말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심리 상담사의 방처럼 열린 마음으로 나의 말을 들어줄 것 같은 방이나 미라클 모닝처럼 익숙하고 자신 있는 주제의 방에 들어가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매 달 열리는 밑미 리추얼에서 오티와 마무리 줌 미팅을 가진 것도 도움이 되었다. 발언을 하게 되는 온라인 독서모임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4월에는 Women@ Google에 소속된 60여 명의 서울 오피스 소재의 구글러들 앞에서 리추얼을 주제로 20분 분량의 강연을 했다.


돌아보면 크고 작은 기회를 자꾸 만들어내고 다가오는 기회는 마다하지 않고 도전했던 게 극복의 큰 요인이었다. 티끌 같은 성취의 경험을 쌓아오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떨며 말하는 나의 모습을 의식하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은 몸의 반응에 걱정할 필요 없이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고 싶은 말을 반이라도 내뱉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 내가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해서 이제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성과평가 상승궤도

올해 3월과 9월 두 번의 성과평가가 있었는데 성과 면에서 상승궤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연봉이 눈에 띄게 올랐고 주식과 보너스도 예전보다 많이 받았다. 업무와 회사생활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발전했다. ‘엔지니어는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므로 나의 천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는데 회사 안에서 배우고 성장할 부분이 많다고 느끼게 된 것도 긍정적이다.



꾸준히 자라나는 아이들

나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인 두 아이의 엄마. 주어진 환경 안에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다. 완벽한 엄마는 아닐지라도 시시때때로 사랑을 표현하고 안아주었다. 하루 중 한두 시간이라도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일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려고 했다. 아이들이 성취한 부분도 간단히 기록해보자면:


첫째가 한글책, 영어책 (조금), 시계, 달력을 스스로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시간 개념을 배운 후 스스로 일과를 짜고 실행하는 재미를 경험했다.

9월에 킨더에 입학한 첫째가 별 탈 없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했다.

두 아이가 한 방에서 잠자기 시작했다. 불 끈 직후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결국 스스로 잠든다.

별 탈 없이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주었다.



이 외의 성취

이외에도 플래너를 1년 동안 꾸준히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자기 검열을 이겨내고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개인적인 성취로 본다. 플래너로 연초에 세운 목표를 꾸준히 성찰하고 상기한 덕분에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브런치에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올린 것도 나에겐 정말 큰 용기와 도전이다. 누군가에게 내 생각과 고민을 드러내는 것에 많이 주저하는 편인데 하반기에 무려 세 편의 글을 발행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은 글 하나를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글을 쓰는 관성이 생겼으니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다.


내가 이룬 것들을 쓰고 다시 쭉 읽어보니 한 가지의 테마가 보이는 듯 하다. 결국 가지고 있는 강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지가 성취의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 '리더는 외향적이어야 한다', '엔지니어가 적성에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발표 공포증은 개선될 수 없다' 따위의 스스로가 만든 틀을 깨고 나왔을 때 나도 한 단계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개선할 점

거시적 관점으로 일 년을 돌아보니 엄청난 2021년을 보낸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다소 비효율적이었던 시간 관리

개인적으로 하루 혹은 한 주를 기준으로 봤을 때 기대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는 문맥 변환(context switch)을 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인데 육아와 집안일은 당연하고 회사일도 대여섯 가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다 보니 버리는 시간이 많았다. 이 시간만 아껴도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잣대로 자신을 보느라 매 순간을 즐기지 못한 점

지나고 보면 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삶을 살았는데 매 순간 비판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느라 행복함을 느끼진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서 “행복했네”라고 과거형으로 돌아보기만 하기보다 “행복해” 라며 현재 진행형으로 매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싶다.



후퇴한 건강 상태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에 머물렀던 4개월 동안 뚜벅이로 이곳저곳 걸어 다니고 건강한 집밥을 먹고 마지막엔 헬스장에서 PT를 10회 받으면서 살도 빠지고 체력이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에 돌아온 이후 생활 패턴이 180도 바뀌었다. 차를 타고 집 책상에서 회사 책상으로 이동하고 온종일 책상에 앉아있기만 하다 보니 근육은 없어지고 지방이 7킬로 늘어났다. 목부터 해서 허리, 어깨, 그리고  척추까지 통증이 심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잠시도 앉아있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연말에는 결국 카이로프락틱 치료를 매주 다니고 스트레스로 인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나빠져서 매일 먹는 알약의 개수가 늘어났다. 깨져버린 몸과 마음의 균형은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2022년에는..

2022년에는 개선할 점을 바탕으로 해서 새해 목표를 생각해봤다. 우선 건강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예정이다. 돈으로 의지를 사서 꾸준히 운동을 할 예정이고 수면시간 확보를 0순위로 해서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잠들 예정이다. 매 순간 행복을 느끼기 위해 너그러운 시선으로 나를 대하고 매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 2021년에도 최선을 다했으니 올 해도 분명 잘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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