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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Aug 04. 2021

육아공약_네가 어떤 친구를 만나든

외할머니가 엄마 어렸을 때부터 늘 하던 말이 있어.


"살인자를 친구로 둬도 배울 점이 있다. 친구는 가려 사귀지 말아라."


처음에는 그 말이 엄청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참 엄마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어떤 친구들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지켜주는 주문 같은 것이 되었어. 또, 어떤 사람을 만나던지 저 사람에게 배울 점은 무엇일까 하고 그 사람의 장점을 찾게 되었던 것 같아.  외할머니는 엄마의 어떤 친구라도 그 친구랑 놀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었어. 그게 뭐랄까 엄마가 나를 믿어주는 느낌이었어. 엄마는 어렸을 때 그게 참 좋았어. 그래서 엄마도 엄마의 엄마 흉내를 내볼까 해.




너에게 엄마도 그런 엄마가 되어주려고 해. 네가 어떤 친구를 만나든 너의 소중한 친구를 존중할게. 살아가다 보면 정말 도둑질을 하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학원을 가지 말자고 속삭이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너의 것을 빼앗는 친구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따라가지 않는 심지를 가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해. 모든 너의 행동은 너의 판단으로 누군가의 유혹이나 속삭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게 엄마의 바람이야.


"살인자를 친구로 둬도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은 친구들에게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가릴 줄만 알면 그게 만약 살인자를 친구로 두어도 배우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이야. 네가 그런 심지를 가졌다면 살인자라도 너에게 배우고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좋은 사람들 곁에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그것은 참 행운이겠지만, 어떤 사람들 곁이든 그 속에서 배워나가는 사람으로 자란다면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거든.


그러기 위해서 일단 엄마는 너를 믿고 네가 어떤 친구를 만나든 존중하고 응원하려고 해. 하지만, 네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고통받거나 상처 받는다면 그땐 꼭 친구가 아니라고 말해줘. 그땐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거든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도 친구가 될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대방의 잘못이니까 그럴 땐 꼭 엄마가 방패막이되어줄게. 그럴 땐 아빠도 커다란 방패막이되어줄 거야. 그런 엄마와 아빠를 믿고 친구를 사귀는데 두려움 없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거야. 엄마랑 아빠는 그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혹시라도 "그 애랑은 놀지마."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꼭 엄마의 육아 공약을 엄마에게 알려줘. 그건 엄마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니까 엄마가 고칠게. 너의 친구라면 네가 가진 하나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칠 테니까, 너의 모든 점을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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