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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Dec 28. 2020

<에이트>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불타는 배에 남아있을 것인가, 바다로 뛰어드는 도전을 할 것인가

사진출처: 리디북스



 에이트의 저자 이지성은 <리딩으로 리딩하라>를 통해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가르친 저자로 잘 알고 있었다. 

책 <에이트>에서의 그는 초조하다. 그는 인공지능이 점차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사회 변화에 경각심을 느낀다. 나도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나중에 대처하지 못하고 직격탄을 맞았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그의 경험담에 따르면 주변에 기업가 지인이 많아서 산업적 동향에 밝은 듯 하다. 


 이 책은 2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단문으로 쉽게 쓰여지기도 했고, 저자가 전달하는 내용이 생생하고도 충격적이어서 하루만에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단순 노동직 뿐 아니라 전문직 또한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고(가능성이 아닌 현실) 말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고 여겨졌던 창조능력이나 추론 능력까지도 섭렵했다. 


 생산자로서의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면, 소비자로서의 인간은 인공지능 생산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할까? 놀랍게도 그렇다. 그 이유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특히 법조 분야에서 우리 사회는 '공정성'을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인간 변호사가 기계적으로 수행하던 업무는 모두 인공지능으로 간편히 대체된다. 법조 분야의 고질적 관행, 무전유죄와 유전무죄의 불공정성, 충동과 편향에 치우친 판결 모두 인공지능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선생님의 역할을 대체하는데에 있어서 '가르치는 기능' 뿐만 아니라, 학생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서적 지지대와 상담의 기능'또한 이행한다(자폐를 치료하고 따돌림을 해결하는 등). 의료분야에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의료 진료과정에서 AI의 검열과 지시는 필수적인 프로세스가 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환자들이 인공지능 의사를 신뢰하고 더 편히 여기며, "모두가 인공지능 주치의를 갖는다". 저자는 2045년이 되면 이 모든 전문직종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부분 대체된다고 예측한다. 그 근거로 기하급수적 성장의 개념인 "과학기술의 수확 가속의 법칙"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도 빠르게 성장하여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필연적인 대체 사회에 대해, 지금의 인간은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미 인공지능의 대체가 시작된 급박한 상황에서도 '인간다운' 활동인 독서와 사색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매우 날카롭게 비판한다.

대신. 저자는 공감능력과 창조성(혁신)을 강조한다. 그 예시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창작 배경이 된 디자인 씽킹이다.즉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창조적인 해결책이 등장하고, 그 해결책은 혁신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이 기독교 서적은 아니지만 저자는 우리가 '예수'처럼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은 대가 없는 선의, 사랑이 전제된 대의와 희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혹시 인공지능에 감정이 있을까 하는 물음은 다음 책의 리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8개의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1. 디지털 차단- IT기계에 둘러싸여 살 수 밖에 없다면, 그 원리 정도는 이해해야 하며, 우리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질 정도의 차단은 필요하다. 


 실제로 나는 4개월 정도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수행하고 있다(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서관에서 본 책 제목이 즉 내 행동의 계기였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는 내 행동에 확신을 가지게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SNS 기업이 나의 성격, 나의 행동을 예측하고 확신한다는 것은 아주 불쾌한 일이다. 내 행동 데이터를 빌미로 삼아 나에게 광고를 주입하여 돈을 벌고, 유혹적인 알림을 남발하여 소셜미디어에 중독되게 하는 그 사이클에서 나는 완전히 단절되기로 했다. 


2. 평생 유치원 

 저자가 제시하는 공부의 방법이다. 우리는 유치원 시절의 상상력과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고 "자유-몰입-성취- 반복"의 순서로 학습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알록달록한 수수깡으로 마을을 창작해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필사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비교우위, 그리고 플랫폼 소유주(이자 인공지능을 소유하게 될) 지배계급에 대해 탐구한다. 다행히도, 인공지능에게는 유년시절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점을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3. 노잉보다는 비잉과 두잉 

 이제 일방적인 강의의 형식은 대학에서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시대에 지식의 습득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인식(being)'과 '창조(doing)'이기 때문이다. 강의의 틀을 벗어난 교육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공감은 창조적 공감으로 승격화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습득하기 위한 원천으로써, 래리 페이지도 이용했던 아인슈타인과 다빈치의 생각 공부법을 제시한다. 


4. 디자인 씽킹 

 이 개념은 인간 경험에 기반한 창의적 사고과정을 의미한다. 디자인 씽킹은 현재 기업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문제해결 프로세스이며, 구체적인 단계와 내용은 책에 상술되어 있기에 넘어가고자 한다. 


5. 철학하라. 


기계적 사회가 인간중심적 사회가 되려면, 철학해야 한다. 특히 철학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다. 


철학의 방식인 '트리비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학'이다. 생각을 글로 쓰고 나누며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창조성과 공감능력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수사학을 통해 깊게 생각하고, 생각을 다듬으며, 생각을 알기 쉽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시대의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예술가들, 작가들이 너무 저평가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6. 융합하라, 바라보라 

 

저자는 역사와 문학의 융합, 그리고 철학과 문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 고유의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 철학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저자는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마주할 윤리, 도덕적 문제를 미리 헤아려 짐작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기업과 인재가 인공지능 산업의 리더가 된다"고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트롤리 딜레마를 풀지 못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도덕과 윤리야 말로 인간의 영역인 것이다. 


 저자는 철학과 문학의 예시로,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관점으로 <죄와 벌>을 읽고, 죄와 벌이 다루고 있는 도덕적, 윤리적 문제들을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에 대입한 후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라고 말한다. 마침 두 책 모두 읽고 있는 중이라서 관련 리뷰도 써 볼 생각이다.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하라.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회들을 연결하는 능력", 그리고 "현지 역사와 문화를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바라보는 일". 저자가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문화인류학적 여행의 매력이다. 나와 생활하는 환경과 문화가 다른 장소에서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개인에게는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여행은 단순히 지도나 역사책이 말해주지 않는, 오로지 인간 감각과 대화를 통해서만 인지되는 요소를 느끼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감각은 물질적인 것에 의존하기에,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은 인간을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8. 내 안의 인간성에 집중하며, 봉사하라. 


 저자는 인간들이 진정한 인간의 삶을 살 때가 되었기에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계적 일은 기계가, 인간적 일은 인간이 하는 종 간의 분업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인간적 일은 인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며, 봉사를 통한 연대이다. 

 나도 베트남에서 직접 봉사 프로그램을 창작하여 열흘 간 고아원에서 봉사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기계적 봉사는 한번에 그치지만, 교육과 인적 교류에 기반한 창조적 봉사는 그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전문직 완전 대체를 예측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55642


 위 칼럼 저자는, "인간도 잘하기 어렵고, 컴퓨터도 잘하기 쉽지 않은" 채용, 인사, 행정, 사법, 경찰 분야 등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수학적 능력에 손쉬운 판단을 맡기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인간이 가진 여러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인공지능에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또한, '잘 한다'라는 것의 의미를 정의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설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즉, 인간은 하기 어렵지만 컴퓨터는 하기 쉬운 일/ 인간은 잘하는데 컴퓨터는 잘하지 못하는 일/ 인간도 컴퓨터도 모두 잘 못하는 일으로 나누어, 어떤 분야에 어떻게 인공지능을 적용할지 실질적이고 윤리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대의를 위해 원자핵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핵전쟁의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과 관해서는 다음 책 리뷰에서 다루고 싶다. 



사진출처: yes24


<에이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가운데 인간들이 종속되지 않고 지배의 역할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감능력과 창조능력'을 제시한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으로 다룰 책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김초엽 작가의 SF 장르 소설집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미래의 기술 발전 속에서 우리가 고려하여 마땅한 '공감능력'을 제시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삶이 편리해진다면, 그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그 사회는 모두가 행복한 좋은 사회일까. 


과학적 완전성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결함이 있는 사랑. 

타인(그게 외계 생명체라고 할지라도)을 이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범위에서 벗어나 이해하려는 노력.

저물어가는 것들.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소유하려는 욕구. 

마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분실된 데이터처럼, 차별적 구조 속에서 세상에서 분리되는 사람들. 

편견과 외압을 견디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 

 

 과학적 진보와는 관계없이 인류가 생존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들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하는 것들임에도,  SF소설이라는 형식속에서 독자 나름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이것들을 대면했을 때 그 존재와 필요가 더욱 와닿는 것 같다.



 

기교없이, 꾸밈없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소설이라는 장르는 내용 자체는 작가의 상상력과 지식의 결합으로 창조된 기교이지만 소설을 구성하는 문장 하나하나는 투박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실적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감정의 물성>에 나오는 물건처럼,  내가 이 책을 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쥔 듯이 행복했다. 


인아영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진정한 유토피아란 ... 장애와 더불어 차별을, 사랑과 더불어 배제를, 완벽함과 더불어 고통을 함꼐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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