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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읁 Jan 07. 2021

리처드 플로리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불평등. 

모든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동등하다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나는 자본 앞에서 불평등을 겪고, 동시에 불평등을 생산해낸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라는 질문은 사회의 불평등 속을 허우적거리는 나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 동시에 좌절시키고 절망하게 만든다. ‘네가 열심히 안 해서 그래’,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일축된 세대 간의 격차. 하지만 그런 말 한마디로 퉁 치기엔 우리는 전 세대와는 너무도 다른 도시위기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3포, 5포, 이제는 셀 수 없는 n포 세대의 절망 속에서도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무얼까. 이렇게 아등바등 산다면 언젠가는 내 생에 내가 맘 편히 발 뻗고 누울 곳 하나 가질 수 있을까? 새들도 저마다 각자의 둥지를 짓고 산다지만, 왜 우리는 그러지 못할까? 기본적인 삶의 구축에 부모의 재력이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우리는 혼자서는 집을 살 수도 잠시 빌릴 수도 없다. “오늘날 젊은 성인에게도 부모의 수입은 자신의 주거지역을 선택하는 데 핵심 요소가 되었다. 슈퍼스타 및 테크허브 도시의 과도하게 비싼 주택가격은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그곳의 주택을 구입할 수 없게 되는 걸 의미한다(p179).”      


현대 도시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불평등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실제 뉴욕은 2002년 블룸버그의 공직 이래 줄곧 번영했지만 정작 뉴욕도시의 시민들은 도시의 번영을 잘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부는 부를 낳았고,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계층과 중산층들은 점점 더 추락하였다. “2013년 맨해튼에 거주하는 가구의 상위 5%는 가장 가난한 20%의 가구보다 88배 더 많은 돈을 벌었다. … 그러나 훨씬 더 많은 뉴욕 시민들의 생활수준은 실질임금 하락과 주택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저하되고 있다(p135).” 도심의 특정한 장소는 도시의 기득권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인 지위가 결정된다. 우스갯소리로 금수저, 은수저를 따지는 것은 부모가 가진 부의 크기를 측량하는 말이었고, 우습게도 우리는 부모의 부의 크기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그것은 나의 계급의 척도가 된다. 시작의 출발선도 다르고 달려야하는 길의 상태도, 달리는 자의 체력도 다르다. 시작부터 불평등한 이 구조에서 평등한 경쟁이 가당치나 하겠는가.        


도시구조에 관한 체계적인 이론으로 꼽히는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 이에 따르면 중심업무지구의 공동화현상과 더불어 부유한 계층은 더 좋은 주거환경을 찾아 교외로 이주하고, 그 자리에 저소득층의 주거지역이 형성된다. 과거의 뉴욕 역시 동심원 이론에 부합하는 도시내부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의 뉴욕 도시구조는 이와는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교외에 거주하던 부유층이 도심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저소득, 저학력의 인종 소수자들은 주로 주거비 상승 때문에 도시 밖으로 밀려난다. 부유층은 도심에 들어와 지식과 장소를 결합시키고, 도시화 지식자본주의를 심화시킨다. 도시화 지식자본주의는 우리시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평등의 격차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려놓는 역할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유출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도심이 임금 인상과 경제적 계층 이동 전망에 도움을 주는 더 나은 구직 기회와 더 좋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는 불평등 증가와 공간 분리다(p111).” 부가 부를 낳은 것처럼 불평등은 불평등을 낳는다.      


한 도시공간에서 부유계층의 도시 유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도시가 교외적인 특징을 보인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도시 거주자들은 교외지역의 거주자들 못지않은 공간을 사용하며, 새로운 아파트에는 포도주 저장고, 헬스장, 수영장, 차고와 같이 교외지역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한다(p114).” 교외지역에서나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시설이 도시 내 부유층에 한정되어 제공되는 불평등한 주거환경, 기본적인 주거환경을 구축하고 싶어도 근본적으로 혼자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극명하게 높은 주거비용, 제한된 개발과 부족한 토지. 도시의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더 높은 임금을 받지만, 이 혜택마저도 창조계층 노동자로 한정되어 있다. 기업과 산업이 도시에 집중하면서 일의 기회를 찾는 전도유망한 사람들이 도시에 집중되었다. 이는 도시의 성장의 아주 큰 동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제한된 도시공간에 대한 경쟁을 증가시켰고, 이는 지가와 부동산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을 야기한다. 그 소외의 소외, 그 끝자락에는 또 다른 소외계급인 노동계층과 서비스계층의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도시화Urbanism는 낙관론자들이 말하듯이 어느 모로 보나 막강한 경제적 힘이며 동시에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고통스럽고 분열적이다(p27).”     


플로리다는 이 책에서 모두를 위한 도시화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우리에 필요한 것은 사람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까이 모을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에 전략적으로 투자하여 도시의 밀도와 집적도를 높여 경제 성장의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p295).” 사람을 분산시키는 매개가 되는 도로와 고속도로가 아닌 사람과 경제활동을 집약시키는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대중교통의 체계적인 구축이 사람의 움직임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은 자본을 생산하며, 자본은 생산의 주체이자 이용의 주체인 사람에 의해 움직이고 배치된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자본을 보다 원활하게 배치되며, 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과 같이 그들을 연결해주는 공공의 기반적인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플로리다는 인구밀도와 집중화를 유도하는데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고 값비싸고 비효율적인 도시 확산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는 인간들이 모여 살면서 지역사회의 구축과 함께 성장했다. 사람과 장소에 투자하는 일, 그것이 본질적으로 가난과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기반시설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의 임대주택의 공급 또한 중요하다. 임대주택의 확충으로 시민들이 내 집 마련이라는 혜택을 상쇄시켜야 한다. ‘집’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이나 물적 재산의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집은 생산을 하는 개체인 인간의 쉼터이자 소진된 노동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이다.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사회적 격차를 단기간에 줄여달라는 떼씀이 아니다. 그들이 일하고 쉴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해주는 일. 그것이 장기적으로 도시나 국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며, 도시의 위기를 해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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