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신문기사를 봤다. 잡코리아에서 구직자들에게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 어디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문 조사한 내용이었다. 1위는 (당연히) 삼성그룹, 2위는 공기업·공공기관이었고, LG그룹, SK그룹, CJ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카카오, 롯데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한진그룹 등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회사들이 뒤를 이었다. 10위권 내 모든 곳이 대기업 아니면 공기업이었다. 이런 기업에 취업하는 걸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지제도와 근무환경이 좋고, 연봉이 높을 것 같아서였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내 첫 직장은 앞에 나온 대기업 중 하나였다. 대기업이 아닌 취업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너무나 당연하게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룹사 중에서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은 아니었지만, 엄연한 대기업으로 연봉과 복지제도가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회사여서 부모님의 어깨를 가볍게 해 드릴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근무환경은 기대 이하였다.
그 이유는 매출만 중요시하는 조직문화 때문이었다. 기업은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남겨야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회사가 계속 굴러갈 수 있으니 매출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내 첫 직장은 이러한 매출이 월·분기 단위도 아니고, 분·시간 단위로 매출이 찍히는 곳이었다. 수치 하나에 여러 사람이 울고 웃었다. 김영란법이 나오기 전이라 매출 확대만 할 수 있으면 갑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참지 못했고 입사 5개월 만에 퇴사를 강행했다. 취업 시장이 어렵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취업 시장이 언제 좋은 적은 있었나...) 나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게 더 잘 맞을 곳은 어딜까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곳이 소위 사람들이 '신의 직장'이라 말하는 공기업이었다.(정확히는 공기업, 공단, 재단 등을 포함해 공공기관이라 부르는 게 맞지만, 공기업이란 단어가 더 친근하니 공기업으로 통일한다.)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적고 워라밸이 보장되면서 급여와 복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공기업의 신입사원 모집 요강을 살펴보니 대기업과는 선발 방식이 달랐다.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새롭게 준비를 시작했고, 7개월 만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공기업의 세계에 들어가게 됐다.
앞으로 이어질 내용은 4년 9개월간 공기업에서 일하며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내용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라 모든 공기업이 다 이렇다는 건 아니다.(성급한 일반화는 금물!)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공기업도 있고, 이보다 못한 공기업도 있을 수 있다. 나는 그저 공기업에 입사하기 전 갖고 있었던 선입견과 내가 보고 느꼈던 공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을 뿐이다. 공기업이 진정한 신의 직장이 맞는지, 신이 버린 직장은 아닌지.(신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는 건 논외로 하자.)