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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진몽 Dec 16. 2019

0.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 부르는 분들을 위해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일까, 신이 버린 직장일까


  최근 한 신문기사를 봤다. 잡코리아에서 구직자들에게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 어디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문 조사한 내용이었다. 1위는 (당연히) 삼성그룹, 2위는 공기업·공공기관이었고, LG그룹, SK그룹, CJ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카카오, 롯데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한진그룹 등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회사들이 뒤를 이었다. 10위권 내 모든 곳이 대기업 아니면 공기업이었다. 이런 기업에 취업하는 걸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지제도와 근무환경이 좋고, 연봉이 높을 것 같아서였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내 첫 직장은 앞에 나온 대기업 중 하나였다. 대기업이 아닌 취업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너무나 당연하게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룹사 중에서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은 아니었지만, 엄연한 대기업으로 연봉과 복지제도가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회사여서 부모님의 어깨를 가볍게 해 드릴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근무환경은 기대 이하였다.


  그 이유는 매출만 중요시하는 조직문화 때문이었다. 기업은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남겨야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회사가 계속 굴러갈 수 있으니 매출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내 첫 직장은 이러한 매출이 월·분기 단위도 아니고, 분·시간 단위로 매출이 찍히는 곳이었다. 수치 하나에 여러 사람이 울고 웃었다. 김영란법이 나오기 전이라 매출 확대만 할 수 있으면 갑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참지 못했고 입사 5개월 만에 퇴사를 강행했다. 취업 시장이 어렵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취업 시장이 언제 좋은 적은 있었나...) 나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게 더 잘 맞을 곳은 어딜까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곳이 소위 사람들이 '신의 직장'이라 말하는 공기업이었다.(정확히는 공기업, 공단, 재단 등을 포함해 공공기관이라 부르는 게 맞지만, 공기업이란 단어가 더 친근하니 공기업으로 통일한다.)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적고 워라밸이 보장되면서 급여와 복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공기업의 신입사원 모집 요강을 살펴보니 대기업과는 선발 방식이 달랐다.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새롭게 준비를 시작했고, 7개월 만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렇게 는 공기업의 세계에 들어가게 됐다.


  앞으로 이어질 내용은 4년 9개월간 공기업에서 일하며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내용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라 모든 공기업이 다 이렇다는 건 아니다.(성급한 일반화는 금물!)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공기업도 있고, 이보다 못한 공기업도 있을 수 있다. 나는 그저 공기업에 입사하기 전 갖고 있었던 선입견과 내가 보고 느꼈던 공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을 뿐이다. 공기업이 진정한 신의 직장이 맞는지, 신이 버린 직장은 아닌지.(신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는 건 논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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