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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Dec 10. 2023

아이들의 악의 없는 행동에도

마트 한 켠에 샘플로 놓아진 뽀로로와 친구들이 있었다. 올해가 뽀로로 탄생 20주년이라는데 뽀로로 없이 아이를 키워낸 엄마들이 존경스러워질만큼 뽀로로와 공동육아를 하고 있는 초보 엄마는 담이와 뽀로로와 친구들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매번 마트에 올 때마다 그 곳에 멈춰서고 한동안 만지작 거리다가 오는게 코스였기 때문에 늘 하던 대로 그 곳에 서서 이와 뽀로로의 재회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이미 집에 있는 장난감들이지만 밖에서 보는 건 또 다른지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달려가곤 하는 이가 신기하고 어쩐지 그 미련이 귀여워서 한참을 그렇게 이와 쭈그려 앉아서 뽀로로와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담이의 또래로 보이는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담이의 손을 내리 치고 확 밀쳐냈다. 당황할 새도 없이 밀쳐진 담이는 울망울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일단 담이를 안았고 곧 담이를 밀친 아이의 엄마가 와서 아이에게 "그러면 안돼!" 하며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에게 달려왔다. 그 뽀로로와 친구들은 이미 3종세트가 집에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웃으며 인사 하고 떠날 예정이었으나 아이의 상처받은 얼굴을 보니 그냥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담이가 쭈그려 앉아있던 자리에는 담이를 밀쳐낸 아이가 자리 잡고 앉았고 담이는 뽀로로와 친구들과 웃으며 안녕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굳이 그런 상실감을 가진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이미 집에 있는 장난감이지만 장난감 하나를 더 구매해서 이 기억을 새장난감을 산 기억으로 덮어주고 싶었다. 담이는 장난감을 손에 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 아이의 집도 아마 비슷한 상황이었는지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그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다. 아이는 마트에 드러누웠지만 곧 엄마의 품에 안겨 자리를 떠났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이는 뽑기가 늘어서 있는 곳에 주저 앉아서 있었고 엄마는 멀찌기 떨어져 있었다. 아이는 담이 손에 뽀로로가 들린 것을 확인하자 벌떡 일어나 담이의 장난감을 뺏으려고 달려왔다. 일단 아이를 제지 했고 "그러면 안돼. 이건 담이꺼야." 하니 그 모습을 본 그 아이 엄마가 달려와서 "그러면 안돼!" 하고 아이를 안아들고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담이와 나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에게 사과받지 못했다. 아이는 기억하지 못할 그냥 소소한 일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내가 기억하고 내 눈 앞에서 아무 잘못 없는 내 아이가 밀쳐지는 모습을 보니 악의 없는 어린 아이의 몸짓에도 화가 났다. 내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있는 장난감을 또 사는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를 했지만, 한 편으로는 어른답지 못하게 그 아이에게 보란 듯이 사주고픈 마음도 있었다.


아이의 성향이 먼저이고 엄마의 태도가 다음인지, 엄마의 태도가 먼저이고 아이의 성향이 영향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 함께 나누지 않고 독점하려고 하는 성향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자신의 몫을 단단히 챙기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어쩌면 사회성 결여라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의 성장은 그야말로 예측이 불가한 영역이기에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할 때 늘 조심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옹졸하고 치졸한 어른의 방법으로 아이를 약올린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며 일기를 쓰듯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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